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 주 = 한국국제교류재단(KF)의 2024년 발표에 따르면 세계 한류 팬은 약 2억2천5백만명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또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초월해 지구 반대편과 동시에 소통하는 '디지털 실크로드' 시대도 열리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한류 4.0'의 시대입니다. 연합뉴스 K컬처팀은 독자 여러분께 새로운 시선의 한국 문화와 K컬처를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되고자 전문가 칼럼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시리즈는 매주 게재하며 K컬처팀 영문 한류 뉴스 사이트 K 바이브에서도 영문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도준웅 경영전략 전문가, 키토크AI 대표. 맥킨지·CJ그룹 부사장 등 역임. 저서 'AI 시대 마케팅의 재구성', 'DT시대 마케팅 뉴노멀10' 등 다수.
두어 달 전 정부가 '국가인공지능위원회'를 설치한다고 발표한 내용이 있다. 민간 최고 전문가와 정부가 '한 팀'을 구성해 인공지능(AI) 3대 국가(G3) 도약을 위해 본격적으로 나선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국무회의에서 '국가인공지능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정안'(대통령령)을 의결한 것이다.
필자도 그즈음에 국가전략 자문을 하는 지인에게 AI 시대에 기업과 국가 생존을 위한 7가지 제언을 전달해드렸다.
필자가 사회생활을 시작한 90년대 후반은 인터넷 시장이 막 태동하던 때였다. 인공지능이 본격적으로 태동한 지난 2년간의 궤적을 보면 '닷컴시대' 초기의 데자뷔가 떠오른다.
즉, 지금 이 시기가 닷컴 초기와 유사한 패턴으로, 현재는 5차 산업혁명인 'AI 혁명'이 진행 중이다.
우리나라의 '신의 한수'는 초고속 인터넷망 구축을 통해 글로벌 IT 시험대 역할을 하며 국민들을 파워 유저로 변모시켰다는 점이다.
'인터넷 강국'이라는 국가적 관심과 함께 이 기세를 유리하게 이어가며 지금의 성장을 이뤄냈다.
이러한 경험을 AI 분야에도 적용해, 한국이 전 세계 AI 개발의 시험대로 자리매김할 또 다른 '신의 한 수'가 절실하다고 본다. 그렇게 하면 한국이 AI 시대의 주도권을 잡는 데 중요한 전략이 될 것이다.
두 번째로 AI 분야에서 전략적 영역 선택(Battlefield Identification)이 필요하다.
언뜻 보면 현재 우리나라 국가 방향성 리포트나 AI 기업에 대한 기술 평가 사항이 마치 전 세계 AI 원천기술을 주도할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제로는 한국이 강점을 가질 수 있는 AI 분야를 세밀하게 선택하고 육성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역사적으로 미국은 컴퓨팅 환경을 주도하며, DOS에서 Windows, Android/iOS, 최근의 거대 언어모델인 'LLM'(ChatGPT, Gemini, Llama, Claude 등)에 이르기까지 우위를 점해왔다.
LLM으로 인해 '클릭·드래그·드랍'이 필요 없이 말로 컴퓨팅이 가능해졌다. 인간이 생활하는 공간으로 컴퓨팅이 확장돼 인간의 삶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며, 미국은 더더욱 이 시장을 내줄 리가 없다.
AI 시장은 단순히 기술력만으로 접근할 수 없는 영역이다. GPU, 초거대 규모 데이터 센터 건설, 운영 전력, 자본이 필수이며 무엇보다 그것을 지불하면서 사용해줄 시장이 필요하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미국의 방향을 벤치마킹하되 그 기술 방향성과 제반 인력을 육성하고 지원하는 것만을 목표로 삼아서도 안된다.
미국이 만든 AI 생태계 하에서 우리가 빨리 잘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마치 부킹닷컴이 네덜란드에서, 아고다가 태국·싱가포르에서 만들어져 성공한 것처럼, 우리나라는 LLM과 경쟁하기보다는 산업별 서비스나 플러그인 마켓(GPT 스토어내의 서비스) 같은 특정 영역에서 선도적 위치를 확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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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올림픽에서 우승은 없었지만, '기능 올림픽'에서는 늘 우승하던 국가다.
속상하지만, 이 시스템 내에서 제2의 부킹닷컴 같은 버티컬 서비스, 이런 애플리케이션 분야에서 선점하고 1등을 목표로 해야 한다. 우리나라가 충분히 이길 수 있는 분야다.
세 번째로 AI 주권의 중요성과 전략적으로 데이터를 활용하며 국가적 차원의 AI 연합체 구축이 필요하다.
'전략'이란, 목표를 정하고 방법을 찾는 것이다. 국가 AI 전략의 제1목표가 주권 확보만은 아닐 것이다. 국민의 삶에서 AI의 중요성과 역할은 더 이상 언급할 필요도 없다.
