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구팀 "비단뱀 심장 변화 확인…심장 질환 치료법 개발에 활용 기대"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1년 동안이나 굶다가 갑자기 자기 몸무게보다 더 큰 먹이를 삼키기도 하는 비단뱀은 먹이 소화를 위해 심장이 대폭 커지고 심박수가 두 배 증가하면서 신진대사 속도가 급격히 빨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볼더 콜로라도대(CU Boulder) 레슬리 레인완드 교수팀은 22일 과학 저널 미 국립과학원 회보(PNAS)에서 비단뱀이 거대한 먹이를 삼킨 후 소화를 위해 24시간 동안 심장이 25% 커지고 심박수가 두 배 증가하면서 신진대사 속도가 40배 빨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 놀라운 과정은 심장 조직이 딱딱해지는 심장섬유증을 비롯해 뱀이 강한 저항력을 가진 것으로 보이는 여러 질병의 새 치료법 개발에 영감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레인완드 교수는 "비단뱀은 야생에서 수개월 또는 1년간 먹지 않고 살 수 있고, 그러다가 자기 몸무게보다 더 큰 것을 삼켜서 소화하기도 한다"며 "비단뱀이 인간에게 해가 될 수 있는 것들로부터 심장을 보호하는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종에 따라 최대 6m 이상 자라는 비단뱀은 아프리카, 남아시아, 호주 등에 서식하며, 오랜 기간 먹이를 먹지 않다가 사슴 한 마리를 통째로 삼키기도 한다.
레인완드 교수팀은 이전 연구에서 비단뱀의 심장은 먹이를 먹은 뒤 일주일에서 10일 동안 훨씬 커지고 심박수가 두 배 증가하며, 혈류가 순환 지방으로 유백색으로 변하면서 심장 조직에 영양을 공급한다는 사실을 밝혀낸 바 있다.
연구팀은 후속 연구인 이번 실험에서 28일간 금식한 비단뱀에게 체중의 25%에 해당하는 먹이를 먹인 뒤 먹이를 주지 않은 뱀과 비교했다.
그 결과 먹이를 먹은 비단뱀의 심장은 24시간 동안 25% 정도 커지고 심장의 팽창과 수축을 돕는 특수한 근육 다발인 근섬유가 급격히 부드러워지면서 약 50% 더 큰 힘으로 수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양한 유전자들의 작용으로 신진대사 속도가 40배나 빨라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2주 후 먹이가 다 소화되고 난 다음에도 심장은 먹이를 먹기 전보다 여전히 약간 더 크고 강한 상태를 유지됐으나 다른 모든 시스템은 정상으로 돌아왔다.
연구팀은 또 먹이를 먹은 비단뱀은 단식한 뱀과는 다르게 특정 유전자가 켜지거나 꺼지는 후성유전학적 차이를 보였다며 이런 변화가 먹이를 먹은 후 심장이 설탕 대신 지방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도록 만드는 것으로 보이지만 이를 더 정확히 밝혀내려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레인완드 교수는 "이 연구 결과는 비단뱀이 단 24시간 만에 자기 심장을 근본적으로 개조해 훨씬 부드럽고 훨씬 에너지 효율이 높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비단뱀의 이런 심장 메커니즘을 밝혀내면 심장 질환 치료에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출처 : PNAS, Leslie A. Leinwand et al., 'Postprandial cardiac hypertrophy is sustained by mechanics, epigenetic, and metabolic reprogramming in pythons', https://www.pnas.org/doi/10.1073/pnas.2322726121
scite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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