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거래소(KRX)에서 거래되는 금 현물 가격이 급락하면서 국내 금값이 크게 하락한 것처럼 보이는 현상이 발생했다. 하지만 실제 소비자가 금을 사고팔 때 적용되는 가격은 국제 금 시세에 연동되기 때문에 금값이 폭락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 오히려 KRX 금시장의 ‘김치 프리미엄’이 빠진 지금이 금 투자에 적기라는 분석이 나온다.
11일 삼성금거래소에 따르면 전일 종가 기준 금 시세는 온스당 2912.03달러로 지난달 25일 장중 최고점(2953.00) 대비 다소 하락하긴 했으나 하락률은 -1.36% 수준에 그치고 있다.
국제 금 시세의 경우 트럼프 취임 이후 불확실성이 커지며 지난달 처음 온스 당 2900달러 선을 넘기며 최고가를 경신했다. 지난달 말과 이달 초 2800달러 선으로 가격이 다소 떨어지는 듯 했지만 최근 들어 다시 2900달러 선으로 거래 가격이 회복되며 안정적인 우상향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더욱이 트럼프 당선 이후 상승세를 보이던 주식시장, 달러화, 비트코인 등의 자산이 트럼프 취임 이후 상승세가 둔화되거나 하락한 것과 달리 국제 금값은 10% 넘게 상승하며 최고의 ‘트럼프 트레이드’ 자산으로 평가받고 있다.
반면 KRX 금시장에서 거래되는 g당 금 가격은 전일 종가 13만7840원으로, 지난달 14일 기록한 장중 최고가(16만8500원) 대비 18.19% 급락했다. 이로 인해 국내 금값이 폭락했다는 우려가 제기됐지만, 이는 시장 내 가격 조정일 뿐 실제 금 거래 가격과는 차이가 있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삼성금거래소 관계자는 “KRX 금 시세는 국내 투자자들의 매매 움직임에 따라 변동성이 크지만, 실물 금 거래는 국제 금 시세를 기준으로 이뤄진다”며 “국제 금값이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는 만큼 실물 금값이 급락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국내 금 투자는 △골드바 △골드뱅킹 △KRX금시장 △상장지수펀드(ETF)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최근 들어 은행 계좌를 통해 금에 투자하는 금융상품의 잔액이 급증하는 추세며, KRX를 통한 금 현물 투자와 금 관련 ETF 투자도 활성화되고 있다.
KRX 금시장은 증권사 계좌를 통해 투자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올해 1월 기준 대형 증권사 3사의 신규 금거래 계좌 개설 건수는 1만8763개로, 작년 1월(3595개) 대비 5.3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KRX 금시장에서 국제 금 시세 대비 거래가격이 123%까지 오르는 기현상이 벌어진 것도 이 같은 투자 열기와 관련이 깊다. KRX 금 시세와 국제 금 가격의 괴리율이 20% 이상 벌어진 것은 시장 개설 이후 처음 있는 일이기도 하다.
1월 3.6t이었던 KRX 금 거래량은 2월 11t으로 약 3배 증가했다. 특히 지난해 2월 0.9t이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11배 이상 급증한 수준이다. 또한 지난해 연간 거래량 26.3t의 절반에 가까운 물량이 지난달 한 달 동안 집중적으로 거래되면서 국제 금 시세 대비 괴리율을 더욱 확대시켰다.
그러나 전일 종가 기준 KRX 금 거래가격은 국제 금 시세 대비 101% 수준으로 조정되면서 ‘김치 프리미엄’이 빠진 상태다. 이에 전문가들은 현재가 금 투자 적기라고 조언한다. 국제 금 시세가 장기적으로 우상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만큼, 국내 거래가격의 거품이 빠진 지금이 금을 매수할 좋은 기회라는 것이다.
삼성금거래소 관계자는 “지난달 KRX 금 거래가격은 국제 금 시세 대비 거품이 심하게 형성돼 있었다”며 “현재는 거품이 사라지면서 실물 금을 적정 가격에 매입할 수 있는 기회”라고 평가했다.
금융투자업계 역시 금 투자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올해 국제 금 가격이 온스당 3000~3300달러까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백종호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귀금속 수요뿐만 아니라 투자 포트폴리오 내 인플레이션 헤지(방어) 목적으로 금을 보유하는 것이 유행하면서 금 가격이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며 “중동과 우크라이나 전쟁, 미국 금리 전망과 관세 전쟁 등 불안정한 정치·경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안전자산으로서 금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또 “트럼프 2.0 시대가 도래하면서 국가별로 미국과의 관계에 따라 금 수요 전략이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며 “이 같은 지정학적 요인까지 고려하면 금 가격의 우상향 흐름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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