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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한은 "배당 등 주주환원 확대, 韓 기업 밸류업 영향 업종별로 다르다"
    입력 2025.03.17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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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시아경제 ] 주주 보호가 취약한 우리나라에서 주주환원 확대는 대체로 기업가치를 올리는 데 효과적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다만 밸류업 지수 구성 시 업종 특성을 고려해 주주환원뿐 아니라 자본투자 계획에 대해서도 평가해야 한다는 진단이다. 기업가치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업종별로 차이를 보이고 있어서다. 금융업은 주주환원이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높았으나, IT 업종은 소프트웨어·반도체를 중심으로 주주환원보다 자본적지출 영향이 훨씬 컸다.

17일 한국은행은 BOK 이슈노트 '주주환원 정책이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을 통해 이같이 강조했다. 우리나라의 주주 보호 및 기업경영 현황에 대해 G20 회원국 중 16개국 3560개 기업의 2019~2023년 데이터를 활용, 국제 비교를 한 후 주주환원 확대가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실증분석을 실시한 결과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기업가치는 성장성·안정성에 비해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주주 보호 및 주주환원 수준도 상대적으로 미흡했다. 김선임 한은 국민소득총괄팀 차장은 "매출액 성장률(2019~2023년 연평균 2.5%)과 부채비율(2.4)로 보면 우리나라 기업의 성장성과 안정성은 양호한 수준이나, 자본 대비 시가총액(PBR)과 기업가치 측정 지표인 토빈스 큐(Tobin's Q)를 바탕으로 평가한 우리나라 기업가치는 비교 대상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이라며 "우리나라의 PBR(1.4)은 고성장국가(인도 5.5)와 선진국(미국 4.2, 영국 3.3)보다 낮고 Tobin's Q(2.1) 역시 주요국(인도 6.2, 미국 4.8, 영국 3.9)에 비해 낮다"고 짚었다.

기업 지배구조와 정부 규제가 주주 이익을 보호하는 수준을 봐도 우리나라가 주요 분석 대상국 대비 낮다는 설명이다. 우리나라 기업의 평균 주주 보호 점수는 6.8점으로 12위에 머물렀다. 주요 선진국(영국 9.3, 미국 8.9)은 물론 일부 신흥국(브라질 8.2, 인도 7.5)에 비해서도 크게 낮은 수준이다. 경영진의 사적이익 추구를 제재하는 규제 수준을 측정한 사적이익추구 방지 지수(0.47)도 주요국에 비해 낮았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배당, 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율은 비교 대상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이었다. 배당성향(27.2)은 우리나라가 가장 낮으며, 영업현금흐름 대비 주주환원 규모(0.2)도 튀르키예(0.1), 아르헨티나(0.1) 다음으로 저조했다. 주주환원 방식도 배당금 지급에 편중돼 주요 선진국 기업들이 자사주 매입을 적극적으로 실시하는 것과 대조됐다.

현금성 자산은 취약한 주주 보호 수준과 주주환원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인 자본적지출로 분석 대상 국가 중 낮은 편으로 조사됐다. 한국의 영업현금흐름 대비 자본적지출 비중(0.9)은 비교 대상 국가 중 두 번째로 높았다. 총자산 중 현금성 자산 비중(0.08) 역시 주요국(영국 0.12, 미국 0.11)에 비해 낮았다. 통상 주주 보호 수준이 낮은 경우 여유자금을 주주환원에 활용하는데 소극적이어서 기업 내 현금성 자산 보유 규모가 많은 경향이 있다. 현금성 자산은 주주환원, 자본적지출에 활용할 경우 기업가치가 높아질 수 있으나 기업지배구조가 취약하거나 주주 보호 미흡할 경우 경영인이 사적으로 유용할 수도 있어 기업가치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은은 주주 보호 수준이 기업의 현금 활용방식 결정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한 후, 주주환원과 현금보유 행태가 기업가치와 유의한 관계가 있는지 연도·산업·국가 영향을 통제한 패널회귀 분석을 통해 조사했다. 그 결과 주주보호 수준이 높을수록 주주환원은 늘고 현금성 자산 보유 규모는 줄었다. 주주보호가 미흡할 경우 지배주주와 경영자의 재량으로 사용할 수 있는 현금보유 유인이 커진다는 의미다.

또 주주환원 규모가 클수록 기업가치가 높아지며, 주주 보호 수준이 충분히 높은 기업에만 현금성 자산이 기업가치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금성자산의 경우 통상 자본적지출, 배당, 예비적 자금 등으로 활용되면서 기업가치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나 주주보호 수준과 현금성 자산의 교차항을 포함해 분석한 결과, 주주 보호 점수가 일정 수준(6~7점)에 미치지 못해 경영인 사적 유용 문제가 큰 경우 기업가치에 부정적인 것으로 분석됐다.

주주환원 확대 시 기업가치 상승효과는 주주 보호 취약 기업에서 더 큰 것으로 분석됐다. 기업 표본을 주주 보호 점수가 높은 그룹(중간값 이상)과 낮은 그룹(중간값 미만)으로 나눠 주주환원 규모와 기업가치 관계를 추정한 결과다. 반면 현금성 자산은 주주 보호 수준이 양호한 그룹에서 기업가치 확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별로 구분해 실증분석한 결과, IT 업종과 같은 대규모 자본적지출이 필요한 고성장 산업에서는 주주환원이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었다. 김 차장은 "대규모 자본적지출이 필요한 업종의 경우 자본투자 등을 통한 기업가치 제고 효과가 더 크기 때문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반면 금융업 등 자본적지출의 필요성이 적은 산업은 주주환원 확대가 기업가치를 높이는 데 상대적으로 큰 영향을 미쳤다. 자본적지출은 주주보호·환원과 상관없이 기업가치에 양의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투자활동이 기업가치 제고에 핵심적인 요소라는 점을 시사한다.

김 차장은 "주주보호가 취약한 우리나라에서는 주주환원 확대가 기업가치 제고에 효과적"이라며 "중장기적으로 일반주주 보호, 기업 분할·합병 과정에서의 투자자 신뢰 제고 등을 위한 기업지배구조 개선 노력을 꾸준히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기업에 대한 시장평가가 적절히 이뤄지도록 기업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주주환원 확대, 투자계획 공시 등의 활성화를 유도하는 과정에서 주주환원이 자본적지출을 제약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고성장 산업의 경우 자본적지출이 기업가치에 중요한 요소인 만큼 가치 지수 구성 등에 있어 업종 특성을 고려해 주주환원 외에 자본투자 계획에 대해서도 적절히 평가해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차장은 "기업지배구조 개선 노력을 지속하며 주주환원 강화를 유도하는 가운데 성장 속도가 빠른 산업의 자본적지출 확대를 통한 주주 이익 성장과 기업가치 제고가 병행되는 구조를 정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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