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과학 연구자들, '지속가능 미래 위한 기초과학 연구생태계' 포럼서 주장
(서울=연합뉴스) 조승한 기자 = 최근 정부가 연구 대형화 등을 강조하며 기초과학 분야 연구과제 수를 줄이는 데 대해 연구자들이 "시스템이 붕괴하고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정옥상 기초연구연합회 회장(부산대 화학과 교수)은 4일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기초과학 학회협의체가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기초과학 연구 생태계'를 주제로 개최한 포럼에서 "기초연구는 다양성과 지속성이 유지돼야 하는데 예산 삭감으로 지속성이 끊긴 다음 연구 숫자가 줄며 다양성도 줄어들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현재 1만5천개 선인 기초연구 과제 수가 생애첫연구 등이 사라지면서 내년도 예산 기준 1만여개로 줄어들게 됐다며 "시스템을 40년간 촘촘히 만들어 놓은 게 하루아침에 붕괴해 혜택을 받던 여러 사람이 혜택을 못 받게 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 과정에서 기초연구비가 크게 줄진 않았지만, 혜택을 받는 숫자가 줄며 지방대 연구자와 수도권의 소규모 연구실을 운영하는 연구자들이 큰 피해를 보게 됐다고 그는 주장했다.
정 회장은 정부 측에 이런 우려를 수 차례 전달해도 전혀 정책에 반영되지 않는다며 "말은 들어주겠노라 했는데 결과는 자기 생각대로 끌고 가는 모순성이 있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공학과 기술, 기초연구 비중을 비슷하게 가져가는 독일 등 선진국과 달리 한국은 2019년 기준 대학에서 공학과 기술 분야에 연구비의 44%가 투입됐지만 기초연구엔 15%만 투입됐다며 한국의 연구개발(R&D) 구조가 선진국형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정 회장은 "기초연구는 다양한 분야에서 큰 효과를 낳는데 경제관료들이 자꾸 경제 개념으로 접근해 피해를 본다"고 지적하고 "독일은 기초연구에 대해서는 어느 정부도 손을 못 대고 6%씩 증가하게 해 뒀다"며 기초과학을 강조하는 제도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월렴 이화여대 물리학과 교수도 "오랜 기간 기초과학계와 연구재단이 분야별 지원책을 큰 노력 끝에 완성하고 연구자 숫자와 집단 규모를 고려해 만든 틀을 허물어 버린 것"이라며 비판했다.
그는 "생쥐를 박스에 넣어 키우면 증식하다가 박스 크기를 안 키워주면 서로 잡아먹는다"며 "(기초과학계도) 그런 식으로 변하지 않을까 두려움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총액이 늘어나도 시스템이 무너지고 분배가 되지 않으면 연구자가 죽어나게 된다"며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대학별 블록펀딩(묶음 예산) 지원을 분야별로 바꿔 특성에 맞게 배분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shj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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