[ 아시아경제 ]
"미래의 기술 전쟁은 데이터 전쟁이 될 것입니다. 최대 생산국인 중국은 데이터를 우방국에만 제공하게 될 것이고, 딥시크를 뒤따르는 소버린(주권) 인공지능(AI)이 다수 등장할 겁니다. 한국도 데이터 흐름 통제와 AI 개발을 위해서는 믿을 수 있는 파트너가 필요합니다."
류멍쥔(劉孟俊) 대만 중화경제연구원(CIER) 제1연구소 소장은 지난달 타이베이에 있는 사무실에서 아시아경제와 만나 한국과 대만의 협력 방안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류 소장은 "한국도 정부와 기업이 해외 파트너와 협력해야 소버린 AI를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TSMC의 강력한 생산력을 가진 대만은 좋은 파트너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류 소장은 "싱가포르의 경우 인접국인 말레이시아 등에 협력을 시도하고 있고 '역내' AI를 개발하자고 제안했다"면서 "한국도 자신의 문화와 전통을 보존하고 지키는 AI를 만들어야 하고, 이는 비단 사업의 영역이 아닌 언어와 문화, 전통의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중국발 '딥시크' 쇼크가 한국에서는 '민관 금지' 조처로 비화한 것과 관련해서는 "대만 민간에서 금지될 가능성은 없을 것"이라면서 한국의 빠른 대응을 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본토(정치 상황에 대해)에 민감한 질문을 하면 비정상적인 대답이 나오는 특징이 있는데, 결과적으론 전 세계의 기술 개발 의지를 자극하는 결과를 낳았다"면서 "대만 역시 관련 분야에서 속도를 더하게 됐다는 점에서 인정할 만한 성과"라고 부연했다.
또한 인도나 아세안(동남아시가국가연합) 시장에 손잡고 공급망을 이전하는 방향도 검토해야 한다고 내다봤다. 그는 "지역 국가에 현지 파트너를 찾고 생산 공장을 세우는 등 각국에 진출해 공급망을 이전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면서 "이 경우 한국과 대만이 협력해서 진행할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하나의 중국'을 외치는 중국 본토의 영향으로 외교적 접근이 어려운 대만이 한국을 통해 다양한 사업 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류 소장은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같은 대만계 외국인, 넓은 의미의 화교(다른 나라에 이민자로 정착한 대만 또는 중국인)를 대만의 자산으로 꼽기도 했다. 류 소장은 "이들은 활동 반경이 넓고 정보가 풍부해 대만 정부, 기업에 큰 도움이 되는 인적 인프라"라면서 "비정부기구(NGO) 조직을 통한 연결에도 역할을 하며, 이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대만은 국제 사회에서 더 많은 애로가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타이베이(대만)=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최신순
추천순
답글순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