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지난해 하반기 피벗(통화정책 전환) 이후 0.75%포인트(75bp) 내려간 기준금리가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0.17%포인트 높이는 효과가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한국은행은 13일 통화신용정책보고서 이슈분석 '기준금리 인하의 효과 점검 및 시사점'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거시계량모형을 이용해 과거 평균적인 영향을 분석해보면, 지난해 10월 이후의 기준금리 75bp 인하는 올해와 내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각각 0.17%포인트, 0.26%포인트 높이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박종우 한은 부총재보는 "기준금리 인하가 경제 성장에 미치는 효과는 장·단기 금리 하락과 심리개선 등의 경로를 통해 파급되는데, 이번 인하기엔 장기금리 경로가 과거보다 크게 나타나는 반면 심리개선 효과는 상대적으로 제약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장기금리엔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약 1년 전부터 선반영됐다. 장기금리가 기대 단기금리를 중심으로 큰 폭으로 하락함에 따라 장기금리 경로의 경기부양 효과는 과거보다 크게 나타났다. 직전 인상기 중 기준금리 인상 폭(3.00%포인트)이 컸고 고점(3.50%)에서의 지속 기간(20개월)도 길었던 점이 크게 작용한 가운데 주요국 통화정책 피벗 기대 등으로 글로벌 금리가 2023년 11월 이후 상당폭 하락한 점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한은은 금리 기간구조 모형 분석에 따르면 2023년 11월부터 지난 2월까지 3년물 국고채 금리가 142bp 하락했는데, 이중 기대 단기금리 하락에 따른 변동분은 107bp에 달했다. 박 부총재보는 "장기금리 통한 효과는 과거엔 평균적으로 기준금리 인하 4~5개월 전 40~50bp 정도 하락하는 경향이 있었으나 이번에는 1년여 전부터 인하되기 시작해 100bp 이상 내리는 등 크게 나타났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다만 장기금리 하락은 세 차례의 기준금리 인하뿐 아니라 향후 통화정책에 대한 기대도 반영하기 때문에, 시장의 기대 변화에 따른 장기금리 변동 시 성장 제고 효과도 달라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단기금리 역시 기준금리 인하 이후 상당폭 조정됐다. 2000년 이후 기준금리 25bp 인하 이후 30일간의 금리 하락 폭을 보면, 국고채 3년물·10년물 등 장기금리는 평균 2~3bp 하락하는 데 그쳤으나 양도성예금증서(CD)·91일물 통안증권 등 기준금리와 보다 밀접하게 움직이는 단기금리는 평균 8~11bp 하락했다. 단기금리에 연동된 여신금리가 하락하면서 경기부양 효과를 나타낼 것이란 전망이다. 변동금리 대출의 대부분이 1년 미만 단기금리에 연동돼 있어 단기금리 하락이 신규대출뿐 아니라 기존 대출에 대한 금리부담도 줄여줄 것이라는 기대다. 지난해 말 기준 예금은행의 변동금리 대출은 가계대출 잔액의 54.4%, 기업 대출 잔액의 61.3%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기준금리 인하가 심리개선에 미치는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봤다. 불확실성이 높은 경우엔 그 효과가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박 부총재보는 "기준금리 인하는 경제주체의 심리개선을 통해 실물경기를 진작하는 효과가 있고, 특히 소비심리가 단기적으로 크게 위축된 상황인 만큼 올해 2월 추가 인하는 심리 회복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도 "불확실성이 높은 경우 그 효과가 작아지는 것으로 추정되는 점을 고려할 때 높은 대내외 불확실성이 오래 지속되면 심리개선을 통한 경기부양 효과는 제약될 것"이라고 짚었다.
한편 한은은 지난해 10월 이후 세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75bp 인하한 영향이 시차를 두고 성장과 물가, 가계부채, 환율 등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고 이번 분석을 진행했다. 한은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하 효과는 정책 결정 시의 금융·경제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만큼 거시계량모형으로 추정한 평균적인 효과와 이번 인하기에 나타나고 있는 파급경로 상의 특징을 함께 고려해 점검했다"고 말했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최신순
추천순
답글순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