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파트너스가 불시에 홈플러스에 대한 기업회생절차를 개시하면서 '사모펀드의 먹튀' 논란을 일으킨 반면 교보생명 재무적투자자(FI)인 어피니티파트너스컨소시엄은 7년 이상 벌어진 분쟁을 일단락했다.
이에 따라 교보생명은 2005년부터 추진됐던 교보생명의 금융지주사 전환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반면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선 홈플러스는 당좌거래가 중지됐고 형사고발까지 당할 위기에 처했다. 시장과 정치권은 한목소리로 홈플러스의 최대 주주인 김병주 MBK 회장이 사태에 책임져야 한다고 질타한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7일 오전 홈플러스는 신용등급 하락으로 인한 잠재적 자금이슈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이날 홈플러스 관계자는 “지난 2월 28일 공시된 신용평가에 온·오프라인 매출 증가와 부채비율 개선 등 많은 개선사항들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아 신용등급이 하락했다”고 밝혔다.
또한 “신용등급이 떨어져 향후 단기자금 측면에서 이슈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단기자금 상환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금일 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하게 됐다”며 이번 회생절차 신청으로 금융채권 상환 유예가 되도록 해 경영이 마비되지 않도록 사전예방적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홈플러스 올해 1월 31일 기준 부채비율과 직전 12개월 매출은 각각 462%와 7조462억원이다. 이는 1년 전 대비 부채비율은 1506% 개선되고 매출은 2.8% 늘어난 결과다.
회생절차에 돌입하면 통상 금융채권 상환은 유예되지만, 협력업체와의 일반적인 상거래 채무는 회생절차에 따라 전액 변제되며, 임직원 급여도 정상적으로 지급된다.
하지만 MBK파트너스에 대한 시장과 금융당국 및 정치권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직접적인 홈플러스 투자 당사자인 국민연금, 메리츠금융그룹, 일반 채권투자자를 비롯해 협력업체들의 상거래까지 존재하고 있어서다. 특히 법원의 기업회생 절차에 앞서 김병주 MBK 회장의 사재 출연, 자구 노력 등 진정성 있는 해결책이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무엇보다 국회 정무위원회 등 정치권의 질타가 크다. 홈플러스 신용등급이 낮아지는 것을 알면서 CP(기업어음)를 발행했을 가능성과 기업회생을 고려하면서도 미필적 고의적으로 대출(리파이낸싱)을 받았을 가능성이 높아서다. 불과 10개월 전 메리츠금융그룹은 홈플러스에 1조3000억원에 달하는 리파이낸싱(대출)을 제공했다. 메리츠가 내민 '돌려막기' 동아줄에도 홈플러스는 막대한 부채비율에 쓰러진 셈이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홈플러스 대주주 MBK에 대해 "MBK의 행태에 대해 법적으로야 다툴 여지가 충분하고 전체적으로는 사기 행각 혐의로 볼 개연성이 있다"면서 "사기칠 고의가 있었냐, 행위가 있었냐, 제 3자에 손해주었나라는 요건을 모두 충족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홈플러스 경영진의 문제도 제기됐다. 한 관계자는 "의사결정은 MBK가 했겠지만 홈플러스 채권 발행 주체인 홈플러스 대표이사는 회생신청 관련해 상당히 오래전부터 MBK와 상의했다고 보는게 맞다"고 언급했다.
사태의 심각성이 높다보니 정무위는 국회 정무위원회가 다음주 18일 금융당국과 공정거래위원회 등을 대상으로 긴급 현안질의를 추진한다. 홈플러스 최대주주인 MBK파트너스도 불러낸다.
정무위는 김병환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을 비롯해 관계자들을 불러 현안을 파악하고 대책 마련 진행상황 등을 점검한다는 계획이다.
홈플러스 측은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MBK 파트너스에 인수된 이후 자금난에 시달렸는데 정산 대금 미지급 사태까지 우려돼 금융채권 상환유예를 위해 결국 회생절차를 결정했다"는 설명이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글로벌 사모펀드 어피니티컨소시엄과의 분쟁 관련 교보생명이 입장문을 냈다.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와 싱가포르투자청(GIC)이 교보생명 보유 지분 각각 9.05%, 4.50%를 신한투자증권, SBI그룹 등 금융사에 매각했다는 내용의 입장문이다. 거래가격은 초기 투자가격(주당 24만5000원)보다 1만1000원 낮은 주당 23만4000원으로 파악됐다. 이 가격은 초기 투자가격에서 배당액을 제외한 금액으로 전해진다.
당초 시장에서는 어피니티가 풋옵션 행사 가격으로 주당 약 41만원을 제시했고, 교보생명 측은 시장가치를 주당 19만8000원(2023년 8월 자사주 매입 기준)으로 보고 있는 만큼 양측의 가격 협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컸다.
어피니티 대표가 새롭게 바뀌면서 지속적인 소통을 한 결과 원만한 합의가 이뤄졌다는 것이 교보생명의 설명이다.
이번 거래로 2012년 교보생명 지분 24%를 인수하기 위해 구성된 어피니티 컨소시엄은 4개 펀드 중 2곳이 엑시트(Exit·자금회수)를 결정하면서 사실상 해체 수순을 밟게 됐다. 교보생명은 또 다른 재무적 투자자인 IMM PE·EQT(각각 5.23% 보유)도 조만간 협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돼 풋옵션 분쟁이 곧 완전히 종결될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 일부에서는 대형마트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자 대주주 사모펀드 MBK에 대한 여론이 악화될 것을 고려해 어피니티가 좀 더 빨리 교보생명과의 화해에 나설 수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MBK와 어피니티 등의 사모펀드들은 2003년부터 국내에서 성장해 경영권 인수, 구조조정, 신사업 확장 등의 핵심 플레이어로 성장했다. 2023년에는 잇달아 빅딜을 성공해 국내 인수합병의 37%를 석권했다. 무려 136조 규모다.
하지만 최근 들어 사모펀드가 기업을 인수한 후 자산을 정리하고 단기 수익에 골몰해 기업을 '껍데기'로 만드는 사례가 잇달아 발생했다. 이 때문에 '먹튀', '기업사냥꾼' 등 부정적 이미지도 커졌다.
금융당국 역시 일반투자자들을 고려해 MBK에 대한 검사 여부를 고려하고 모니터링하고 있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증권사들아 홈플러스 유동화증권(ABSTB), 기업어음, 전자단기사채에 대한 위험을 투자자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고 채권을 팔았다는 '불완전 판매' 논란 때문에 살펴봐야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또 "홈플러스 신용등급이 낮아지는 것을 알면서 CP(기업어음)를 발행했을 가능성은 형법상 사기죄이기 때문에 금융당국에서 조사해서 검찰에 결과를 전달해야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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