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지난해 국내 은행들이 대손비용 감소와 이자이익 증가 등에 힘입어 역대 최고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전체 이익에서 차지하는 이자이익 비중이 90%를 웃도는 이자이익 쏠림 현상도 지속됐다.
금융감독원이 14일 발표한 2024년 국내 은행 영업실적(잠정) 자료에 따르면 작년 국내 은행의 당기순이익은 22조4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조2000억원(5.5%) 증가했다.
은행 당기순이익은 2020년 12조1000억원을 기록한 이후 2021년 16조9000억원, 2022년 18조5000억원, 2023년 21조2000억원 등 4년 연속 늘었다.
지난해 은행 대손비용이 전년 대비 3조1000억원 가량 줄어든 6조9000억원을 기록했는데 이 부분이 당기순이익이 증가에 가장 큰 영향을 끼쳤다. 대손비용은 외상 매출금이나 대출금 등 매출 채권 가운데 회수할 수 없게 된 금액을 비용으로 처리한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대손충당금 적립방식이 개선되면서 2023년에 은행들의 충당금이 크게 증가했는데 이에 따른 기저효과가 작년에 나타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작년에 홍콩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 판매 사태로 배상비용이 1조4000억원이 발생했음에도 대손비용이 감소하면서 이를 상쇄했다.
은행 종류별로 보면 일반은행의 당기순이익이 2023년 13조6000억원에서 작년 14조9000억원으로 9.8% 늘어난 데 반해 특수은행은 같은 기간 7조7000억원에서 7조5000억원으로 2.0%가량 줄었다.
전체 이익에서 이자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높았다. 지난해 국내 은행들의 총이익 65조3000억원에서 이자이익은 59조3000억원으로 이자이익 비중이 90.8%에 달했다. 2023년 91.0%보다는 소폭 낮아졌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작년 이자이익 증가율은 0.2%로 2023년 기록한 5.8%와 비교해서 크게 둔화했다. 순이자마진(NIM)은 1.57%로 2023년 1.65%에 비해 축소됐다. 순이자마진은 자산 운용 수익에서 조달 비용을 뺀 뒤 운용자산 총액으로 나눈 값으로, 금융회사들의 수익 능력을 나타내는 주요 지표다. 이익 증가세는 지속되고 있지만 은행 수익 능력은 둔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작년 비이자이익은 6조원으로 전년 대비 2000억원가량 늘었다. 시장금리 하락에 따라 유가증권 매매이익 등 유가증권 관련 이익이 증가한 영향이다. 은행 판매비와 관리비는 27조4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9000억원 증가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지난해 국내 은행의 순이익이 증가했지만 이자이익 증가세는 2년 연속 둔화하는 추세"라며 "올해는 미국 보호무역주의 심화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고 취약 부문의 신용위험 확대 우려도 있어 은행 본연의 자금 중개 기능을 안정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손실 흡수능력 확충을 유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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