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1000원짜리 사는 재미 쏠쏠합니다" 팍팍한 생활 속, 소비자 몰려가네[초저가시대]①
    입력 2024.10.23 10:20
#차량용 스마트폰 거치대 1000원, 가까이 가면 자동으로 뚜껑이 열리는 스마트 센서 쓰레기통 4050원. 자동 유도 비누 디스펜서 5400원.
30대 남성 직장인 정모씨는 최근 알리익스프레스(알리) 애플리케이션(앱)에 푹 빠졌다. 알리 앱에 따로 마련된 '천원마트'에서 각종 생활용품을 1000원부터 판매하는데, 눈을 의심할 정도로 저렴한 가격과 기상천외한 아이디어 상품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3개 이상의 상품을 구매하면 배송비가 무료인 데다 추가 할인까지 받을 수 있다. 배송도 일주일 내 도착을 보장하고, 배송이 지연될 경우 할인쿠폰까지 준다.
고물가 시대가 장기화하면서 '초초저가' 상품이 소비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코로나19 대유행을 거치면서 공급 부족에 따라 치솟은 물가는 고금리 여파로 여전히 고공행진 중이다. 여기에 러시아와 이스라엘의 '두 개의 전쟁'이 길어지면서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은 한층 커졌고, 소비자들은 가격 경쟁력을 갖춘 상품으로 몰려가고 있다.

'초저가의 원조' 알리…글로벌 소비자 저격23일 아이지에이웍스의 앱 분석 서비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중국 e커머스 플랫폼(C커머스)인 알리는 지난해 9월 월간이용자수(MAU)가 424만명에서 지난달 665만명으로 1년 만에 56%가 증가했다. 같은 기간 또 다른 C커머스 테무는 5배 가까이 성장했다. 이 기간 한국은 물가상승률이 3%에 육박한 상황이 계속됐다. C커머스 플랫폼이 초저가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한국 소비자들을 흡수한 배경이다. 알리의 지난달 기준 MAU는 국내 주요 e커머스 플랫폼 가운데 쿠팡(3125만명)과 11번가(745만명)에 이어 세 번째로 많다.

알리는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그룹이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 플랫폼으로, 코로나19를 계기로 전 세계적으로 비대면 거래가 확산하면서 급부상했다. 중국은 낮은 인건비와 원자재 비용으로 인해 다양한 상품을 저렴하게 생산할 수 있는 제조 기반을 갖췄는데, 알리는 중국 제조업체가 대량생산을 통해 단가를 낮춘 상품을 전 세계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방식으로 성장했다. 여기에 중국의 경기 부진으로 재고상품이 쌓이자 더욱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하는 '초저가' 전략을 내세워 한국은 물론 글로벌 소비자들을 사로잡았다. 이후 테무와 쉬인 등 다른 C커머스 플랫폼까지 가세하면서 무서운 속도로 국내 시장을 공략 중이다.
국내에선 개인이 해외직구 시 목록통관 제도를 활용해 관세를 면제받을 수 있는 점도 알리의 가격경쟁력을 더욱 높였다. 현재 개인이 직접 사용할 목적으로 150달러 이하의 제품을 직구하면 면세를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중국 직구 규모도 대폭 늘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중국발 온라인 해외 직접 구매액은 3조2873억원으로 전년보다 121.2% 급증했다. 전체 직구 규모의 절반 수준이다. 지난해 중국 해외직구 구매액은 그동안 1위 자리를 지켜온 미국을 사상 처음으로 앞질렀다. 미국발 온라인 해외직구 구매액은 전년 대비 7.3% 줄어든 1조8574억원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한 할인전도 국내 소비자들을 붙잡은 요인으로 꼽힌다. 알리의 '1000억 페스타'가 대표적이다. 1000억 페스타는 1000억원 상당의 쇼핑보조금을 고객들에게 제공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데, 한국 셀러 전용 '케이베뉴'에서 판매하는 제품에 추가 할인을 제공하거나 타임딜을 진행해 제품을 특가에 판매하는 방식이다.
알리는 지난 3월 1000억 페스타를 시작했는데, 당시 과일과 고구마 등 제품을 배송비 없이 1000원에 판매하는 특가 타임딜을 진행했다. 당시 고객들이 몰리면서 타임딜 제품이 10초 이내에 매진되는 현상도 벌어졌다. 알리의 타임딜은 지금도 진행 중인데, 최근에는 뷰티 카테고리 제품을 중심으로 특가 판매를 진행 중이다. 10월 진행하는 타임딜 상품의 평균 할인율은 약 72%에 달하고, 타임딜 상품은 평균 1분 내 매진됐다.
10대 놀이터 다이소, 유통업계 공룡 부상 모든 제품을 5000원 이하의 균일가로 판매하는 생활용품 전문점 다이소도 인기몰이 중이다. 저가 생활용품을 취급하던 유통 매장에서 벗어나 뷰티 등으로 판매 제품군을 늘린 덕분이다. 본업인 생활용품에서도 꾸준히 신상품을 내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달 출시한 휘어지는 보관 용기인 '말랑핏'은 음식물을 정리하기 편하다는 장점 덕에 입소문이 퍼지면서 품절 대란을 겪었다. 비슷한 시기 출시했던 스마트폰용 고속충전기 역시 50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 덕에 유명세를 탔고, 현재 매장에서 재고를 구하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제품은 삼성전자에 스마트폰용 충전기를 납품하는 중소 협력사가 제조한다.
다이소의 가성비 뷰티 상품이 업계 트렌드를 이끄는 현상도 나타났다. 다이소에서 판매하는 뷰티 제품이 인기를 끌면서다. 다이소는 지난해 말부터 브이티(VT)의 리들샷 등 화장품을 입점하면서 뷰티 카테고리를 강화해왔는데, 1020 젊은 고객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얻어왔다.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 등 대형 화장품 기업들도 다이소 전용 브랜드를 론칭하고 입점했다. 이에 국내 편의점들도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내세운 토너, 로션, 폼클렌징 등 화장품들을 잇따라 출시했다.

다이소의 인기는 실적으로 증명된다. 지난해 국내 다이소를 운영하는 아성다이소의 매출은 3조4600억원을 기록했다. 다이소가 매출 3조원을 넘긴 건 지난해가 처음이다. 지난해 영업이익 역시 2617억원을 기록하면서 매출액과 영업이익 모두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가성비 제품이 인기를 끌면서 편의점 업체들도 초저가 자체브랜드(PB) 상품을 잇따라 내놓았다. GS25는 슈퍼마켓 GS더프레시에서 판매하던 가성비 PB '리얼프라이스'를 올해 초부터 취급하기 시작했는데, 판매 개시 10개월도 안 돼 누적 매출 350억원을 돌파했다. CU 역시 초저가 PB '득템' 시리즈의 제품군을 확대하고 있는데,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팔린 1000원 이하 상품의 매출이 지난해보다 27.3%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마트24는 이마트의 가성비 PB '노브랜드'를 취급하는 매장의 수가 500곳을 넘겼다.




이명환 기자 lifehw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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