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지모씨는 최근 중국 소도시 여행을 다녀온 뒤 관점이 바뀌었다. 품질이 낮은 저가 상품을 만들던 '메이드 인 차이나(Made in China)에서 비약적인 기술 발전을 경험하면서다. 그는 그동안 중국산 제품의 성능과 안전성을 의심해 중국 직접구매를 꺼려왔다. 하지만 여행이후 알리익스프레스 어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하고, 중국 호텔에서 경험한 초강력 헤어드라이기와 소형 청소기를 구입했다. 각 2만원대에 불과했지만, 기존 사용 제품보다 만족도는 높았다.
중국 e커머스 플랫폼(C커머스)이 진화하고 있다. 중국의 저렴한 인건비와 생산 비용으로 인해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국내 e커머스 시장 공략에 나선 가운데 제품 품질을 높이는 데에도 집중하고 있다.
2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알리는 지난달 말 한국수입협회와 해외직구 상품의 안전성 모니터링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을 통해 알리는 판매 중인 상품들 중 카테고리별 최다 판매 품목을 선정해 국내 시험검사 기관 5곳에 성분검사를 의뢰한다. 이 과정에서 판매에 적합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는 제품에 대해서는 즉각 판매를 중단할 예정이다. 알리는 그동안 자체 안전검사를 실시했지만, 대부분 중국 등 해외 기관에 검사를 맡겨왔다.
알리가 판매 제품의 성분 검사에 나선 건 이들이 판매 중인 중국산 직구 제품에서 안전성 논란이 끊임없이 벌어지면서다. 관세청과 환경부, 서울시 등이 자체적으로 실시한 검사에 따르면 알리와 테무 등지에서 해외직구로 판매되는 제품 다수에서 기준치 이상의 발암물질이나 중금속 등이 검출됐다.
가품 논란도 빚어왔다. 중국에서 생산된 가품들이 C커머스 플랫폼을 통해 버젓이 판매되고 있다는 것. 특히 올해 본격적인 국내 진출을 선언한 쉬인(SHEIN)은 지난 7월 성수동에서 진행한 팝업 스토어에서 폴로 랄프로렌, 키르시 등 유명 패션 브랜드들과 유사한 로고를 단 제품을 진열했다가 급하게 철수시키도 했다.
C커머스는 해외직구 플랫폼이면서 중국 내 셀러와 국내 소비자를 잇는 오픈마켓 역할을 한다. 이 때문에 현지 셀러들이 제품에 대한 정보 제공을 담당하는데, 언어적 차이 등의 이유로 소비자들에게 충분한 제품가 제공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사용이 어려울 정도의 저품질 제품이 배송되는 경우도 많았다. 특히 테무의 경우 조악한 품질의 제품을 배송받는 사례가 늘면서 온라인에서는 '테무에서 산 제품'이라는 유행어가 하나의 밈으로 자리 잡을 정도다.
이에 알리는 한국 시장에 대규모 투자를 통해 이같은 논란에서 정면 돌파하고 있다. 알리는 지난 3월 우리 정부에 향후 3년간 1조5000억원 상당의 대규모 투자를 하겠다는 계획을 제출했다. 여기에는 대규모 물류센터의 건립 계획과 국내 셀러 영입, 소비자 보호 대책 등이 포함됐다.
서비스 초기 지적받았던 일부 문제점들은 해결될 기미가 보인다. 배송과 교환·환불 등 고객서비스 분야가 대표적이다. 알리는 서비스 초기 느린 배송에 더해 직구 플랫폼 특성상 제품의 하자가 있더라도 교환과 환불이 사실상 어렵다는 단점을 안고 있었다. 제품을 다시 중국으로 보내는 절차가 번거로운 데 더해 비용이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고객상담 역시 전화 연결이 어렵거나 채팅 상담에서 외국인 상담사와 연결되는 경우도 잦았다.
이에 알리는 직구 상품의 주문 90일 이내에는 별도의 증빙 없이 구입 90일 이내라면 무조건 환불받을 수 있는 강수를 뒀다. 제품에 하자가 있거나 파손된 채 배송되더라도 결제 금액을 모두 환불받을 수 있다. 여기에 배송이 일정 기간 이상 지연되는 경우에도 자동 환불 처리되고, 배송이 약속된 기한보다 늦게 왔다면 1300원 상당의 쿠폰을 제공한다. 고객서비스 역시 한국 전용 고객센터를 따로 운영하고 상담 인력을 확충 중이다.
유해물질뿐 아니라 가품 등 지적받은 부분들에 대한 개선책도 내놓고 있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지식재산권을 침해하는 제품을 자동으로 걸러내는 방식이다. AI를 활용해 제품 페이지의 이미지와 텍스트를 검사하는 방식인데, 로고 등 지재권을 침해하는 요소는 대부분 발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렇게 적발된 제품은 알리에서 즉시 삭제되고, 해당 셀러에게는 페널티가 부과된다. 여기에 각국의 지식재산권 보호 관련 기관과 협력해 가품을 걸러내기도 한다.
이처럼 알리가 특정 국가만을 위해 서비스를 강화하는 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글로벌 플랫폼인 알리가 진출국 가운데 대규모 투자계획과 동시에 서비스를 개선하는 건 한국이 유일하다"면서 "알리가 미국과 일본, 러시아 등 인근 국가에도 진출해 있지만, 해당 국가에서는 한국에서만큼 서비스를 강화하진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명환 기자 lifehw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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