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12월 말 딥엑스의 1세대 인공지능(AI) 반도체의 첫 양산 웨이퍼를 내놓고 내년 1월 최종 제품을 출시합니다. 현대차 로보틱스랩·포스코DX·LG유플러스 등 20여개 기업이 우리 반도체를 활용한 양산 제품을 개발하고 있으며 HP 등 140여개 글로벌 기업과 협의 중입니다."
국내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 딥엑스의 김녹원 대표는 최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반도체 대전(SEDEX 2024)’에서 기자와 만나 자사가 개발중인 AI반도체 ‘DX-M1’을 이같이 소개했다.
김 대표가 웨이퍼를 강조한 건 대량 생산에 앞서 제품의 안정성과 효율성을 점검하는 중요한 지표이기 때문이다. 그는 "올해 6월 삼성 파운드리에서 시제품을 받았는데 성능과 전력 소모 측면에서 양산성을 충분히 입증했다"며 "5㎚(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에서 수율과 품질을 모두 확보했다"고 강조했다.

DX-M1은 AI 작업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엣지 컴퓨팅용 반도체다. 전기밥솥 같은 가전제품부터 카메라가 탑재된 모든 시스템, 데이터센터 서버까지 사용될 수 있다. 그는 "앞으로 10년 내에 로봇의 수가 폭발적으로 늘 것"이라며 "적용 가능한 애플리케이션이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무인 정산 시스템에서는 사과나 피망 같은 농산물을 소비자가 직접 선택하고 가격을 입력해야 한다. 딥엑스의 AI 기술을 적용하면 시스템이 자동으로 상품을 인식하고 정확한 가격 태그를 부여할 수 있어 100% 무인화가 가능해진다. 김 대표는 "이런 시스템을 도입하면 100달러 정도의 AI 반도체만으로 정산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어 인건비 절감과 효율성 증대를 동시에 이룰 수 있다"고 했다.
딥엑스는 이번 행사에서 칩(반도체) 위에 버터를 놓고 녹는 실험을 진행했다. 가전 등에 적용되는 AI 반도체는 저전력과 발열 억제가 생명인 만큼, 경쟁사 제품과 비교한 것이다. ‘버터 벤치마크’ 실험에서 경쟁사 제품은 10분 만에 온도가 60도까지 올라 버터가 녹았지만 DX-M1은 1시간 이상 형태를 유지했다. 김 대표는 DX-M1의 저전력 성능을 설명하며 "버터는 30~36도에서 녹는데, DX-M1은 발열을 억제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자기기나 로봇에서는 발열이 배터리 수명을 단축하고 기기 성능을 저하할 수 있다"며 "DX-M1은 이런 문제를 해결한 제품"이라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딥엑스의 저전력 설계가 AI 반도체 강자인 엔비디아와도 차별화된다고 밝혔다. 그는 "AI 반도체 시장에서 딥엑스가 집중하는 분야에는 절대적인 강자가 없다"며 "엔비디아의 서버용 AI 반도체는 높은 전력 소모와 발열 문제가 있지만 딥엑스는 전력 대비 성능이 뛰어난 신경망처리장치(NPU)를 통해 공백을 메우고 있다"고 했다.
김 대표는 딥엑스가 300개 이상의 특허를 통해 글로벌 경쟁사와의 기술 격차를 유지하고 있다고 자신했다. 그는 "NPU 분야에서 우리는 엔비디아, 퀄컴, 인텔보다 더 많은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며 "20~30년 내에 딥엑스를 온디바이스 AI 반도체 분야의 엔비디아로 성장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서윤 기자 s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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