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이 강남대로 대형 옥외광고판에서 정면 승부를 펼치고 있다. ETF 최종수익률과 최저 실부담액을 강조한 광고가 강남역 사거리에 약 3분 간격으로 번갈아 등장하며, 두 회사의 치열한 마케팅 경쟁이 더욱 격화되는 모습이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자산운용의 ‘KODEX’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가 강남역 사거리 대형 전광판에 자사 미국지수 ETF 상품을 홍보하는 광고를 내걸었다. 해당 광고판은 한 달 대여료가 4000만원에 달하는 고가 매체로, 동일한 콘셉트의 ETF 광고가 번갈아 노출되며 양사의 경쟁이 극에 달했다는 평가다.
해당 건물 광고판은 강남대로 최대 크기의 옥외 LED 전광판으로 오전 6시부터 자정까지 운영되며 하루 120회 이상 광고가 송출된다. 자동차, OTT 콘텐츠, 미용기기, 로봇청소기, 아파트, 온라인쇼핑몰 등 다양한 상업 광고뿐만 아니라 환경부, 서울시 등의 공익 캠페인도 포함돼 있다.
금융권 광고로는 현대해상, 삼성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세 곳만이 운영 중이며, 동일한 ETF 상품을 놓고 직접적으로 맞붙은 사례는 삼성과 미래가 유일하다. 특히 두 회사의 광고가 연속적으로 노출되면서 경쟁 구도가 두드러진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파격적 보수 인하’, ‘업계 최저 실부담비용’ 등의 카피를 내건 광고를 선보이면, 곧이어 삼성자산운용이 ‘돈을 벌고 싶다면 실비용이 아닌 수익률이 높은 곳으로’, ‘실비용 반영 수익률 1위’ 등의 문구로 대응하는 식이다.
일부 업계 관계자들은 이같은 마케팅이 ETF 과열 경쟁 속 투자자들에게 혼선을 줄까 우려한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두 회사 광고의 시간차가 있다고는 하지만 워낙 반복적으로 노출되다 보니 연달아 붙어서 등장하는 느낌을 준다”며 “많고 많은 광고판 중에서 굳이 같은 광고판을 선택해 맞붙었다는 것부터 ETF 시장 내 경쟁 과열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자산운용업계에서 대형 옥외 LED 영상광고는 비용 부담으로 인해 흔치 않은 마케팅 수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계 1, 2위를 다투는 두 회사가 동일한 광고판을 활용해 ETF 시장의 주도권 다툼을 벌이는 것은 그만큼 시장 경쟁이 치열해졌음을 방증한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강남역 사거리 광고의 경우 지난해 4월부터 삼성자산운용이 장기적으로 광고를 운영해오던 곳이다. 그러나 최근 ETF 운용 보수 인하 경쟁이 가속화되면서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올해 2월부터 같은 광고판에 광고를 걸기 시작했다.
흥미로운 점은 현재 방영 중인 광고에서 삼성자산운용이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메시지를 반박하는 듯한 구성을 취하고 있다는 점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의도적인 ‘디스전’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삼성 측은 이에 대해 “광고적인 재미 요소로 받아들여 달라”는 입장이다.
해외에서도 글로벌 기업들이 유사한 ‘광고 경쟁’을 펼치는 사례가 많고, 이는 소비자들에게 흥미를 유발하는 마케팅 전략이라는 것이다.
최근 몇년간 ETF 시장이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며 점유율 경쟁은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수수료 인하 경쟁 또한 치킨게임 양상을 보이며, 한 곳이 수수료를 내리면 다른 운용사들도 연쇄적으로 따라가는 흐름이 반복되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역시 이러한 경쟁 구도를 우려하며 “대형사 위주로 S&P500, 나스닥 등 지수 ETF 경쟁이 과도한 수준”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ETF 시장이 지나치게 가격 경쟁에 집중되면 장기적으로 투자자들에게 득이 될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ETF 시장이 국내 투자자들에게 중요한 투자 영역이 된 만큼, 점유율 확대가 운용사들에게 필수 과제가 됐다”면서도 “단순한 가격 경쟁이 아닌 상품력과 투자 성과를 기반으로 한 건강한 경쟁이 이뤄지는 것이 ETF 시장의 장기적인 성장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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