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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국민 10명 중 7명 “홈플러스뿐 아니라 MBK도 조사 필요”
    윤남웅 기자
    입력 2025.03.17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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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가 기습적으로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협력업체들이 납품 여부를 두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래픽=중앙이코노미뉴스] 
홈플러스가 기습적으로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협력업체들이 납품 여부를 두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래픽=중앙이코노미뉴스] 

[중앙이코노미뉴스 윤남웅]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한 홈플러스가 신용등급 강등 직전까지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면서 '갚지 못할 채권을 일부러 발행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민 10명 중 7명은 홈플러스 채권 사기발행과 배임, 탈세 의혹 등에 대해 회사 뿐 아니라 대주주인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까지 전방위 수사해야 한다는 의견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국내 2위 대형마트를 몰락하게 만든 근본적 원인으로 꼽히는 MBK의 차입매수 방식(피인수기업의 자산을 매각해 조달한 자금으로 인수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국민의 약 70%가 규제해야 한다고 밝혔다. 굴리는 자금만 100조원을 훌쩍 넘기며 이제는 산업자본에까지 손을 뻗치는 사모펀드를 강하게 규제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여론조사기관인 리얼미터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지난 13일부터 14일까지 이틀간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설문대상의 688명(68.7%)이 홈플러스의 채권 사기발행과 탈세와 배임 의혹에 대해 회사를 넘어 대주주인 MBK까지 조사를 확대해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동의하지 않는다는 233명(19.1%), 잘 모르겠다는 15명(12.2%)으로 집계됐다. 

국민 10명 중 7명이 대주주인 MBK까지 조사해야 한다는 데 동의한 홈플러스의 채권 사기발행 의혹은 홈플러스가 스스로 원리금을 상환하지 못할 수 있는 상태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을 알았으면서도 부족한 운영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채권을 발행해 투자자에게 심각한 피해를 줬다는 논란이다. 

홈플러스는 지난달 28일 신용등급이 'A3'에서 'A3-'로 강등됐다. 이후 3·1절 연휴기간을 마친 직후인 이달 4일 채권을 포함한 금융채무에 대한 원리금 상환을 일시 중단하는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신용등급 강등에 따른 이자비용 상승으로 단기 유동성 부담이 커지자, 곧바로 법정관리를 신청해 원리금 지급을 하지 않을 수 있게 만든 것이다. 

논란은 여기서 촉발됐다. 대주주인 MBK와 홈플러스 모두 어떤 자구책도 없이 법정관리를 신청한 것도 논란이었지만, 문제는 홈플러스의 신용등급이 강등되기 사흘 전까지 회사의 카드대금을 기초로 한 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ABSTB)가 발행된 것이다. 신용평가사가 사전에 신용등급 조정 결과를 회사 측에 알리는 점도 의심을 사기에 충분했다.

홈플러스 스스로 논란을 부추긴 측면도 있다. 최초에 홈플러스는 28일 당일에 신용등급이 강등된 사실을 알게 됐다고 알렸으나, 논란이 사그라지지 않자 ABSTB가 발행된 25일에 미리 신평사로부터 신용등급이 강등된다는 점을 통보받았다고 인정했다. ABSTB 발행에 대해서는 발행주체가 홈플러스가 아닌 증권사라고 해명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의 70% 가까이는 홈플러스 해명을 믿지 못하고 있다. 특히 2015년 인수 이후 홈플러스를 11년째 경영하고 있는 대주주 MBK가 어떤 지원책도 없이 홈플러스를 법정관리로 내몰았다는 점에서 국민 대부분은 홈플러스 뿐 아니라 MBK까지 채권 사기발행 의혹과 관련한 조사를 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이다. 

채권 사기발행 의혹 뿐 아니라 배임과 탈세 의혹에 대해서도 MBK까지 전방위적인 조사가 필요하다는 데 국민 대부분이 공감하고 있다. MBK가 홈플러스에 인수금융 상환 부담을 지우면서 회사 경쟁력을 훼손한 점, 그리고 과거 오렌지라이프(현 신한라이프) 매각 과정에서 400억여원을 추징당한 점, 특히 마이클 병주 킴, 한국명 김병주 회장 관련 역외탈세 의혹 등이 국민적 의심을 사는 배경으로 풀이된다. 

이미 '재계 저승사자'로 불리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은 '홈플러스 사태'가 터진 이후인 지난 11일 MBK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MBK는 정기 세무조사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조사4국이 비정기(특별) 세무조사를 담당해온 점에서 시장 안팎에서는 홈플러스 사태와 무관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더불어 설문대상의 691명(69.0%)은 MBK가 홈플러스 인수 때 사용한 차입매수 방식에 대해 규제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MBK는 과거 홈플러스를 인수할 때 총 7조4000억여원을 투입했는데,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인 4조3000억원이 차입금이었다. 이 차입금에는 홈플러스 명의의 대출금도 상당 부분 차지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 차입금을 갚기 위해 MBK는 홈플러스 자산을 매각해 약 4조원을 마련했고, 이는 고스란히 홈플러스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졌다. 이처럼 인수자가 피인수기업의 명의로 돈을 빌려 인수자금을 마련하거나, 피인수기업의 자산을 매각해 인수금융을 상환하는 방식에 대해 국민 10명 중 7명은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보는 셈이다. 

MBK는 지난해 9월부터 시도하고 있는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M&A에서도 차입매수 방식을 취하고 있다. 지금까지 고려아연 지분 매입에 투입한 1조5600억여원 가운데 75%(1조1775억원)가 증권사로부터 빌린 대출금이다. MBK가 고려아연을 인수할 경우 고려아연에 상당한 상환 부담을 안길 여지가 있다. 

이처럼 MBK의 국가기간산업에 대한 적대적M&A와 홈플러스에서 보인 '모럴 해저드' 논란 등으로 국민 대부분은 사모펀드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설문대상의 720명(71.9%)이 사모펀드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했다.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힌 응답자는 189명(18.9%)로 20%를 밑돌았다.  

현재 MBK와 같은 기관전용 사모펀드가 운용하는 자금(약정액 기준)은 136조원이 넘는다. 우리나라 정부 예산의 5분의 1 수준으로 막대한 규모를 자랑한다. 하지만 사모펀드의 주주 구성, 의사결정구조, 수익률, 인수기업 목록 등은 사모펀드가 스스로 밝히지 않는 이상 알 수가 없다. 이마저도 '크로스 체크' 할 수 없기 때문에 신뢰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는 오는 18일 열리는 홈플러스 사태 해결을 위한 회의의 증인으로 김병주 MBK 회장을 채택했다. 하지만 김 회장은 홍콩과 상하이 등 출장 때문에 참석이 어렵다는 의견을 전달하면서 무책임한 모습을 보이는 사모펀드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더욱더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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