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제조업 보조금이 80조원에서 700조원으로 10년 새 9배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도 반도체·바이오 등 첨단산업 직접 보조금을 지급을 늘려 국익을 극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스위스 민간 무역정책 연구기관 GTA 데이터를 활용해 최근 세계 각국 제조업 보조금을 분석한 결과 2015년 584억달러(약 80조원)에서 지난해 5502억달러(약 760조원), 올 9월 기준 5060억달러(약 700조원)로 늘었다고 29일 밝혔다. 지난해 기준으로 8년 새 9.4배, 올해 1~9월 기준으로는 9년 새 8.7배 늘었다. 연말까지 보조금 지급액은 더 늘어날 수 있다. 현금 직접 지급뿐 아니라 대출, 보증, 현물지원, 세금감면, 무역금융, 자본투입 등을 모두 포함한 수치다.
대한상의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각국 보조금 지급액이 급증했다. 코로나 이전 5년간(2015~2019년) 5142억달러(약 710조원)에서 이후 5년간(2020년~올 9월) 1조9728억달러(약 2700조원) 3.8배 늘었다.
주요국들은 재정(현금) 보조금을 늘리는 반면 한국은 금융지원 위주로 정책을 집행했다. 세부 유형별로 보면 10년간 '정부대출'이 6365억달러(약 880조원·25.6%)로 가장 많았고 '재정보조금' 5862억달러(약 810조원·23.6%), '무역금융' 2377억달러(약 330조원·9.6%), '자본투입' 1912억달러(약 265조원·7.7%), '대출보증' 1074억달러(약 150조원·4.3%) 등이 뒤를 이었다.
재정보조금 지급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급증했다. 코로나 이후 5년간(2020년~올 9월) 재정보조금은 4995억달러(약 690조원·25.3%)로 코로나 이전 5년(2015~2019년) 867억달러(약 120조원·16.9%)대비 약 6배 늘었고 세부 유형 중 지급액 비중이 가장 컸다. 유형별 비중을 보면 재정보조금(16.9→25.3%) 비중만 커졌고 정부대출(38.7→22.2%), 무역금융(15.8→7.9%), 자본투입(10.9→6.8%), 대출보증(4.6→4.2%) 비중은 모두 작아졌다.
미국 재정보조금은 코로나 이전 5년간 28억달러(약 3조9000억원)에서 이후 5년간 1048억달러(약 144조7000억원)로 37배 늘었다. 2022년 발표한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반도체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칩스법) 영향이 컸다. 유럽연합(EU)도 같은 기간 168억달러(약 23조2000억원)에서 828억달러(약 114조3000억원)로 4.9배 늘었다. 일본(4→665억달러), 독일(5→584억달러), 프랑스(0→349억달러) 등 재정보조금 지급이 적었던 국가들조차 코로나 이후 지원을 크게 늘렸다.
한국은 거꾸로였다. 최근 10년간 보조금 지급 유형을 보면 '무역금융'(775억달러·약 107조원), 정부대출(556억달러·약 76조8000억원), 대출보증(131억달러·약 18조1000억원), 수출지원(98억달러·약 13조5000억원), 현물지원(77억달러·약 10조6000억원) 순이었다.
주요국들은 10년간 반도체·바이오·이차전지·디스플레이 등 첨단산업 분야 재정보조금 지급을 늘렸다. 코로나 이전 5년 대비 이후 5년간 반도체는 6.8배(197억→1332억달러), 바이오는 12.9배(73억→944억달러), 이차전지는 3.1배(168억→523억달러), 디스플레이는 2.2배(177억→397억달러) 증가했다.
반도체 재정보조금 지급액을 국가별로 보면 미국(399억달러·약 55조원), 일본(308억달러·약 43조원), 중국(171억달러·약 24조원), EU(133억달러·약 18조원), 인도(106억달러·약 15조원) 순이었다. 미국은 칩스법을 통해 자국 내 기업 유치에 힘을 쏟았다. 중국은 2014년부터 투자 기금을 조성했고 최근 3차 기금조성 계획을 발표했다. 일본, EU, 인도 등도 자국 내 반도체 생산공장 유치를 위해 다양한 보조금 정책을 폈다.
바이오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백신 개발 등을 지원하기 위해 중국(174억달러·약 24조원), 프랑스(142억달러·약 20조원), 독일(120억달러·약 17조원) 등이 보조금 지급을 늘렸다. 이차전지는 미국(179억달러·약 25조원), EU(85억달러·약 12조원) 등이 주를 이뤘다. 디스플레이는 중국(159억달러·약 22조원), 일본(74억달러·약 10조원), EU(68억달러·약 9조4000억원) 순이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산업정책의 귀환' 보고서를 통해 "최근 세계적 보조금 (지급) 흐름은 코로나로 인한 경제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 각국 정부가 보조금을 늘리며 시작됐다"며 "이후 미중 갈등, 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로 공급망 및 경제안보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본격적으로 보조금 경쟁에 나섰다"고 분석했다.
김현수 대한상의 경제정책팀장은 "한국도 첨단산업 기업에 직접 보조금을 지급해 과감한 투자에 나서게 하는 글로벌 트렌드에 맞출 필요가 있다"며 "최근 출범한 국회 민생협의체에 반도체 같은 첨단산업 법안도 의제로 오른 만큼 '국가전략' 차원에서 국익을 극대화하는 지원 정책을 도출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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