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유통업계에 '역(逆)슈링크플레이션' 바람이 불고 있다. 기존 가격을 유지한 채 용량을 늘리거나, 가격을 인하해 가성비를 높이는 방식을 뜻한다. '슈링크플레이션'과는 반대되는 개념으로, 가성비를 중시하는 소비자층을 겨냥한 전략이다.
역슈링크플레이션 전략을 가장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곳은 편의점 업계다. GS25는 최근 중량을 180g에서 250g으로 늘린 '리얼메카통통소시지' 2종을 기존 가격 그대로 판매한다고 밝혔다. 또 이달 4일부터는 대전·충청 향토 소주 업체 선양소주의 ‘선양 오크’를 일반 소주보다 큰 640mL 대용량으로 판매하고 있다. 편의점에서 파는 일반 소주는 1mL에 약 6원의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는데, 대용량 선양소주 제품은 이보다 낮은 4.7원 정도다.
이마트24도 지난 13일 '1000블랙커피'를 출시했다. 기존 파우치음료보다 용량(500mL)은 더 늘리고, 가격은 낮춰 얼음컵을 포함해도 23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CU는 지난달 말 PB 브랜드 '델라페' 커피 메뉴 5종의 가격을 100~200원 인하하며 가성비 경쟁에 나섰다.
대형마트에서도 물가 부담을 완화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특히 일부 마트에선 특정 제품을 대상으로 '가격 역주행' 행사를 진행하며 기존보다 더 낮은 가격에 제품을 제공하고 있다. 앞서 대형마트 3사(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는 삼겹살데이(3월 3일)를 맞아 초저가 수입산 삼겹살 경쟁을 펼친 바 있다. 당시 롯데마트가 100g당 800원대 삼겹살을 내놓자 이마트와 홈플러스가 각각 700원대 상품을 선보이며 맞불을 놨다. 이는 물가 상승으로 부담이 커진 소비자들을 유인하는 동시에 고객 충성도를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기업들은 원가상승을 이유로 가격을 올리는 대신 제품 용량을 줄이는 슈링크플레이션 전략을 활용해왔다. 슈링크플레이션은 '줄어든다'는 뜻을 가진 슈링크(Shrink)와 '물가 상승'을 의미하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다. 기업들은 제품 가격을 올리면 소비자 반발이 거셀 것을 우려해 이러한 전략을 택했다. 그러나 소비자들 사이에선 '꼼수 가격 인상'이라는 비판이 이어졌고, 되레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됐다.
소비자 불만이 커지자 정부도 대응에 나섰다. 지난해 8월 시행된 '사업자의 부당한 소비자거래행위 지정 고시'에 따라 용량 변경 정보를 명시하지 않은 사업자에게는 1차 위반 시 500만원, 2차 위반 시 10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최근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경제 사정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소비자들은 기업들의 꼼수에 고통을 받고 있는 실정"이라며 "기업들은 이상기후, 제품 생산 비용 등에 대한 부담을 슈링크플레이션 및 가격 인상으로 소비자들에게 그 책임을 전가하는 것을 당장 멈추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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