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는 올해 3분기에 기대 이상의 호실적을 달성함에 따라 기존 계획에 맞춰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세대별로 개발하고 적기에 시장에 내놓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SK하이닉스는 24일 실적 발표 후 진행된 콘퍼런스콜(설명회)에서 6세대인 HBM4에 대해 "입출력단자(I/O)가 두 배 늘어나고, 저전력 성능을 위해 새로운 스킬이 적용되고 처음으로 로직다이를 활용하는 등 기술적으로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며 "이에 따라 기존의 테스트 범위를 넘어 훨씬 깊이 있는 기술 교류가 필요하다. 당사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회사(TSMC) 간 원팀 체계를 구축해 협업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미 안정성과 양산성이 검증된 1b㎚, 어드밴스드 MR-MUF 기술을 적용해 (HBM4 양산을) 준비 중이고 예정대로 2025년 하반기 고객 출하를 목표로 하고 있다. 적기에 공급뿐 아니라 투자 효율성을 확보해 지속적으로 시장 리더십과 이익 안정성을 지켜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SK하이닉스는 이날 올해 3분기 매출 17조573억원, 영업이익 7조300억원을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사상 최대다. HBM이 견인한 것으로 추산된다. 회사는 D램 매출의 30%를 HBM이 차지했으며, 4분기에는 이 비율이 40%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SK하이닉스는 "HBM 매출이 전 분기 대비 70% 이상, 전년 동기 대비 330% 이상 증가하며 매출 성장을 주도했다"고 밝혔다. 특히 "3분기 동안 5세대 HBM3E 출하량이 기존 4세대 HBM3를 넘어섰다"고 강조하며, 성능이 개선된 HBM 제품으로의 수익구조 전환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HBM3E는 "당초 예상보다 수요 증가세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HBM3E 12단 제품은 9월부터 이미 양산을 개시했고 계획대로 이번 분기부터 출하할 예정"이라며 "고객의 신제품 출시에 따라서 내년 HBM 시장 수요는 HBM3E 8단에서 12단으로 빠르게 전환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이어 "HBM3E 12단은 내년 상반기 중 HBM3E 8단의 판매 물량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며 "내년 하반기에는 대부분 물량이 12단 제품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도 덧붙였다.
SK하이닉스는 "단수 증가로 공정의 난도가 높아지는 만큼 순조로운 양산을 위한 제반 준비를 미리 했고 고객과 긴밀한 협업으로 12단 수요를 선점해 나갈 예정"이라며 "8단에서와 마찬가지로 HBM3E 12단 제품에서도 점유율을 리드할 계획"이라고 했다. 아울러 "특수성 측면에서도 업계의 최고 특성이 확보된 만큼 계속해서 제품 차별화를 통해 HBM 시장을 선도해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SK하이닉스는 이미 고객사들과 내년에 공급될 HBM 물량과 가격을 합의한 점도 회사의 HBM 시장 선점 유지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봤다. 시장의 일각에서 제기되는 HBM의 수요둔화 우려에 대해선 "시기상조라고 보고 있다"고 했다.
고부가 제품인 기업용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가 3분기 낸드 매출의 60% 이상을 차지하며 실적에 기여한 점을 주목해 이에 대한 개발과 투자에도 힘을 쏟겠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현재 60TB(테라바이트) 제품을 업계에서 유일하게 대량 공급 중이며 122TB 제품도 내년 상반기 공급을 목표로 인증 절차를 밟고 있다. 지난달에는 238단 기술을 적용해 PCle 5세대 eSSD 제품인 'PEB110'을 개발했다. 올해 수요가 둔화하는 DDR4와 LPDDR4의 생산을 축소하는 대신 HBM과 DDR5, LPDDR5 생산 확대를 위해 필요한 선단 공정 전환을 앞당긴다는 계획도 세웠다.
SK하이닉스는 "내년에도 HBM과 DDR5, LPDDR5, eSSD 등 수요가 확실한 제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도록 선단 공정으로의 전환 투자 중심으로 집행할 계획"이라며 "시황 악화 시 선제 투자를 조정할 수 있도록 여러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M15X와 용인클러스터 1기 팹(fab·반도체 생산공장) 투자로 내년 인프라 투자는 올해보다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SK하이닉스는 "먼저 완공되는 M15X의 D램 생산 기여 시점은 2026년으로 예상된다"며 "수요에 맞춰 신규 팹의 양산 시기와 규모를 탄력적으로 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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