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하나금융지주가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소액주주들의 의결권을 모으고 있다.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연임을 앞두고 혹시라도 벌어질 수 있는 반대 주주들과의 표 대결을 준비하기 위해서라는 분석도 나온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하나금융지주는 현재 의결권 대행회사를 통해 개인주주들에게 주주총회 의결권 위임위탁 서류를 보내고 있다. 의결권 대행은 주주총회 개최를 앞두고 주주를 직접 방문해 의결권 위임장을 받아오는 일이다. 오는 25일로 예정된 하나금융지주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행사에 직접 참석하기 힘든 주주들에게 의결권을 받기 위한 작업이다. 대행사 직원들이 주주들의 자택을 직접 방문해 주총에 대한 설명과 의결권 위임위탁 협조를 요청할 예정이다.
하나금융이 정기 주총을 앞두고 의결권 대행사를 동원한 것은 함영주 회장 연임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안건 표 대결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세계 1위 의결권 자문사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는 최근 발행한 기관투자가 대상 의안 분석 보고서에서 함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에 반대 의견을 밝혔다. 함 회장을 비롯해 이승열, 강성묵 부회장의 사내이사 선임과 일부 사외이사 선임 등에도 반대 의사를 보였다.
이는 함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이 해외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손실 사태, 직원 채용 관련 업무방해 혐의 등 여러 사법 리스크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ISS는 "금융소비자에게 손해를 끼쳤다는 점에서 (함 회장은)감독 부실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ISS는 2022년 함 회장이 처음 하나금융지주 회장에 취임했을 시에도 같은 이유로 선임을 반대한 바 있다. 당시 주총에서 ISS 등의 반대로 함 회장 선임 안건은 반대표가 40%에 달하기도 했다. 하나금융지주는 외국인 지분율이 67%에 달해 ISS와 같은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의 영향력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지난달 함 회장의 연임과 관련해 아쉬운 점이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 원장은 "함 회장의 연임에 규정 위반은 없다"면서도 "지배구조 모범규준의 취지를 고려하면 특정 후보자가 부각되기 전 단계에서 후보 선임요건을 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측면에서 보면 실효적 부족함은 있다"고 말했다. 하나금융지주 이사회가 지난 1월 함 회장을 차기 회장 단독 후보로 추천하기 앞서 지배구조 내부규범을 개정해 함 회장이 만 70살 이후에도 임기를 이어갈 수 있게 한 것에 대한 평가다.
다만 이런 논란에도 함 회장의 연임은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함 회장 취임 이후 하나금융지주의 실적이 크게 개선되고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 시행으로 주가 역시 많이 올랐기 때문이다. 시세차익을 노리는 주주 입장에서는 실적 개선과 주주가치 상승을 동시에 이뤄낸 함 회장의 연임을 굳이 반대할 필요가 없다. ISS와 경쟁하는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글래스루이스도 함 회장의 연임에 찬성하면서 창사 이래 최대 실적과 역대 최고 주가 등을 긍정적인 면으로 꼽았다.
금융권 관계자는 "ISS나 글래스루이스의 의결권 보고서는 해외 주주가 참고는 하지만 절대적인 영향력을 끼치는 것은 아니며, 대부분의 주주들이 실제 주주가치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의결권을 행사한다"며 "실적이나 밸류업 의지 등을 봤을 때 올해도 하나금융지주 주총 안건이 크게 무리 없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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