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尹 지지자·유튜버 참여로 갈등 심화
대학가는 교내 안전관리 방안 고심
尹계엄, 국가 위험도 조사에도 악영향
25위서 34위로, 하락폭 네번째로 커
'결함있는 민주주의' 집단으로 떨어져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임박하면서 3·1절 연휴 양 진영이 반으로 갈라진 가운데 대학가마저 탄핵 찬반 집회로 몸살을 앓고 있다.
전국 대부분 대학가가 개강하는 4일을 기준으로 주요 대학들은 이미 탄핵 찬반 시국선언을 마쳤거나 추가 집회를 계획하고 있다. 전날엔 중앙대와 충남대, 전북대 등에서 탄핵 찬반 집회가 열렸으며, 지난 1일엔 전국 33개 대학 연합체 '자유수호대학연대' 회원 등 2500여명이 서울 대학로에서 탄핵 반대 시국선언을 진행했다.
탄핵 관련 집회는 지난달 서울대를 시작으로 연세대, 성균관대 등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다. 한국외대에선 오는 7일 2차 '탄핵찬성' 시국선언이 제안된 상태고, 한양대와 숙명여대는 탄핵 반대 시국선언 서명을 받고 있다.
대학가 탄핵 집회는 탄핵 반대 측이 집회 신고를 하면 찬성 측이 맞불 집회를 열어 대치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중앙대를 포함한 연세대(2월 10일)와 서울대(2월 15일·17일) 등에서 이런 양상으로 맞불 집회가 열렸고, 일부에선 충돌 상황까지 연출됐다.
대학가 탄핵 집회엔 재학생과 졸업생뿐만 아니라 정치 유튜버들과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도 모여든다. 중앙대만 해도 탄핵 촉구와 반대 진영 양측이 각각 20~30여명 규모였지만, 윤 대통령 지지자와 유튜버 100여명이 모여들면서 규모가 커졌다.
한편 한국이 전 세계 100개 나라를 대상으로 한 국가 위험도 조사에서 9계단이나 후퇴했다. 윤석열 대통령 계엄 여파로 인한 정치적 불안이 커지면서 전년 대비 점수가 낮아졌기 때문이다. 하락 폭도 전체 조사국 중 네 번째로 컸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신용평가사인 일본의 R&I(Rating & Investment Information)가 올해 1월 실시한 국가 위험도 조사에서 한국은 34위를 기록했다. 이전 조사(25위) 때보다 9계단이나 낮아진 것이다. JCR과 더불어 일본 양대 신용평가사로 꼽히는 R&I는 전 세계 100개국의 주요 국내 은행·싱크탱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점수를 산출한다.
한국의 이번 평가 점수는 7.3점으로 작년 대비 0.3점 하락했다. 조사 대상국 중 네 번째로 큰 하락 폭이다. R&I는 윤석열 대통령의 12월 계엄령 선포와 그로 인한 정치적 불안이 신용 등급 하락의 주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계엄 사태로 인한 신인도 하락은 곳곳에서 관측된다. 최근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부설 경제분석기관인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이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발표한 민주주의 지수 2024'에서 한국은 32위에 올랐다. 2023년 평가에서는 전년보다 2계단 올랐지만, 작년에는 10계단이나 떨어졌다.
한국은 평가 총점에서 10점 만점에 7.75점으로, 2023년의 8.09점(22위)보다 내려갔다. 7.75점은 2006년 EIU가 지수 산출을 시작한 이래 한국이 받은 가장 낮은 점수다. 그러면서 2020년부터 4년 연속 포함된 '완전한 민주주의' 집단에서 '결함 있는 민주주의' 집단으로 내려갔다. EIU는 보고서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선포 시도에 따른 여파는 의회에서, 그리고 국민 사이에서 양극화와 긴장을 고조시켰고 2025년에도 지속할 것 같다"며 "한국의 민주주의에 대한 대중의 불만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R&I 국가 위험도 조사에서는 한국 외에도 아시아 국가들의 낙폭이 두드러졌다. 방글라데시는 2012년 8월 하시나 정권이 붕괴한 이후 1.0점 하락해 조사 대상국 중에서 가장 큰 폭으로 점수가 떨어졌다. 이에 따라 순위도 기존 60위에서 83위로 급락했다. 하시나 정권은 1971년 방글라데시 독립 이후 인도와 가장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온 정부였다.
중국과 인도의 신용 평가도 각각 0.1점씩 하락했다. 중국은 부동산 시장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경제 회복세가 둔화하고 있으며, 인도는 모디 행정부가 3기 임기에 접어들면서 연립 정부 내 정책 조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닛케이는 짚었다.
최영찬 기자 elach1@asiae.co.kr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추명훈 기자 chox2mh@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