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연구팀 "개미귀신, 죽은 척하다 깨어난 후 숨을 곳 탐색"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개미지옥을 만들어 곤충을 잡아먹는 개미귀신(유럽 명주잠자리 애벌레)은 천적을 만나면 죽은 척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언제까지 죽은 척해야 하고 그다음 행동은 무엇일까? 실험 결과 개미귀신이 죽은 척하는 시간은 개체마다 크게 달라 예측할 수 없고, 깨어난 다음 보이는 행동은 개미귀신이 있는 곳의 바닥 특성에 따라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브리스톨대 나이절 프랭크스 명예교수팀은 24일 과학 저널 플로스 원(PLoS ONE)에서 개미귀신을 종이와 깊이 2.3㎜ 얕은 모래, 깊이 4.6㎜ 모래 위에 떨어뜨리고 행동을 관찰하는 실험을 통해 이런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많은 동물이 천적과 만났을 때 도망가는 게 불가능할 경우 죽은 척하는 행동을 한다. 이것이 생명을 보장해주지는 않지만 천적이 이미 죽었거나 부패한 것을 먹지 않는 동물일 경우 등일 때 의외로 효과를 거두기도 한다.
하지만 천적이 옆에 있는 상태에서 다시 움직이면 바로 잡아먹힐 수 있기 때문에 얼마 동안 죽은 척해야 하는지도 생존에 중요하다.
연구팀은 이전 연구에서 개미귀신이 죽은 척하는 시간이 개체마다 다르고, 같은 개체도 실험할 때마다 달라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짧을 경우 몇 초, 긴 경우 한 시간 이상 죽은 척하는 개미귀신도 있었다.
연구팀은 이 연구에서 개미귀신을 종이와 깊이 2.3㎜ 얕은 모래, 깊이 4.6㎜ 깊은 모래 위에 떨어뜨리고 90분간 촬영해 개미귀신이 얼마나 오래 움직이지 않는지, 다시 움직인 후 어떤 행동을 하는지 등을 분석했다.
종이에서는 보통 땅을 파고 숨는 개미귀신이 숨는 게 불가능하고, 얕은 모래는 땅을 팔 수는 있지만 숨을 수는 없으며 깊은 모래는 땅을 파고 숨는 게 가능하다.
실험 결과 개미귀신이 죽은 체하는 시간은 3가지 바닥에서 모두 개체마다 달랐고, 움직인 후 행동도 바닥에 따라 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종이에 떨어진 개미귀신은 천적 접촉 후 죽은 체하는 시간이 짧아지고 이동시간이 길어졌으며 순간 속도도 증가했다. 딱딱한 바닥에서 벗어나 숨을 곳을 빨리 찾기 위한 행동으로 추정됐다.
얕은 모래에서는 종이에서보다 이동시간은 소폭 늘고 죽은 체하는 시간은 소폭 감소했다. 숨을 수 있는 깊이의 모래를 찾기 위한 탐색 행동으로 보인다.
그러나 재빨리 땅을 파고 숨을 수 있는 깊은 모래에서는 천적 접촉 후 죽은 체하는 시간과 이동시간에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프랭크스 교수는 "이 연구는 동물이 죽은 체하기 다음에 어떤 행동을 하는지 살펴본 첫 연구일 것"이라며 "이는 광범위한 동물에서 나타나는 죽은 체하기(thanatosis) 이후 삶을 연구하는 한 분야의 문을 여는 것"이라고 말했다.
◆ 출처 : PLoS ONE, Nigel Franks et al., 'Seeking safety: Movement dynamics after post-contact immobility', https://journals.plos.org/plosone/article?id=10.1371/journal.pone.0307370#sec011
scite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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