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하나금융그룹이 하나증권의 100% 자회사 하나자산운용을 그룹 자회사 격상을 검토한다. 올해 본격적인 금리 인하기에 접어드는 등 은행산업을 둘러싼 대내외적인 환경이 비우호적인 상황에서, 은행에 치우쳤던 기존 금융 포트폴리오를 비은행 부문으로 확대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특히 함영주 회장이 신년사를 통해 비은행 부문 강화를 강조한 만큼, 하나자산운용을 그룹 자회사로 승격해 그룹 계열사 간 시너지를 극대화한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지주는 올해 비은행 부문 강화 방안으로 하나증권 100% 자회사인 하나자산운용을 그룹 자회사로 격상한다. 하나자산운용은 2023년 10월 모회사인 하나증권이 스위스 투자은행 UBS가 가진 지분 51%를 인수해 하나증권의 100% 자회사로 출범한 바 있다. 하나자산운용은 하나증권의 자회사 편입 후 1년여 만에 하나금융그룹의 자회사로 1년여 만에 승격하게 된 것이다.
하나금융이 비은행 부문 강화에 나선 건 더 이상 은행 이자 이익만으로 금융 지주 전체 수익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절박함 때문이다. 지난해 하나금융그룹은 3조7388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지만, 높은 은행 의존도는 한계로 꼽힌다. 하나금융그룹의 은행 의존도는 84%로 4대 금융지주 중 우리금융(91.6%)보다는 낮지만, KB금융(60%), 신한금융(74%)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특히 지난해 금융지주사 중 최초로 순이익 '5조 클럽'에 이름을 올린 KB금융의 경우 비은행 계열사의 기여도가 컸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에 올해 하나금융을 비롯한 전 금융지주사들의 화두는 비은행 부문 강화다.
함영주 회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비은행 부문 강화를 강조한 바 있다. 함 회장은 "급변하는 금융환경과 치열한 경쟁 속에서 생존을 위한 최우선 과제는 바로 지속 가능한 가치 창출 역량을 확보하는 것"이라며 "그룹 전체의 계열사 간 시너지를 확대함으로써 비은행 부문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지속 가능한 성과를 창출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거엔 인수합병(M&A)으로 몸집을 키웠다면, 이제는 내실을 다져 계열사 간 시너지를 극대화해 수익기반을 다양화한다는 전략이다.
하나자산운용은 퇴직연금 부문에서 하나은행을 비롯한 계열사와 시너지를 크게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감을 모으고 있다. 하나자산운용은 지난해 9월 '하나 더넥스트' 타깃데이트펀드(TDF) 퇴직연금 상품을 출시한 바 있다. 하나 더넥스트 TDF는 김태우 하나자산운용 대표가 부임하면서 "하나금융그룹이 퇴직연금 사업자 1위로 도약하는 발판이 되도록 할 것"이라는 포부를 밝히며 내놓은 퇴직연금 상품이다. 그만큼 자신 있게 출시한 상품으로, 실제로 하나 더넥스트 TDF의 6개 빈티지(2030·2035·2040·2045·2050·2055)는 지난달 말 기준 누적 수익률 8~11%를 달성하며 각 빈티지에서 수익률 1위를 기록한 바 있다.
이에 지난달에는 함 회장이 직접 하나자산운용 본사를 방문해 김 대표로부터 업무 현황을 보고받기도 했다. 함 회장이 하나자산운용을 직접 찾은 건 이번이 세 번째지만, 업무 현황을 보고받은 건 처음이다.
하나금융은 올해 하나자산운용을 자회사로 격상한 뒤, 내년에는 상장지수펀드(ETF)와 TDF 등 상품 라인업을 강화해 나갈 예정이다. 이어 2027년에는 그룹 운용자산(AUM)을 증대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통해 하나금융은 비은행 부문의 순이익을 지난해 2670억원(16%)에서 올해 순이익 1조6000억원, 비중 30%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권재희 기자 jayful@asiae.co.kr오규민 기자 moh01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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