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연구팀 "거미줄에 걸린 수컷 신호를 암컷 신호처럼 조작해 다른 수컷 유인"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거미줄에 걸린 수컷 반딧불이가 내는 반짝이는 신호를 수컷을 유혹하는 암컷 신호처럼 조작해 다른 수컷들을 거미줄로 유인하는 방식으로 사냥하는 거미가 발견됐다.
중국 화중농업대 푸신화 박사와 후베이대 리다이친 교수팀은 20일 과학 저널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서 산왕거미(Araneus ventricosus)가 거미줄이 걸린 수컷 반딧불이의 신호를 암컷 신호처럼 조작해 다른 수컷을 유인한다는 사실을 관찰과 실험을 통해 확인했다고 밝혔다.
반딧불이는 배에 있는 발광체의 펄스 신호로 서로 소통한다. 연구에 사용된 압스콘디타 터미널리스(Abscondita terminalis) 반딧불이는 수컷의 경우 발광체 두 개의 다중 펄스(multi-pulse) 신호로 암컷을 유인하고 암컷은 발광체 하나의 단일 펄스(single-pulse) 신호로 수컷을 유인한다.
논문 제1 저자인 푸신화 박사는 산왕거미 거미줄에 걸린 반딧불이가 대부분 수컷이고 암컷은 거의 없다는 사실을 발견하면서 이 연구에 나섰다며 거미가 거미줄에 걸린 수컷 반딧불이의 발광 신호를 조작해 다른 수컷들을 유인하는 게 아니냐는 가설을 세웠다고 말했다
연구팀이 거미 행동과 반딧불이 신호를 관찰할 수 있는 현장 실험을 한 결과 거미줄에 거미가 없을 때보다 거미가 있을 때 수컷 반딧불이가 거미줄에 더 자주 붙잡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거미줄에 거미가 있는 경우(S+)와 없는 경우(S-), 수컷 반딧불이가 암컷 신호를 내는 경우(F+)와 암컷 신호를 내지 않는 경우(F-) 거미줄에 다른 수컷 반딧불이가 얼마나 유인돼 잡히는지 관찰하는 실험을 했다.
그 결과 거미가 있고 수컷 반딧불이가 암컷 신호를 내는 경우(S+F+)에 수컷 반딧불이가 유인돼 잡히는 수가, 거미가 있고 수컷 반딧불이가 암컷 신호를 내지 않는 경우(S+F-)나 거미가 없고 수컷 반딧불이가 암컷 신호를 내거나 내지 않는 경우(S-F+, S-F-)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거미줄에 걸린 수컷 반딧불이는 거미가 있을 때는 암컷 반딧불이의 단일 펄스 신호와 유사한 빛을 내지만 거미줄에 혼자 있을 때는 다른 수컷을 유인하는 신호를 거의 내지 않았다.
연구팀은 이는 거미가 거미줄에 걸린 수컷 반딧불이가 암컷 신호를 내도록 조작하는 방법으로 다른 수컷을 유인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밝혔다.
하지만 수컷 반딧불이가 암컷 신호를 내게 만드는 것이 거미의 독인지, 아니면 거미가 무는 것 자체인지 등은 알 수 없다며 이를 밝혀내기 위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연구팀은 덧붙였다.
이어 "이 연구 결과는 동물이 간접적이면서도 역동적인 신호를 사용해 아주 특정한 먹이를 사냥 목표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포식자가 소리나 페로몬, 또는 다른 소통 신호를 기반으로 먹이 동물의 행동을 조작해 사냥하는 사례가 자연에 더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 출처 : Current Biology, Daiqin Li et al., 'Spiders manipulate and exploit bioluminescent signals of male fireflies', https://cell.com/current-biology/fulltext/S0960-9822(24)00914-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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