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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상법개정안 통과로 지주사 저평가 완화될까
    이해선 기자
    입력 2025.03.14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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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에 대한 이사의 충실 의무를 도입하는 상법 개정안이 13일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출처=연합]
주주에 대한 이사의 충실 의무를 도입하는 상법 개정안이 13일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출처=연합]

여야 간 첨예하게 맞서왔던 상법 개정안이 결국 전일 임시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며 한국 자본시장 선진화 과정의 전환점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대표적인 코리아디스카운트 사례로 꼽히는 LG화학과 LG에너지솔루션의 물적분할 사태를 비롯해 다수의 소액주주들의 피해 문제가 이번 개정안으로 일정부분 해소됨에 따라 궁극적으로 지주회사의 저평가 현상도 완화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상법개정안이 지주회사에 미칠 영향에 금융시장과 투자자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현행 상법은 이사가 회사에 대한 충실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규정하지만, 주주 보호에 대한 직접적인 명문화는 없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합병·분할 과정에서 대주주의 이익을 우선시하며 소액주주를 소외시키는 경우가 많았다.

이는 한국 상법이 주주의 이익을 보호하지 않는다는 부정적인 인식을 확산시켰고 외국자본의 국내 주식시장 유입을 저해하고 주식시장 활성화에도 걸림돌이 되어왔다.

이번 개정안은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개선하고자 상법 제382조의3을 신설, 이사의 충실의무를 기존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까지 확대했다. 즉, 경영진과 대주주는 일반주주의 이익을 침해할 경우 법적 책임을 부담하게 된 것이다. 

이를 통해 한국 자본시장의 불투명한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외국인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가 될 것이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에 이번 개정안이 단순한 주주 보호 조치를 넘어 한국 자본시장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계기가 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도입된 지주회사 체제는 기업집단의 위험을 차단하고 지배구조를 명확히 하기 위해 마련됐지만 시간이 지나며 지배주주의 사적 이익을 극대화하는 수단으로 악용되는 경우가 많아졌고, 이는 ‘코리아디스카운트’라는 결과를 초래했다.

외환위기 당시 한국의 대기업들은 대부분 순환출자 구조를 가지고 있었는데 이는 한 기업이 부실해지면 그룹 전체가 연쇄적으로 위기를 겪게 되는 구조였다. 이에 정부는 지주회사 설립을 허용하며 순환출자를 금지하고 지배구조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목적을 표명했었다.

상법상 기업분할 제도는 핵심사업과 비핵심사업을 명확히 분리해 자금 조달 및 구조조정을 촉진하기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지주회사 체제에서는 모회사가 여러 자회사를 지배하는 명확한 구조가 형성되고, 기업분할 제도를 통해 고성장 사업부문을 전략적으로 분리하거나 상장해 자금을 조달하는 구조조정이 용이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SK와 LG, 두산그룹 등 여러 대기업들이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하면서 순환출자를 해소했고, 이 과정에서 기업들의 생존과 국가 경제 안정에 기여한 측면도 있었다. 하지만 점차 본래 의도와 다르게 이용되는 사례들이 늘어났고 개인 주주들의 피해로 이어졌다.

대표적으로 문제가 된 사례로는 2020년 LG화학과 LG에너지솔루션의 물적분할이 있다. LG화학은 성장성이 높은 2차전지 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해 LG에너지솔루션을 설립, 별도로 상장했다. 기업가치의 상당 부분이 자회사로 이전된 LG화학의 주가는 장기간 하락했다.

LG화학의 기존 주주들은 자회사 주식도 전혀 배정받지 못했으며 주가하락으로 인한 피해만 떠안았지만 현행 상법상 회사자체는 손해가 없으므로 문제제기가 어려웠고, 사실상 그 피해는 무시됐다.

카카오의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상장 역시 모기업의 기업가치를 희석시키는 결과를 낳았고 일반주주의 이익을 침해했다. 삼성의 에버랜드 전환사채 저가 발행 사태 역시 상법개정안이 필요한 사례 중 하나로 꼽힌다.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가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앞에서 상장회사의 물적분할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출처=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가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앞에서 상장회사의 물적분할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출처=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상법개정, 주식시장 선진화 위한 필연적 조치

이에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상법 개정안이 한국 주식시장 정상화를 위한 필연적인 조치라고 입을 모은다.

기업 경영진은 이제 주주의 이익을 포함한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며 이는 결국 한국 주식시장의 장기적 신뢰와 가치를 제고해 시장의 선진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경연 대신증권 연구원은 “과거의 구조조정 중심의 제도가 시간이 지나며 지배주주의 사적 이익 극대화 수단으로 악용된 부작용을 막고, 자본시장 내 일반 주주의 신뢰를 회복하는 법적 기반이 될 것”이라며 “단순히 ‘주주 중심주의’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과거 구조조정 정책이 남긴 해묵은 문제를 해결하고 한국 자본시장이 글로벌 수준으로 도약할 수 있는 필수적이고 역사적인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윤정 LS증권 연구원은 “상법 개정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자본시장에 지적해 온 기업 지배구조 평가지표 개선에 기여할 영역”이라며 “이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회복되지 못하고 있는 코스피 지수 외국인 지분율 개선을 유도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전일 여당 측에서 언급한 바 있는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가능성이 남아있다. 아울러 개정안이 최종 통과된다 하더라도 공포 후 시행까지는 약 1년여 간 유예기간이 발생하기 때문에 해당기간 상당 지주회사들이 비상장 자회사의 상장을 추진할 여지도 있다.

엄수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지주회사 별도기준 자산총액이나 매출액을 압도적으로 상회하는 우량 비상장 자회사를 보유한 지주회사에 대한 예의 주시가 필요하다”며 “개정안 공포 후 유예기간에는 지주회사 투자에 유의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만약 최상목 권한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거부된 법안은 국회 재의결시 재적 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 의결 요건(200표 이상)을 달성해야 법률 확정이 가능하다. 야권연합 의원 전원 외에도 국민의힘에서 최소 8명의 찬성표가 더 필요해지는 것이다.

전일 이복현 금융감독 원장은 이와 관련해 “재의요구권 행사 시 직을 걸고 반대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다.

이 원장은 그간 야당이 내놓은 상법개정안 보다는 자본시장법 개정이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의견을 타진해 왔으나 여당의 재의요구권 건의 발언에는 현 상황에서 제도 도입자체를 막는 것은 안 된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이 원장은 “지금까지 금융당국이 추진해온 주주가치 제고 정책을 고려했을 때, (상법개정안에 대한) 재의요구권을 행사한다면 직을 걸고라도 반대할 수밖에 없다”며 “조금 모자란 형태로 법 개정이 된다 하더라도 원점으로 돌리는 방식은 생산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그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어떻게 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을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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