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지난 27일 부산 강서구 가덕도 대항전망대에서 바라본 대항마을에는 회색 안개가 낮게 내려앉아 있었다. 짙은 안개 탓에 하늘과 바다 경계도 흐릿했다. 바닷바람은 방향을 잃은 듯 사방에서 불었다. 600여명(450가구)이 사는 이 작은 어촌 위로 언젠가 24시간 비행기가 뜨고 내리게 된다.
◆해상·항공 물류가 만나는 곳= "조류충돌 어떻게 할 겁니까?" 기자단과 정부 관계자들이 도착하자마자 한 중년 여성이 외쳤다. '가덕도를사랑하는시민모임'에서 나온 그는 '조류충돌! 무안공항의 353배'라는 노란 글씨가 적힌 현수막을 들고 있었다. "대마도에서 부산으로 오는 조류 이동 최단 경로가 바로 여깁니다." 이어 그는 안개 낀 하늘을 가리켰다. "오늘은 그나마 나은 편이에요. 이곳엔 안개가 자주 낍니다."
말 많고 탈 많은 사업이란 게 실감 났다. 반대 측은 "지반이 불안정하다" "경제성 낮다"고 지적한다. 선거 때마다 이슈가 확 커져 정치 논리가 섞였다는 비판도 많았다.
정부가 보는 가덕도신공항은 단순한 항공시설이 아니다. 수도권 집중을 완화할 '국토 균형발전 카드'이자 부산항과 연계된 글로벌 물류 허브다. 이윤상 가덕도신공항건설공단 이사장은 "운송 기능을 넘어 지역 고용과 산업을 집약하는 성장 거점이 목표"라며 "수도권으로 빠져나가는 젊은 인재도 붙잡을 수 있다" 했다. 공단은 건설 과정에서 12만8000명, 개항 이후에는 하루 7만2000명(2065년 기준)의 유입 인구를 예상한다.
신공항엔 항공화물 전용 터미널(1만7200㎡)과 관련 부지(9만8000㎡)가 조성된다. 확장 부지 4만7000㎡도 확보해 전자상거래 물류센터, 씨앤에어(Sea & Air) 복합물류 단지, 화주 터미널 등 새로운 물류 모델 유치를 추진 중이다. 현재 중국발 화물은 부산항을 거쳐 인천공항으로 올라간 뒤 해외로 나가는 구조다. 물류 동선이 우회하면서 시간과 비용 부담이 크다. 공단은 이 물류 일부를 신공항이 흡수해 남부권 거점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고 본다.
◆바다 위 초대형 공항= 인근 김해공항은 도심 입지 탓에 야간 운항(오후11시~오전6시)이 제한돼 이용객 불편이 크다. 동시에 국제선 수요는 급증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김해공항 국제선 수요를 870만~890만명으로 예상했지만 실제 이용객은 900만5800명을 넘겼다. 국제선 수용 능력(830만명)도 이미 초과했다.
신공항은 현재 기본설계 마무리 단계에 있다. 부지조성공사 시공사인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다음 달 28일 기본설계를 제출할 예정이다. 이후 심의를 거쳐 적격 판정을 받으면 6개월간 실시설계를 진행해 연내 완료하는 게 목표다. 공단은 이 과정에서 진입 도로와 가설 건축물 등 우선시공분 실시설계도 함께 받을 계획이다. 일정이 순조로우면 올해 안에 일부 착공도 가능하다.
신공항은 김해공항보다 1.8배 넓은 667㎡(202만평) 규모다. 이 중 59%는 해상 매립지다. 가덕도 국수봉과 남산봉을 깎아낸 흙과 돌로 바다 약 2억1600만㎥를 메운다. 63빌딩(56만㎥) 386개를 채울 수 있는 분량이다.
