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게임위드인] 딥페이크로 '밈' 소재 된 게임 개발자들…엇갈린 업계 시선
    김주환 기자
    입력 2024.10.26 11:00

국정감사 자리에서도 나와…게임사-게이머 소통 늘며 개발자도 유명인사 돼

국정감사 도중 방영된 AI 딥페이크 곡 '다 해줬잖아'
[국회방송 캡처]

(서울=연합뉴스) 김주환 기자 = "리부트 정상화 해줬잖아. 콘텐츠 출시도 해줬잖아. XX(욕설) 그냥 다 해줬잖아"

게임 커뮤니티의 밈(meme·인터넷 유행 콘텐츠)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한 번쯤 접했을 법한 이 노래는 지난 17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 자리에서 말 그대로 전국에 '생중계'됐다.

국민의힘 정연욱 의원이 다른 사람의 얼굴과 목소리를 도용한 인공지능(AI) 딥페이크 영상의 초상권 침해 사례로 해당 영상을 제시하면서다.

'다 해줬잖아' 또는 '정상화 노래'로 유명한 이 영상은 이용자들이 넥슨의 온라인 게임 '메이플스토리' 운영을 총괄하는 김창섭 디렉터의 얼굴을 춤추는 것처럼 딥페이크 기술로 합성한 뒤, AI가 가사를 토대로 자동으로 생성한 곡을 덧입힌 것이다.

'메이플스토리'에 거액을 쏟아부은 극성 이용자들이 현금 결제 부담이 덜한 '리부트 월드' 이용자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며 넥슨에 '정상화'를 요구하고, 운영진은 이들의 눈치를 보며 리부트 월드를 일반 서버처럼 바꿨으나 매출은 그대로라고 비꼬는 내용이다.

지난 7월 올라온 영상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자 네티즌들은 다른 노래나 영상에도 김 디렉터나 다른 전현직 개발자의 얼굴을 합성해 '메이플스토리' 운영진과 게임 이용자를 풍자하기 시작했다.

급기야 '메이플스토리'를 하지 않는 유튜버나 인플루언서까지도 '정상화' 밈이나 김 디렉터의 이름을 유머 소재로 삼고 있는 모양새다.

스마일게이트RPG의 온·오프라인 간담회 행사 '로아온'
['로스트아크' 유튜브 채널 캡처]

◇ 게이머와 직접 소통 늘리는 개발자들…친근한 모습 커뮤니티서 화제

이런 모습은 게임 개발자들이 게이머들 앞에 직접 모습을 드러내고 친근하게 소통하는 일이 늘어난 업계 추세와 무관하지 않다.

스마일게이트RPG에서 '로스트아크'를 만든 금강선 디렉터는 여러 차례 온·오프라인 쇼케이스 '로아온'을 비롯해 라이브 방송과 행사에 직접 출연해 팬들과 소통하며 사이에서 인지도를 쌓았다.

고객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려는 금 디렉터의 노력에 힘입어 '로스트아크'는 인기 게임 반열에 올랐고, 게이머들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금 디렉터를 '빛강선'이라고 칭송하는 각종 밈을 만들어냈다.

팬들은 반대로 업데이트 방향이 마음에 안 들거나 콘텐츠 추가 속도가 느린 경우 곧바로 태세를 전환, '둠(doom)강선'이라며 애정이 어린 비판을 가하기도 한다.

넥슨게임즈[225570]에서 인기 게임 '블루 아카이브'를 만든 스타 개발자 김용하 총괄 PD 역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숱한 밈 소재로 다뤄진 유명 인사다.

김 PD 본인도 언론 인터뷰나 소셜미디어를 통해 자신을 둘러싼 밈을 잘 알고 있다고 여러 차례 드러낸 바 있다.

게임 개발자가 대외적으로 노출되는 경향은 고객이 오랜 기간 지속해서 플레이하도록 유도하는 라이브 서비스 게임이 전 세계적으로 대세가 되는 환경에서 더 커질 전망이다.

서울의 한 중견 게임사 관계자는 "운영진과의 적극적인 소통을 원하는 게이머가 과거에 비해 확연히 늘어났다"며 "게임 퍼블리셔가 개발사 소속 PD를 전략적으로 전면에 내세우고 홍보 문구도 세세하게 정해주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퇴근 시간대 판교역 오가는 직장인들
[촬영 김주환]

◇ 개발자들 "얼굴 노출 부담돼" vs "달라지는 게임 문화 일면"

국감까지 소환된 김창섭 디렉터는 지난 8월 라이브 방송에서 자신에 대한 밈 노래와 영상을 언급하며 "마땅히 받아야 할 비판이고, 잘하라는 목소리로 이해하고 있다"며 괜찮다는 취지로 말한 바 있다.

하지만 게임업계 일각에서는 게임 개발자가 AI 기술의 흐름을 타고 밈 소재로 쓰이는 추세가 우려스럽다는 반응도 나온다.

국내 한 대형 게임사 기획자 A씨는 "맨 처음에는 한 사람의 게이머로서 웃으면서 즐겼지만, 가면 갈수록 도가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혹여 나중에 게임 하나를 책임지는 자리에 올라 외부에 얼굴을 보이게 된다면 부담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판교의 인디게임 개발사 대표 B씨는 "게임 디렉터도 때론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회사에 이익이 가는 방향으로 행동해야 할 때가 있는데, 비난의 화살이 회사가 아니라 개인에게 향하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람 하나 골라잡아 벼랑 끝으로 내모는 문화가 게임계에도 생기는 것 같아 속상하다"고 말했다.

반면 과거 모바일 게임 디렉터를 지냈던 개발자 C씨는 긍정적인 면에 주목했다.

C씨는 "게이머들도 이제 게임 개발자의 실력과 감각, 진정성에 주목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본다"며 "게임 디렉터를 단순한 관리자가 아니라 영화감독 같은 예술가로 보고 더 많은 자율성을 부여하는 게임사도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욕설이나 사실 왜곡을 담은 밈은 결코 바람직한 모습은 아니지만, 게임 문화가 성숙해지면 알아서 자정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juju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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