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캐즘' 터널에 배터리업계 3분기 먹구름…성장 동력 모색(종합)
    차대운 기자
    입력 2024.10.30 14:04

삼성SDI 영업익 72.1%↓…SK온, 12분기 연속 적자 가능성

포스코퓨처엠도 2개 분기 연속 매출 1조 하회

내년 전망도 불확실…ESS 먹거리 삼아 '캐즘 이후' 준비

삼성SDI의 전기차 배터리 팩 컨셉 모델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한지은 기자 =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 장기화로 국내 배터리 업계에 드리운 먹구름이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다.

배터리 업계는 시장의 불확실성을 고려한 대응책을 마련하는 한편, 차세대 배터리 개발 등을 통한 중장기 성장 모멘텀 확보에 나섰다.

◇ 삼성SDI·LG엔솔 영업익 '뚝'…SK온 12분기 연속 적자 가능성

삼성SDI는 연결 기준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1천299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72.1%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30일 공시했다. 전 분기와 비교하면 영업이익은 46.1% 줄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4천483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38.7% 감소, 직전 분기보다는 129.5% 증가했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상 첨단 제조 생산 세액공제(AMPC) 금액 4천660억원을 제외하면 영업손실 177억원을 기록했다.

내달 4일 실적 발표를 앞둔 SK온은 이번 분기에도 영업손실을 낼 경우 12분기 연속 적자다.

SK온은 올해 1분기와 2분기에 각각 3천315억원, 4천601억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의 적자 규모만 해도 작년 연간 손실 5천818억원을 뛰어넘었다.

일각에서는 기존 재고 소진에 따른 가동률 상승, AMPC 확대, 일부 일회성 비용 반영 등에 따라 3분기 적자 폭이 대폭 축소되거나 분기 첫 흑자를 기록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국내 주요 배터리 소재사 중 먼저 3분기 실적을 내놓은 포스코퓨처엠도 실적 부진 추세를 돌려놓지 못했다.

3분기 영업이익은 14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96.3%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번 영업이익은 연합인포맥스 집계 시장 전망치 200억원을 93.2% 하회했다.

포스코퓨처엠의 3분기 매출은 9천228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28.2% 감소했다. 포스코퓨처엠의 분기 매출은 지난 2분기 6개 분기 만에 1조원 아래 수준으로 내려왔고, 3분기에도 1조원대로 다시 올라서지 못했다.

LG에너지솔루션 미 애리조나 공장
[LG에너지솔루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4분기도 반등 어려울 듯…'중장기 성장' 믿음으로 시장 대응

3분기 들어 전반적인 업황은 상반기보다 개선된 흐름을 보이고 있으나, 반등 시기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당장 미국 대선, 유럽의 이산화탄소(CO₂) 배출 규제, 글로벌 완성차업체(OEM)의 시장 전략 등 예측하기 어려운 요소가 산적해 있다.

손미카엘 삼성SDI 중대형전지 전략마케팅실장 부사장은 이날 콘퍼런스콜에서 "최근 1년간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 둔화가 이차전지 업계 실적에 영향을 미쳤다"면서도 "전기차 시장의 중장기 성장은 변함없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손 부사장은 "협력 중인 대부분의 메이저 OEM이 올해 10∼20% 수준인 전동화율을 3년 내 30∼40%까지 높이기 위해 다양한 세그먼트에 맞는 신규 전기차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며 "시장 니즈(요구)에 맞춘 기술 개발과 수주 활동을 적극 진행 중"이라고 강조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시장에 더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 회사는 4분기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3분기와 비교해 뚜렷한 개선세를 보이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아울러 내년도 전방 시장과 매출 성장을 다소 보수적으로 보고 시장 수요에 따라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이창실 LG에너지솔루션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은 지난 28일 콘퍼런스콜에서 "투자가 집중적으로 일어나는 북미지역에 신규 증설 규모를 축소하고, 속도 조절을 통해 과잉 캐파를 막고 투자 손실을 줄여나가고자 한다"며 "내년에는 올해 대비 시설투자 집행이 상당폭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2024 인터배터리' SK온 부스 찾은 배터리 업계 대표들
[연합뉴스 자료사진]

◇ 비(非)전기차 ESS 사업 두각…'캐즘 이후' 기술 개발 속도

이런 가운데 수요가 급성장한 에너지저장장치(ESS)가 배터리 업계의 중요한 먹거리로 떠올랐다.

LG에너지솔루션에 따르면 ESS 시장은 2028년까지 전력망을 중심으로 연평균 20% 이상의 빠른 성장이 예상된다.

이에 LG에너지솔루션은 북미 지역 내 전력망용 대규모 물량을 요구하는 고객과 공급 협의를 하는 등 중장기 프로젝트 공급 계약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SDI는 미주 내 전력용 '삼성 배터리 박스'(SBB) 제품 판매 증가세에 힘입어 3분기 ESS 전지 매출이 20% 이상 증가했다.

손 부사장은 "중장기적으로 ESS용 리튬인산철(LFP) 캐파를 확대해나갈 계획으로 해외 거점 진출도 고려하고 있다"며 현지 생산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 정책을 펼치는 미국을 우선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캐즘 이후'를 위한 중장기 전략 마련에도 한창이다.

삼성SDI는 원형 전지에서 프리미엄 신제품 개발과 특수용 사륜차량 시장 진입 등 중장기 성장을 위한 노력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46파이(지름 46㎜) 원형 전지의 경우 2025년 초 양산을 목표로 주요 고객과 협의하고 있어 올해 내 구체적인 성과가 기대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연구개발(R&D) 투자를 통해 2028년 건식 전극 공정을 적용하고, 에너지 밀도를 대폭 개선한 '바이폴라' 기술을 적용한 반도체 개발, 2030년 황화물계 전고체 전지 상용화 등 차세대 전지 개발을 이어간다.

자원 선순환 체계 구축을 통한 메탈 재활용 사업과 배터리 기반 서비스·소프트웨어 사업 비중을 확대하고, 도심항공교통(UAM), 로봇 등 신규 비즈니스도 발굴할 계획이다.

write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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