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저축은행중앙회가 오는 6월 말까지 신용정보사(CB), 핀테크 기업, 신용정보원과 함께 신용평가시스템(CSS) 조직을 구성한다. 올해 말에서 내년 상반기까지 표준 CSS 고도화 모델을 구축해 지방·중소 저축은행에 보급할 예정이다. 표준 CSS 보급으로 씬파일러(금융이력부족자) 발굴 및 서민금융 공급 실적이 늘고 중소 저축은행 가계신용대출 영업 역량이 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방·중소 저축은행들은 사업이 구체화하면 도입을 검토하겠다며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28일 금융위원회와 중앙회에 따르면 중앙회, CB, 핀테크사, 신용정보원 등으로 구성된 상시 CSS 공동관리 조직이 2분기에 가동될 예정이다. 업체 선정 작업은 아직 시작하지 않았다. 나이스평가정보, 코리아크레딧뷰로(KCB)가 CB 업체로 선정될 가능성이 크다. 핀테크사 중에선 네이버파이낸셜, 토스, 피에프씨테크놀로지스(PFCT·옛 피플펀드) 등이 후보로 거론된다.
조직 구성이 끝나면 표준 CSS 고도화 체계 구축 작업을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 ▲고객 데이터 적용 범위 설정 ▲영업 정보 공유 체계 구축 ▲고객 주요 정보(신용도 등) 샘플링 작업을 한다. 고객 데이터를 표준 CSS에 어디까지 적용할지가 관건이다. 전국 저축은행 고객 데이터를 모두 적용할지, 중·저신용자 및 소상공인 데이터만 적용할지 논의할 예정이다. 고도화 모델 구축 작업이 끝나면 79개 저축은행에 중앙회가 공문을 보내는 방식으로 신청을 받을 예정이다.
상반기 표준 CSS 관리 조직 업체 선정을 마무리할 경우 연말에서 내년 상반기까지 고도화된 표준 CSS가 전국 저축은행에 보급될 전망이다. CSS 개발 기간은 통상 6~12개월 걸린다. 예를 들어 애큐온저축은행의 경우 2023년 9월 CSS 개발을 시작해 지난해 1월에 개발을 끝냈다. 안정화 작업을 거친 뒤 같은 해 4월 적용했고, 도입까지 7개월 걸렸다. 한국투자저축은행은 자체 CSS 리뉴얼을 하는 데 6개월가량 걸렸다.
표준 CSS 구축 비용은 자체 CSS의 3분의 1에서 절반 수준으로 알려졌다. CSS 개발 비용은 비공개 사항이지만, 한 서울 대형 저축은행이 자체 CSS 도입에 약 70억~80억원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중앙회가 추진 중인 표준 CSS 고도화 작업 비용은 10억원 미만 수준일 것으로 추측한다.
지난해 말 기준 79개 저축은행 중 77곳이 CSS 모델을 구축했다. 대형 저축은행(자산 1조원 이상)과 지주계열 저축은행 32곳은 자체 개발 CSS를 보유했다. 나머지 45곳은 중앙회가 제공하는 표준 CSS에 의존한다. 45곳 중 일부 지방 저축은행은 표준·자체 CSS 둘 다 쓴다.
표준 CSS가 고도화되면 지방·중소 저축은행 가계신용대출 사업 비중이 커져 영업 역량이 강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가계신용대출이 기업신용대출보다 사업 안정성이 높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 자산 3000억원 미만 저축은행 17곳 가계신용대출 비중은 3.6%였던 반면 2조원 이상 저축은행 18곳은 34.4%에 달했다. 상위 10개 저축은행 가계신용대출 비중은 78.9%에 달한다.
또 저축은행 업권 전체적으로 중·저신용자 대출 금리가 급등하는 '금리 단층' 현상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객 신용평가 정보 취득이 늘고 신용평가시스템이 개선되면 저축은행들이 차주(고객)의 상환 능력을 정확히 평가할 수 있어 중·저신용자 대출 금리도 낮아질 수 있다. 저축은행 고객 신용점수별 평균 대출 금리 격차는 중·저신용자 구간에서 급격히 벌어진다. 신용평점 하위 40% 고객 평균 금리는 7.87%, 하위 30% 고객은 14.72%로 두 배가량 차이 났다. 반면 시중은행은 신용점수 하위 40%(5.53%)와 하위 30%(5.97%) 고객 대출 금리가 비슷했다.
뿐만 아니라 금융 사각지대에 빠진 씬파일러를 발굴하고 수도권-비수도권 저축은행 간 여신 사업 양극화를 줄일 수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수도권 저축은행 여신 사업 비중은 65.7%인 반면 비수도권은 34.3%에 그쳤다. 인구 비중은 수도권 50.9%, 비수도권 49.1%로 비슷했지만, 저축은행 여신 실적은 두 배 가까이 벌어졌다. 지방 저축은행의 서민 금융 공급 실적이 저조하다는 의미다.
지방·중소 저축은행들은 정부와 중앙회의 표준 CSS 고도화 보급 사업을 반기고 있다. 표준·자체 CSS 모두 쓰는 호남 저축은행 관계자는 "중앙회 주도 표준 CSS 고도화·보급 사업이 구체화하면 자사뿐 아니라 다른 지방 저축은행들도 비용 절감을 위해 이를 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경남 저축은행 관계자도 "자체 CSS를 구축할 여력이 부족한 지방·중소 저축은행들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중앙회 관계자는 "표준 CSS 고도화 사업이 얼마나 실효성 있는지 보려면 보급 후 1~3년은 지켜봐야 할 것"이라면서도 "확실히 지방 씬파일러 가계신용대출 실적은 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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