개항 목표는 2029년 12월이다. 신공항에는 16.5km 길이 복선 철도와 4차로 도로가 연결된다. 부산 도심과 직접 연결되는 교통망은 현재로선 부산시가 추진 중인 민자 급행철도(BuTX)가 유일하다. 개통 시 부산역~공항 간 소요 시간은 17분으로 예상된다. 이 이사장은 "부산역과 바로 잇는 공공 교통망은 아직 없다"며 "개항 뒤 도로 정체가 불가피한 만큼 철도망 확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총사업비는 15조6427억원이다. 이 중 공항 13조7011억원, 도로 6468억원, 철도 1조2948억원을 투입한다.
◆연약지반 안정화 핵심…조류·급변풍 대비책 마련= 해상 매립지에 건설되는 신공항은 안전성 논란이 이어져 왔다. 이 이사장은 "핵심은 30~50m 깊이 연약 지반 안정화"라며 "이 문제가 해결되면 땅이 한쪽으로만 가라앉는 부등침하도 막을 수 있다"고 했다. 신공항에는 시정 거리 200m만 확보돼도 이착륙이 가능한 '카테고리 3' 등급 항행 시설이 설치된다. 이 이사장은 "인천공항도 개항 전 안개 우려가 컸지만 실제 결항률은 0.1%에 불과하다"고 했다.
조류 충돌 위험에 대해선 "현재 수치는 조류 분포만 기준으로 한 이론값"이라며 "기존 공항처럼 퇴치 활동이 반영되지 않아 높게 나올 수밖에 없다"고 했다. 공단은 조류 탐지 레이더(1기당 약 30억원)와 열화상 감지 카메라 설치를 검토 중이다. 급변풍(윈드시어) 우려에 대해서도 "1997년부터 2023년까지 27년 치 풍향·풍속 자료를 재검토한 결과, 활주로 방향에는 문제가 없었다"며 "주된 바람은 북서풍, 강풍은 동풍 계열로 기존 계획과 일치한다"고 했다.
활주로는 길이 3500m, 폭 45m 규모 1개로 시작한다. 정부는 2065년 기준 국제 여객 2326만명, 국제 화물 33만5000t 수요를 예상한다. 이 이사장은 "활주로는 많을수록 좋지만, 현재 계획은 부산시 신청에 따라 1개로 확정됐고 이에 맞춰 기본계획이 수립됐다"고 했다. 이어 "세계적으로도 활주로 1개로 연 4000만 명 이상 처리하는 공항도 있다"며 "운영 후 수요 증가 추이를 보고 추가 여부를 판단해도 늦지 않다"고 했다. 활주로 폭이 좁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2018년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기준 개정으로 최신 항공기 운항 기술과 항행 시설 정밀도가 향상돼 기존보다 좁은 활주로 폭으로도 (대형 항공기) 이착륙이 가능하다"고 했다.
보상비는 당초 2700억원에서 4700억원으로 증액됐다. 해상 보상은 마무리 단계이고 육지 보상은 다음 달부터 시작된다. 연내 보상 완료가 목표다. 이 이사장은 "주민 대부분은 공항 건설엔 공감하지만, 생계 터전을 옮겨야 하는 만큼 보상 대책에 대한 요구가 크다"고 했다.
경제성이 낮다는 지적에 대해 이 이사장은 "지방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은 비용 대비 편익(B/C)이 1을 넘기 어렵다"며 "공항은 활주로만 지으면 노선 확보에 큰 비용이 들지 않는 구조"라고 했다. 단순 수치로 경제성을 판단하긴 어렵다는 설명이다. B/C가 1보다 작으면 투자 대비 효과가 낮다는 의미다.
김해공항과의 분리 운영에 대해선 "현재는 가덕도는 국제선, 김해는 국내선 전용으로 운영할 계획"이라며 "내항기 운항 여부는 개항 후 검토하겠다"고 했다. 인천공항도 과거 국제선을 김포공항과 나눠 운영하려다 항공사 형평성 문제로 모두 인천으로 일원화했다.
올해는 우선 시공분 착공, 여객터미널 기본설계 마무리, 인허가 절차 완료 등에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이 이사장은 "지난해부터 벽돌을 한 장씩 쌓아 올리는 심정으로 공항 기반을 다져왔다"며 "안전과 품질만큼은 국민이 걱정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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