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애초 전망보다 0.6%포인트 낮췄다.

OECD는 17일 ‘중간 경제 전망’을 발표하고 한국이 올해 1.5%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12월 OECD는 경제 전망을 발표하면서 한국의 성장률을 기존 2.2%에서 2.1%로 하향 조정했는데, 석 달 만에 다시 0.6%포인트 내렸다. OECD는 “한국의 성장세는 유지될 것”이라면서도 “기존 예상보다는 완만해질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의 성장 전망 하락은 12·3 비상계엄의 여파와 본격화한 미국의 관세전쟁 여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OECD가 직전 전망을 공개했을 때는 두 요인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대내 정치적인 혼란이 매듭지어지지 못한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 정책 등이 한국의 성장에 차질을 준 셈이다.

실제 한국의 하락폭은 멕시코(-2.5%포인트)와 캐나다(-1.3%포인트) 다음으로 크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두 나라를 제외하면 주요국 중에서 성장 동력이 가장 크게 떨어졌다는 의미다. 한국처럼 정치적 혼란을 겪었던 프랑스도 성장 전망치는 0.1%포인트 내리는 데 그쳤다. 인도(-0.5%포인트), 일본(-0.4%포인트), 영국(-0.3%포인트), 독일(-0.3%포인트) 등도 한국보다 하락폭이 작다.

다른 경제 전망 기관들은 이미 한국의 성장률을 대폭 낮췄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달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0%에서 1.6%로 낮췄다. 건설투자 부진에다 개선될 것으로 예상했던 소비 심리마저 꺾인 영향이 컸다. 한국은행 역시 지난달 25일 발표한 수정 경제 전망에서 한국의 실질 경제성장률(GDP) 전망을 1.9%에서 1.5%로 낮췄고, 정부도 올해 경제성장률이 1.8%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경우 지난달 7일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0%를 기존대로 유지했지만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과 하방 리스크가 크다고 평가했다. IMF는 ‘2024년 한국 연례협의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정치적 불확실성 장기화는 투자, 소비 심리에 악영향을 미치고 금융시장 변동성을 확대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2026년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는 2.1%에서 2.2%로 0.1%포인트 올렸다. 소비자물가 전망치는 올해 1.9%, 2026년 2.1%로 각각 0.1%포인트씩 상향했다.

OECD는 올해 전 세계 성장률 전망치에 대해 기존 3.3%에서 0.2%포인트 내린 3.1%로 수정했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 역시 3.3%에서 3.0%로 0.3%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OECD는 올해 미국과 함께 중국을 포함한 대규모 신흥시장의 견고한 성장세로 세계 경제의 회복세가 유지된다고 내다봤다.

주요국 중에서는 미국 성장 전망을 올해 2.4%에서 2.2%로 내리긴 했지만 견고한 민간소비에 힘입어 내수 성장이 굳건한 속도로 지속될 것으로 분석했다. 중국은 성장 전망이 4.7%에서 4.8%로 소폭 올랐다. 정부의 인센티브와 빠른 수출 증가세가 민간 소비를 뒷받침 한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G20 성장 전망은 3.3%에서 3.1%로, 유로존은 1.3%에서 1.0%로 내렸다.

경제 하방 요인으로 무역장벽 확대와 지속되는 인플레이션을 꼽았다. OECD는 무역장벽 확대에 따른 글로벌 경제의 분절화 가능성이 있고, 인플레이션 상승에 따라 통화정책 제약 및 금융시장 변동성 우려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향후 관세인 하 합의와 지정학적 분쟁 해결 등은 상방 요인으로 거론했다.

세종=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