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이코노미뉴스 윤남웅] 고물가 시대 유통업계가 ‘자체 브랜드(PB)’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물가 부담에 지친 소비자들에게 합리적 가격과 안정된 품질을 앞세운 PB 상품이 대안으로 떠오르면서, 유통업체 간 PB 경쟁이 점점 더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유통채널 전반에 걸쳐 대형마트, 편의점, 온라인 플랫폼까지 PB를 전면에 내세운 프로모션과 리뉴얼 작업이 잇따르고 있다.
대형마트, 브랜드 재편·할인 전략 병행
롯데마트는 4월 10일부터 30일까지 ‘PB 페스타’를 열고, 자체 브랜드인 ‘오늘좋은’과 ‘요리하다’ 상품 500여종을 최대 50%까지 할인 판매한다. 이번 행사는 물가 상승기에 가성비 소비를 원하는 고객 수요를 반영해 마련됐다.
대표 상품으로는 ‘오늘좋은 부드러운 3겹 화장지’(28m·30롤)를 기존보다 1000원 저렴한 9900원에, ‘오늘좋은 락스’, ‘과탄산소다’, ‘천연펄프 키친타월’ 등 생활 필수품들도 20% 할인된다. 1만5000원 이상 PB 제품을 구매하면 위생백·장갑·지퍼백 중 하나를 증정하는 사은 이벤트도 병행된다.
롯데마트는 연초부터 주요 PB 상품 가격을 선제적으로 인하해왔다. 지난 1월 ‘백미밥’, ‘웨이퍼롤’ 등 12개 품목 가격을 최대 16% 인하한 데 이어, 3월에는 ‘1등급 우유(900㎖·2개)’ 가격을 3% 낮춰 3790원에 판매 중이다.
이마트는 2015년 출시한 PB ‘노브랜드’를 중심으로 독립 매장 운영과 글로벌 진출에 주력하고 있다. 2024년 기준 노브랜드 연매출은 1조3900억원을 기록했으며, 올해는 1조4000억원 돌파가 유력하다. 이는 론칭 첫해(234억원) 대비 59배 성장한 수치다.
현재 노브랜드는 미국, 중국, 일본, 유럽, 동남아 등 20여개국에 진출해 있으며, 2024년 12월 라오스에 1호점을 정식 오픈하는 등 해외 사업 확장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상품 개발 역시 식품에서 생필품, 리빙제품으로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홈플러스는 올해 2월 기존 PB 브랜드인 ‘홈플러스 시그니처’와 ‘심플러스’를 하나로 통합하고, 식품과 비식품을 아우르는 ‘심플러스 메가PB’를 새롭게 출범시켰다. 약 1400종의 제품군은 ‘꼭 필요한 품질만 심플하게’라는 슬로건을 앞세워 리뉴얼됐으며, 연내 2000종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특히 간편식과 밀키트 중심의 ‘홈밀(Home Meal)’ 시리즈를 중심으로 차별화된 간편 미식 PB 라인업도 강화 중이다. PB 매출은 2024년 기준 품목별 최대 67% 성장하며 빠르게 실적을 끌어올리고 있다.
편의점도 PB 전쟁 돌입... 초저가·카테고리 확장
편의점 업계도 PB 상품을 핵심 수익원으로 삼고 있다.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CU는 ‘득템 시리즈’로 대표되는 초특가 PB 라인업이 2023년 기준 누적 5000만개 이상 판매되며 돌풍을 일으켰다. 2024년엔 PB 매출이 전년 대비 21.8% 증가하는 등 성장세가 뚜렷하다.
이에 발맞춰 CU는 기존 브랜드 ‘헤이루(HEYROO)’를 ‘피빅(PBICK)’으로 리브랜딩하고, 식품을 넘어 생필품, 소형 가전까지 카테고리를 확장하고 있다.
GS리테일의 GS25 역시 지난해 선보인 초저가 PB ‘리얼프라이스’가 출시 1년 만에 누적 매출 500억원을 돌파했다. GS25는 올해 1분기 13종의 신제품을 추가 출시했으며, 연내 PB 상품군을 100종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세븐일레븐은 PB 차별화를 위해 식품 외 카테고리까지 확장에 나섰다. 4월에는 자체 브랜드 ‘세븐셀렉트’를 통해 수피마 원단의 9천원대 티셔츠를 출시했고, 이달 중순에는 양말 8종도 새롭게 선보인다. 패션·뷰티를 미래 성장 동력으로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지난 3월에는 전국 가맹점주를 대상으로 ‘2025 상품 전시회’를 열고, 푸드 품질 경쟁력 강화와 PB 차별화 확대를 핵심 전략으로 제시한 바 있다.
PB 상품은 제조 단가가 낮고 자체 유통망을 활용해 마진 구조가 유리한 만큼 유통업체 입장에서는 핵심 성장 동력으로 꼽힌다. 특히 소비자가 ‘저렴하지만 믿을 수 있는 상품’을 찾는 시점에서 PB는 브랜드 충성도와 수익성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PB는 단기적인 판촉 수단을 넘어 기업의 브랜드 경쟁력 자체를 상징하는 핵심 전략”이라며 “이커머스와 플랫폼 기업들도 PB 강화에 뛰어드는 상황에서, 오프라인 유통사들도 차별화된 PB 전략 없이는 경쟁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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