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조현영 기자 =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AI 반도체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국내 AI 반도체 스타트업과 대기업 간 협력 체계가 공고해지고 있다.
스타트업은 대기업의 개발·생산 역량과 인프라를 활용하고, 삼성전자[005930] 등 대기업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는 신제품 생산 경험을 바탕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할 수 있는 이점이 있어서다.
26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리벨리온은 삼성전자와 협력해 자사 AI 반도체 '리벨'에 에이디테크놀로지[200710]의 중앙 처리장치(CPU) 칩렛을 통합한 CPU 칩렛을 생산하기로 했다.
칩렛은 하나의 반도체에 서로 다른 기능이 있는 여러 개의 반도체를 집적하는 기술이다. 삼성전자는 2나노 공정 기술을 활용해 제품을 만들 예정이다.
리벨리온은 첫 시제품을 TSMC에서 생산한 이후 대규모로 양산되는 '아톰'부터는 삼성전자에서 생산하고 있으며 '리벨'에는 삼성전자 HBM3E를 탑재했다.
리벨리온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제공하는 '턴키 서비스'를 활용해 효율적으로 칩을 제작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삼성전자의 지식재산권(IP) 등 에코시스템을 활용할 수 있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딥엑스는 내년 1월 출시 예정인 AI 반도체 'DX-M1'과 AI 서버용 'DX-H1'을 삼성 파운드리 5나노 공정에서 양산한다.
김녹원 딥엑스 대표는 "5나노 반도체를 사용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삼성의 지원이 있었다"며 "국내 팹리스에 글로벌 파운드리는 첨단 공정을 승인하지 않는 경우도 많은데, 삼성이 승인해줘서 기술 개발과 양산에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내 AI 칩 스타트업 퓨리오사AI는 자사 제품 '레니게이드'에 SK하이닉스[000660]의 HBM을 공급받고 있다.
국내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위탁 생산 과정에서 기업 간 의견을 나누고 수정하는 일이 빈번한데, 국내 파운드리와 스타트업이 협업하면 시차와 언어 장벽 없이 의사소통이 원활하게 진행돼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대기업 측면에서도 스타트업과의 협력은 향후 스타트업이 성장해 제품 생산 규모가 증가할수록 안정적인 매출 확보 수단이 될 수 있다.
첨단 공정으로 스타트업의 혁신적인 제품을 생산한 경험으로 사업 영역을 넓힐 가능성도 생긴다.
특히 최근 반도체 부문 부진으로 새 고객사 확보가 시급해진 삼성전자 입장에서 혁신적인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과의 협력은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AI 반도체 시장이 커질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회사 규모와 상관없이 잘할 수 있는 사업자끼리 뭉치려는 현상이 생기고 있다"며 "삼성도 AI 반도체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스타트업과 협력을 늘려가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hyun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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