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이 30일 2조5000억원 규모의 일반공모 방식의 유상증자를 진행하기로 하면서 '백기사'를 추가로 확보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고려아연과 그동안 관계를 맺어온 국내외 기업은 물론 해외 기관투자가들과도 연합할 수 있는 카드를 꺼내든 셈이다.
공개매수로 고려아연 최대주주에 오른 영풍과 MBK파트너스는 전격적인 유증 결정에 지분율이 희석될 뿐만 아니라 자칫 향후 임시주주총회 표대결에서도 밀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고려아연은 이날 서울 종로구 본사에서 이사회를 열고 1주당 67만원(예상가액)에 373만2650주를 신규로 발행하는 내용의 일반공모 증자의 건을 의결했다. 고려아연 총주식 수는 2070만3283주로, 전체 주식 수의 18%에 해당한다.
특히 이번 유증에는 일반 투자자도 참여할 수 있는데 특별관계자는 공모주식의 3%까지만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과 영풍·MBK는 최대로 참여해도 11만1979주(0.6%)의 지분만 추가로 확보할 수 있다.
또 신주의 20%(74만6530주)를 우리사주조합에 우선 배정했다. 최 회장과 MBK 측이 유증에 최대로 참여한다고 가정하면 나머지 발행주식인 74%의 향방에 따라 고려아연 경영권이 좌우되는 셈이다.
양측 모두 공개매수를 진행한 이후 영풍·MBK가 고려아연 지분 38.47%를 확보했고, 최 회장 측 지분은 35.4%로 추정된다. 대략 3%포인트 차이에 불과하다.
MBK 측이 유증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우리사주조합 물량이 더해지면서 최 회장 측 지분이 앞설 것으로 예상된다.
또 하나의 관심은 유증에 누가 참여하느냐다. 이번 유증이 일반공모 방식으로 진행되면서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현재 고려아연과 협력 관계를 맺고 있는 한화그룹을 비롯해 현대차, LG, 한국투자증권, 조선내화, 트라피구라 등 국내외 기업도 참여할 수 있다.
또 최 회장이 그동안 접촉해온 일본 소프트뱅크나 세계 3대 사모펀드 중 하나로 꼽히는 미국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가 뛰어들 가능성도 있다.
영풍·MBK는 이번 유상증자 결정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유증 결정을 저지하기 위해 모든 법적 수단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MBK 측은 "기존 주주들과 시장 질서를 유린하는 행위"라며 "고금리 차입금으로 주당 89만원에 자기주식 공개매수를 진행해 회사에 막대한 재무적 피해를 줘 놓고선, 그 재무적 피해를 이제는 국민의 돈으로 메우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고려아연 측은 "적대적 인수합병(M&A)으로 인한 시장 변동성과 투자자 피해를 최소화하고, 고려아연을 비롯해 이해관계자 전체의 이익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이라며 "자본시장법(제165조의6)에서 일반공모 방식으로 신주를 발행하는 경우 경영상 목적을 요구하지 않고 있다는 게 법조계 공통된 의견으로, 일반공모 증자의 적법성과 관련해 목적 여부는 판단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점을 밝혔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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