AI 주권 또한 매우 중요하지만, 국가가 기간망을 넘어서는 국민 삶의 중요한 의사결정에 있어서 더 중요한 사안이 많고, 오히려 토종보다 외산 AI가 우리나라를 더 광범위하고 객관적으로 이해하고 있는 부분도 많다.
AI 주권 개념도 재정의할 필요가 있다. 꼭 토종 LLM을 써야 한다는 의제가 아닌, 메이저 LLM에 대한 우리나라의 주권을 의미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
우리나라는 재빠르게 두세 개의 메이저 LLM과 협의를 시작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한국문화를 반영하는 요소와 함께 기밀, 보안 문제 등과 같이 '편리함 뒤에 따라오는 새로운 위협 상황'에 대한 심도 있는 고민을 하며 협상해야 한다.
그렇다고 국가전략, 안보 전략에 사용되는 일종의 기간망 AI를 사양과 성능이 낮은 토종을 써야 한다는 논리는 동의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또다시 우리나라는 IT 강국의 각축지가 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국내 기업인 네이버가 진정으로 AI 주권을 원한다면 지금 시기에 기존 우리나라 데이터를 내주고 사업권을 보장받는 형태의 결합을 해야 하지, 네이버가 운영하는 '하이퍼 클로바X'를 전 국민에 도입하려는 행태는 무책임한 발상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는 '데이터 댐'(data dam, 빅데이터를 초연결 통신망으로 수집하고 AI로 분석하는 인프라 구축 국가 프로젝트)과 같은 국가 중심의 데이터 집계(aggregation)를 오랜 시간 해 왔다. 물론 민간 기업도 많은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이런 자원과 관련 기업이 적극적으로 AI 주권 확보에 보유 데이터를 학습 자료로 제공해야하며 각자 활용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 우리나라의 독특한 역사와 문화를 반영하는 맞춤형 AI 모델을 구축할 수 있다.
동시에 해외 메이저 LLM과의 협력 시에도 국내의 풍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국적 특성이 강조된 AI 해법을 개발해야 한다.
이런 접근은 국내 LLM이 단순한 기술 이전을 넘어 실질적인 국가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이다. 예를 들어, 그간 수집해 온 데이터 댐 사업이나 LLM 도입 때 수혜를 볼 기업이 데이터를 제공하고, 그와 관련한 사업권이나 용역, 운영권 등을 받아 갈 수 있는 생태계와 메커니즘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데이터의 가치를 인정받고, 동시에 AI 기술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 될 것이다.
실제로 인공지능 모델을 전문가 수준으로 써보면, 외산 LLM이 국산대비 우리나라에 대한 이해 수준이 그렇게 썩 나쁘지 않다. 어떤 모델은 신조어를 더 잘 알아듣기도 한다.
그러니 애국심에 호소할 일은 아니다. AI 시대 국가 생존과 관련된 사안이니 신중하게 바라봐야 한다.
네번째로 AI 전문가의 재정의가 필요하다.
현재 국가 AI 전략을 담당하는 훌륭한 분이 많고, 엄청난 공력의 분석가 그룹도 라인업을 갖췄다. 이러한 전문가가 특정 기업의 이익을 대변하거나 기술적 한계와 상업적 이익에 얽매이지 않고, 국가와 국민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게 해야 한다. 각 개개인이 이러한 자세를 가져주는 것 또한 필수다.
국가의 전략 수립은 '얼리어댑터'로서의 지식과 이해력을 뽐내는 과정이 아니다.
AI 분야의 전문가가 국가 정책 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것은 긍정적이나, 기술적 한계와 상업적 이익을 초월한 진정성 있는 참여라야 실질적인 국가 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것이다.
전략은 기술만의 영역이 아니다. 위에 언급한 바와 같이 닷컴시대 때부터 통시적인 경험과 식견을 보유한 전문가 그룹 또한 절실하다.
이런 전문가 그룹이 국가 AI 전략에 참여함으로써, 우리나라가 AI 기술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동시에, 토종이면서 글로벌을 지향하는 AI 모델 개발에 대한 균형적 접근을 촉진할 수 있다.
기업은 기술관련 현안을 CTO(최고기술책임자)에게만 맡겨 놓지 않는다. 대부분 CEO가 직접 챙긴다.
국가도 AI 기술 전문가와 함께 정책 결정자가 AI 관련 기술을 직접 사용하고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닷컴 시대에 주요 경영진이 기술을 직접 경험하지 않아 발생했던 문제를 AI 시대에도 반복해서는 안 된다.
이렇게 하면 AI 기술의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보다 현명하고 효과적인 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그런 다음에는 우리나라가 글로벌 AI 시장에서 중요한 위치를 확보하고, 동시에 국민들이 AI 기술의 혜택을 균등하게 누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
이러한 전략적 접근을 통해, 우리나라는 AI 시대에 글로벌 리더로서의 위치를 확립하며, 국가의 장기적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 (계속)
<정리 : 이세영·성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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