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한국은행은 13일 트럼프 발(發) 글로벌 통상환경에 대해 (우리가 내놓은) 기본 시나리오에서 좀 나쁜 상황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경제성장률 전망을 바꾸거나 예상보다 더 일찍 기준금리 인하를 결정할지에 대해선 다음 달 통화정책방향 전까지 중간점검을 해봐야 한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내놨다.
박종우 한은 부총재보는 이날 통화신용정책보고서 설명회에서 "지금 상황이 낙관적인 시나리오로 가고 있다고 말하긴 분명히 어렵다"며 이같이 밝혔다. 한은은 지난달 미국 관세정책의 영향에 대한 시나리오를 기본·낙관·비관으로 나눠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내놓은 바 있다. 기본 시나리오하에서는 올해 성장률이 0.1%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추정했으며, 이는 2월 전망치(올해 성장률 1.5%)에 반영됐다.
박 부총재보는 "기본 시나리오에서 좀 나쁜 상황으로 가고 있다고 보고 있다. 분명 기본 시나리오 대비 불확실성이 높아진 것은 맞다"며 "다만 비관 시나리오까지 가기엔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성장전망 경로를 바꿀 정도인지는 판단하기 아직 이르다"며 "다음 달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통방) 전까지 추가 입수되는 정보를 바탕으로 중간점검을 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음은 일문일답.
-지난달 기본 시나리오를 발표하면서 미국의 관세정책을 엄격하게 반영했고, 내년에는 오히려 낙관적일 수 있다고 설명을 했었다. 발표 이후 2주 사이에 구체적으로 어떤 이벤트 때문에 기본 시나리오보다 불확실해졌다고 보는 건가
▲당시 엄격하게 반영했고 철강·알루미늄·자동차·반도체 등 영향은 평균적으로 예상해 다 반영됐다고 보면 된다. 강해졌다고 하는 건 미국 대중관세 부분이다. 10% 부과로 봤는데 20%로 가고 있고, 이 부분이 당시 전망보다 강해졌다고 본다. 다만 기본 시나리오보다 강해진 건 맞지만,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럼에도 부과됐다 유예되기도 하고, 보복관세 가능성도 있어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것은 맞다. 하루하루 상황이 급변하고 있어 어떻게 흘러갈지 모르기 때문에 주시하면서 상황을 살펴보려고 한다.
-변수가 커지면서 기준금리 인하 시기가 더 빨라질 가능성도 있나
▲성장쪽 분명히 여러 리스크 우려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다만 지난달 통방 이후 2주가 지난 현재 시점에 통화정책 기조를 당길 수 있는가 판단할 기간은 아니라고 본다. 금통위원들이 함께 깊이 고민하면서 향후 추가적인 통화정책 운영방향을 결정해나갈 것으로 본다.
--세 차례 기준금리 인하가 장기금리에는 선반영돼 이미 효과가 컸다고 설명하고 있는데, 향후 금리가 지속되면 효과도 줄어들 것으로 보는가. 그럼 결국 조삼모사 아닌가
▲선반영됐다고 한 건 여러 가지 통화정책 파급효과 중에서 장기금리에 대한 효과가 컸다는 의미로 이해하면 된다. 선반영된 부분 외에 단기금리 영향도 같이 봐야 하기 때문에 효과가 제한적일거라고 보는 건 무리가 있다고 본다.
-기준금리가 선반영됐기 때문에 시장금리는 이제 반등하는 흐름으로 갈 가능성이 큰가
▲장기금리 영향을 미치는 것은 여러 요인이 많다. 통화정책 기대만을 가지고 금리 하락이 끝났고 올라갈 것이라 답변하기 어렵다. 다만 상대적으로 기준금리가 선반영된 것이 있기 하락할 여지는 조금 적다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다.
-기준금리 인하 효과분석을 보면 심리개선을 통한 경기부양 효과는 제약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심리개선이 없다면 금리인하 부작용만 더 클 수 있을 것 같은데
▲불확실성 때문에 심리가 위축된 측면이 있다. 기준금리 인하 효과가 심리경로에는 효과가 제한적인 것은 맞다. 이를 없애기 위해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것도 있다. 성장면에서는 분명히 추가 금리 대응을 할 필요가 있는데 이는 항상 금융안정 부작용이라는 트레이드오프가 있다. 이를 고려하면서 통화정책 속도나 폭을 정하게 될 것이다.
-기준금리 인하가 시장금리, 심리개선에 미치는 영향이 과거에는 어땠나
▲장기금리 효과는 과거 평균은 기준금리 인하 4~5개월 전 단기금리가 하락하기 시작해 40~50bp 정도 하락 경향을 보였다. 이번엔 1년 전부터 금리가 더 빠르게 인하되기 시작해 기준금리 인하시점에 이미 100bp까지 하락했다. 그래서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났다고 판단했다. 다만 글로벌 무역환경 불확실성, 국내 소비심리 위축 상황이 있기 때문에 기업 투자나 소비로 파급되는 영향은 과거에 비해 작지 않나 판단한다. 그런 요인이 완화되면 효과는 좀 더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준금리 인하로 인한 가계부채 증가세 확대 가능성은
▲서울 일부지역은 주택가격 상승세가 가파르게 올라가고 있고, 가장 우려하는 것은 주변 지역으로의 확산이다. 2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도 생각보다 많이 늘었다. 거래가 늘면 시차 두고 가계부채 증가에 영향을 미쳐왔다. 보고서에는 2월까지 증가세는 안정적이라고 썼지만 향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현재 평가를 그대로 가져갈지는 불확실한 상황이다. 추가적으로 가계대출이 늘어날 상황에 대해선 유의하면서 지켜보고 있다. 가계대출 증가 속도가 GDP 증가 속도를 넘지 않게, 바람직하다면 점차 낮춰가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건 금융당국도 입장이 확고하다. 우려가 생긴다면 여러 정책 방향 통해서 대응해나가게 될 것. 이런 상황을 다 고려해서 통화정책도 하게 될 거다.
-이번 보고서에 포함한 새로운 금융상황지수를 설명해달라
▲통화정책 기조를 판단하는데 금융상황지수, 중립금리, 물가 흐름 등을 지표로 삼는다. 이 중 금융상황지수도 이 자체가 불확실성이 커서 하나의 지표보다는 대안적인 지표를 같이 종합적으로 판단하기 위해 이번에 추가적으로 제시하게 됐다. 기존 금융상황지수와 새롭게 발간한 지수 기준으로 하면 금융 상황은 대체로 중립적인 수준이다. 지수 기준으로는 현 금융 상황이 이미 중립적이지만, 현재 금리는 중립 금리로 추정되는 범위의 상단에 있거나 중립 금리에 가까워지는 것으로 추정된다. 중립 금리 상황이나 경기부양 등의 측면에서 아직 금리 인하의 여지가 있는 상황이다.
김혜민 기자 h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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