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제주도의 모습은 다양하다. 복잡한 듯 한가롭고 무엇보다 자연이 아름답다. 발길 닿고 눈 돌리는 곳의 자연풍광은 곧 감동이 된다. 특히 이맘때의 제주는 한마디로 환상적이다. 보기만 해도 저릿한 설렘을 자아내는 봄꽃, 유채꽃은 제주 곳곳을 노랗게 물들이고 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더 제주의 봄을 아름답게 즐길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가파도 청보리밭이다.
가파도는 제주 본섬과 국토 최남단 서귀포시 대정읍 마라도 사이에 있다. 제주도의 부속도서 가운데 우도 다음으로 큰 섬으로 서울 여의도의 3분의 1 정도다.
서귀포 운진항에서 배에 오른 지 10여분 만에 가파도 선착장에 닿았다. 청보리축제가 열리는 5월6일까지는 30분 간격으로 운항이 증편된다. 축제에 맞춰 가파도를 찾은 여행객들로 섬은 알록달록 더 화려해졌다.
가파도의 봄은 푸르름으로 파도친다. 이곳의 보리밭은 53만㎡로 섬 면적의 60% 정도를 차지한다. 청보리는 '향맥'이라는 제주 향토 품종으로, 전국에서 가장 먼저 길고 푸르게 자라 봄이 되면 푸른 물결이 굽이치는 장관을 연출한다.
지난겨울 추운 날씨 탓에 푸르름을 자랑하는 청보리는 아직 덜 자랐지만 유채꽃, 무꽃과 어우러지며 멋진 풍경을 만들어 내고 있다. 관광객들은 푸른 청보리밭과 노란 유채꽃에 반하고, 막힌 것 없는 시원한 풍경에도 푹 빠진다.
서울에서 왔다는 한 여행객은 "익어가는 보리밭을 기대하고 왔지만 아직 덜 자라 아쉽다"면서 "그러나 초록빛과 어우러진 유채밭과 시원한 풍경이 너무 아름답다"며 즐거워했다.
가파도는 상동과 하동, 두 마을로 이뤄졌다. 섬 전체를 걸어서 둘러보려면 2시간 정도는 잡아야 한다. 상동 선착장에서 왼쪽으로 자박자박 걷다 보면 '6개의 산'이란 이정표와 만난다. 제주의 산 7개 가운데 영주산을 제외한 한라산, 산방산 등 6개의 산을 볼 수 있다는 곳이다. 이정표를 지나면 멀리 국토의 막내 마라도가 아스라이 보인다.
가파도엔 전깃줄이 없다. 지중화 공사로 전깃줄은 땅에 묻혔고, 풍경을 망치던 전봇대도 자연스레 사라졌다. 단순하면서도 정갈한 옛 모습 그대로다. 그래서 가파도를 가장 제주다운 제주라고 하기도 한다.
요즘 가파도는 온통 보리 물결이다. 집이 들어선 곳을 제외하면 섬 전체가 보리밭이다. 4.3㎞ 해안도로 사이사이로 농로와 마을 길이 나 있어 어디를 걸어도 넓고 시원하고 평화롭다. 걷는 게 불편하면 선착장 인근에서 자전거를 빌리는 것도 좋다. 1~2시간 돌면 섬의 구석구석까지 둘러볼 수 있다.
보리밭 사이를 지나 마을 안길과 해안, 밭담을 따라 일주하는 5㎞의 가파도 올레길(10-1코스)도 색다른 묘미를 선사한다. 오르막이 별로 없고 길이도 길지 않아 '놀멍 쉬멍(놀며 쉬며의 제주어)' 걷기 딱 좋다. 길을 따라 걷다 허기가 진다면 해녀들이 갓 잡은 해삼, 전복, 성게, 소라, 돌미역 등도 맛볼 수 있다.
하동방파제에서 주민들이 물 긷고 빨래하던 '동항개물', 물질 끝낸 해녀들이 곁불을 쬐던 '불턱' 등을 지나 하동포구에서 섬 가운데를 가로지르면 중간지점에 가파초등학교가 있다. 초등학교를 지나 선착장 방향으로 조금 더 내려가면 가장 아름다운 풍경을 만날 수 있다. 노란 유채밭과 초록빛 청보리밭, 그 너머로 보이는 푸른 제주바다는 한마디로 환상적이다.
◆여행메모
가파도는 서귀포 운진항에서 5㎞ 정도 떨어져 있고 국토 최남단인 마라도 위쪽에 위치한 섬이다. 신분증을 지참해야 한다. 운진항에서 배로 10분 걸린다. 배편은 오전 8시40분부터 오후 4시50분까지 평균 30분 간격으로 운항한다. 축제기간에는 증편된다. 가파도 선착장에서는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10분까지 본섬으로 운항한다.
조용준 기자 jun21@asiae.co.kr김보람 기자 kbram645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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