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지난달 은행 가계대출이 3개월 만에 증가 전환했다. 은행권 대출 취급 재개와 이사철 수요 증가로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이 증가 폭을 키운 영향이다. 최근 주택거래량 증가는 2~3개월 후 가계대출 증가를 불러올 수 있어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한다는 진단이다.
1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5년 2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1143조7000억원으로 전월 말 대비 3조3000억원 증가했다. 지난해 11월(1조9000억원 증가) 이후 3개월 만의 증가 전환이다.
은행 가계대출 중 주담대는 3조5000억원 늘어난 907조7000억원을 기록했다. 은행권 대출 취급 재개, 이사철 자금 수요 등이 주담대 규모를 키웠다. 전국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지난 1월 2만2000가구에 그치며 3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으나 지난 1월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3200가구로 지난해 12월 3000가구 대비 소폭 늘었다. 주담대에 포함해 집계하는 전세자금 대출은 전월 대비 1조2000억원 늘면서 2022년 2월 이후 가장 큰 증가 폭을 기록했다.
기타대출은 2000억원 감소하며 전월(2조1000억원 감소) 대비 감소 폭을 줄였다. 1월 상여금 지급 등 계절 요인이 소멸하면서다. 기타대출은 일반신용대출, 신용한도 대출(마이너스통장대출), 상업용부동산 담보대출, 예·적금 담보대출, 주식담보 대출 등을 포함한다.
지난달 비은행을 포함한 전체 가계대출은 전월 대비 4조원대 증가했다. 박민철 한은 금융시장국 시장총괄팀 차장은 "지난달 가계대출 증가는 주로 계절 요인에 의한 것"이라며 "주담대는 이사철 자금수요 증가로 증가 폭을 키웠고, 기타대출은 지난 1월 상여금 유입 영향이 소멸하면서 감소 폭이 줄었다"고 짚었다.
1월 말 긴 설 연휴로 대출분이 2월 초 한꺼번에 잡힌 점도 2월 가계대출 증가 폭을 키우는 데 영향을 미쳤다. 박 차장은 "1, 2월 평균 은행·비은행 가계대출 증가 폭은 1조7000억원 수준"이라며 "아직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가계대출 둔화 흐름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다만 지난달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이후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의 집값이 오르고 주택 거래가 확대됐는데, 이 같은 움직임이 추세적으로 이어질지에 대해선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서울 주택 거래는 2010년 이후 장기평균이 5600가구 내외다. 주택시장이 과열됐던 지난해 7월엔 8500가구 수준을 기록했다. 이후 지난해 말 3000가구 수준까지 내려온 수준이 지난 1월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달 말 나오는 지난달 거래량은 이보다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박 차장은 "가계대출 증가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주택 거래량으로, 2~3개월 시차를 두고 가계대출 증가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거래량 증가 기간과 지역 확산 추이에 유의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그는 "아직은 주택거래 증가세가 대기 수요를 소화하고 주춤할지,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등 서울 전 지역으로 확산할지 등이 불확실하나, 이는 오는 4~6월 가계대출 흐름 결정하는 주요인이 될 것"이라며 "정부와 함께 가계부채 불안 요인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달 말 은행 기업 대출 잔액은 1326조4000억원으로 전월 대비 3조5000억원 증가했다. 전월 7조8000억원 증가 대비 증가 폭을 크게 줄였다. 일부 은행의 정책성 대출 취급 확대 등으로 중소기업 대출이 중소법인을 중심으로 3조1000억원 증가, 증가 폭을 키웠으나 대기업대출이 4000억원 증가에 그쳐 전월(6조1000억원 증가) 대비 증가 폭을 크게 줄인 영향이다. 전월 일시 차입했던 운전자금이 상환되면서 증가 규모가 상당폭 줄었다. 박 차장은 "기업 대출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으로 둔화하는 추세"라며 "1월 계절 요인 이후 2월 다시 그 폭이 줄었는데 1, 2월 평균으로 봐도 기업 자금 수요는 크게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직접 금융을 통한 자금조달을 보면, 회사채는 지난 1월 1조8000억원에서 지난달 3조6000억원으로 순 발행 규모가 확대됐다. 연초 기관들의 투자 수요가 양호한 가운데 차환을 위한 선조달과 일부 기업의 해외투자 수요 등이 영향을 미쳤다. 기업어음(CP)·단기사채는 1조6000억원 순상환 전환했다. 전월 일시 조달했던 운전자금이 상환되면서다.
2월 은행 수신은 지난 1월 -33조3000억원에서 지난달 24조8000억원으로 큰 폭 증가 전환했다. 수시입출식예금은 기업의 결제성 자금과 지자체의 재정집행 대기 자금이 유입되면서 -32조3000억원에서 10조원으로 증가 전환했다. 정기예금은 일부 은행의 규제 비율 관리를 위한 예금 유치, 지자체의 일시 운용자금 유입 등으로 16조원 증가했다. 자산운용사 수신은 머니마켓펀드(MMF)와 채권형펀드를 중심으로 전월(38조1000억원)에 이어 39조3000억원 큰 폭 늘었다. MMF는 단기금리 하락에 따른 수익률 부각으로 법인자금을 중심으로 21조7000억원 유입됐다.
채권형펀드와 기타 펀드는 각각 9조20000억원, 6조6000억원 유입으로 자금 유입이 확대됐다. 주식형펀드는 5조4000억원에서 1조8000억원으로 유입 규모가 줄었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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