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선 시청 이력 등에 따라 맞춤형으로 콘텐츠를 추천한다. 어떻게 내가 좋아하는 것을 알았지, 생각하면서도 자연스레 클릭으로 이어진다. 온라인에서 식품을 구매할 때도 이렇게 개인의 입맛과 취향에 딱 맞는 상품을 노출하면 어떨까. 소비자의 만족도와 판매자의 매출이 함께 늘 수 있지 않을까. 팜킷은 이 질문에서 2020년 출발한 스타트업이다. 저마다 다른 음식 취향을 분석하는 것은 인공지능(AI)이다.
29일 양선흥 팜킷 대표는 "식품 분야 e커머스의 구매전환율은 보통 4~5% 남짓인데, 팜킷의 솔루션을 도입하면 10% 정도로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개인의 취향에 따라 맞춤형으로 식품 상품을 보여줬더니 실제 구매로 이어지는 비율이 두 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내가 좋아할 법한 상품을 추천하면 구매할 가능성이 높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 사실, 하지만 거기에 이르기까지 필요한 기술은 간단하지 않다. 팜킷의 솔루션 ‘푸드큐’는 구매 이력, 클릭 등 쇼핑 행동, 후기 등을 통해 소비자의 음식 취향을 분석한다. 여기에 상품 데이터에 대한 상세 분석을 더한 뒤 시간, 상황, 장소에 따른 초개인화 추천을 한다. 양 대표는 "오프라인 매장에서 상품 진열처럼 식품 온라인에서도 첫 화면에 어떤 상품을 노출하느냐가 매출을 좌우한다"며 "소비자의 입맛뿐만 아니라 영양의 측면에서도 적절한 상품을 노출해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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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킷의 AI는 그저 소비자가 관심을 보인 것과 비슷한 상품을 추천하는 게 아니다. 예를 들어 닭을 좋아해도 치킨은 먹고, 백숙은 안 먹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양 대표는 "식감, 향미, 원재료 등 다양한 요소에 따라 맛 취향은 정해지는데 이를 150가지의 속성 정보로 정리했다"고 했다. 정확도뿐만 아니라 속도도 높였다. 회원은 구매 이력으로 분석하고, 회원이 아니더라도 어떤 것에 관심을 갖는지 ‘쇼핑 여정’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취향을 빠르게 파악한다.
경쟁 솔루션 대비 경제적인 구축 비용도 장점이다. 푸드큐와 유사한 기능을 갖춘 글로벌 기업의 솔루션은 범용으로, 식품에 특화되지 않은 데다가 가격도 10배가량 비싸다. 양 대표는 "테스트해보니 푸드큐가 구매전환 지표 등이 60% 더 높게 나왔다"며 "작업을 자동화해 AI에 대한 전문 지식 없이도 쉽게 도입할 수 있는 데다가 구독 방식을 적용해 초기 비용이 저렴하다"고 설명했다.
양 대표가 푸드큐를 개발한 데는 그의 개인적인 경험도 반영됐다. 그는 현대자동차에서 AI 신규사업 전략을 담당하며 자동차도 컬러나 옵션이 다양해지면서 취향에 따른 소비가 분명해지는 것을 확인했다. 하지만 소비자가 선택해야 할 항목이 많아지면서 구매 행위는 어려워졌다. AI가 이를 도울 수 있다고 보고 평소 관심이 많았던 음식 분야에 접목하기로 한 것이 창업의 계기다. 양 대표는 "온라인 식품 구매가 느는데 시식을 할 수 없고 리뷰를 일일이 읽어보기도 어렵다"며 "고객 경험 차별화가 중요한 상황에서 식품은 특히 개인화 추천 니즈가 생길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
팜킷의 타깃은 자체 인력으로는 AI 솔루션 도입이 어려운 전문몰이다. 활발하게 판매가 이뤄지는 국내 식품 분야 전문몰은 약 4만 개, 팜킷의 성장 가능성은 크다. 지난해 하반기 푸드큐를 출시, 입소문이 퍼지면서 이미 식품 전문몰 30곳을 고객사로 확보했다. 이를 확장해 내년까지 500개의 고객사를 확보하는 게 목표다. 내년에는 세계 최대 전자·IT 전시회 CES 참가를 시작으로 북미 시장 진출도 계획하고 있다. 양 대표는 "아직 팜킷의 솔루션을 쓰다 중단한 고객사가 없다. 매출에 도움이 되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전문몰에서도 대형 쇼핑몰 못지않은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솔루션 고도화에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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