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 주 = 한국국제교류재단(KF)의 2024년 발표에 따르면 세계 한류 팬은 약 2억2천5백만명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또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초월해 지구 반대편과 동시에 소통하는 '디지털 실크로드' 시대도 열리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한류 4.0'의 시대입니다. 연합뉴스 동포다문화부 K컬처팀은 독자 여러분께 새로운 시선의 한국 문화와 K컬처를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되고자 전문가 칼럼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시리즈는 매주 게재하며 영문 한류 뉴스 사이트 K 바이브에서도 영문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미국 MIT 大는 '오픈 코스웨어'(Open Course Ware)라는 온라인 교육 시스템으로 유명하다. 이 시스템은 MIT가 지난 2003년 전 세계인을 대상으로 시작한 인터넷 무료 공개강좌다. 사실상 세계의 거의 모든 온라인 학습기관에 영향을 미쳤다. 총 1천800여개의 강좌가 오픈 코스웨어를 통해 진행됐다.
수강자는 본인의 의지만 있으면 이 프로그램을 통해 MIT의 거의 모든 강좌를 선별하고 수강할 수 있다.
또 다른 미국의 명문대학 중 하나인 예일대도 '오픈 예일 코스'(Open Yale Course)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해오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예일대에서 인기 있는 학부 수업을 영상으로 만들어 일반인도 무료로 수강할 수 있게 했다. 예일대는 음악과 예술 분야까지 무료 강좌로 만들어 배움이 필요한 세계인에게 기여하고 있다.
영국은 이러한 프로그램을 더 일찍 시작했다. 우리나라의 방통대 개념의 '오픈 유니버시티'(Open University)를 공영방송 BBC를 통해 무료 원격 교육을 선보였다. BBC는 이후 2006년에도 '오픈 런'(Open Learn)이라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MIT의 오픈 코스웨어를 벤치마킹한 무료 온라인 교육을 이어갔다.
세계적인 대학이 이처럼 대학 강좌를 당시의 첨단 기술을 활용해 대중에게 공개한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격차'(Divide)의 해소를 위해서다. 첨단 기술이 발전해도 교육의 기회를 균등하게 제공해 기술의 격차로 교육받을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깊은 휴머니티에 근간한 프로그램이다.
이른바 '지식의 민주화'라는 큰 의제를 실천하기 위해서다. '지식의 민주화'는 필자가 만든 말이지만 이러한 세계적 명문대학도 교육받을 권리라는 인간의 존엄성에 기여한다는 사실을 말하고 싶다.
따라서 많은 첨단기술이 나와도 거기에는 반드시 이 기술의 소외계층을 고려한 후속 조치가 따라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주된 요지다. '지식의 민주화'처럼 많은 이가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함께 누리고 향유하며 학습해야 한다.
오늘날 '디지털 격차'(Digital Divide)는 정보화 사회에서 심각한 사회 문제다. 당장 멀리 갈 것도 없다. 식당과 카페에서 키오스크 주문을 하지 못하는 노인을 보기는 어려운 일이 아니다.
특히 저소득층, 고령층, 그리고 개발도상국의 사람은 최신 기술에 접근할 기회 자체가 적다.
2024년 전 세계 인터넷 이용자는 약 54억 5천만명으로 전 세계 인구의 67.1%에 달한다. 뒤집어 말하면, 전 세계 인구의 약 3분의 1이 여전히 인터넷 접근성이 부족하다.
2023년 UNESCO 보고서(Global education monitoring report, 2023: technology in education: a tool on whose terms)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초등학교의 40%, 중학교의 50%, 고등학교의 65%만이 인터넷에 연결돼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디지털 격차는 단지 인터넷 연결의 문제가 아니라, 인공지능과 같은 최신 기술에 접근할 기회가 제한적이라는 현실을 의미한다. 현재 많은 이가 온라인을 활용한 국제적 연결성에 대해 강조하고 있지만, 정작 접근성 자체의 확대는 여전히 불평등하다. 아직도 어떤 지역에서는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할 인프라가 부족해 정보 접근이 크게 제한되고 있다.
◇ 디지털 접근성과 인공지능 예술의 불평등성
인터넷 연결이 안 되면 인공지능을 활용할 수 있는 능력 또한 경제적, 기술적 여건에 좌우된다.
결국 문화적 권리를 향유함에 있어서도 배제된다.
인공지능 기술의 발달은 검색과 지식 및 정보에 접근하는 방식 자체를 바꿔놨다.
필자와 같이 예술을 '업'으로 하는 사람은 인공지능을 활용한 다양한 정보와 데이터에 접근해 작품을 만드는데 영감을 얻는 비율이 높다. 마찬가지로 이 분야를 지망하는 수많은 MZ세대 예비 예술가는 이 과정이 필수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인공지능 기술을 직접 활용해 디지털 작업을 하는 사람은 반드시 이러한 격차 해소가 수반돼야 한다.
인공지능 예술은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인터넷 접근성이 낮은 계층에게는 거의 '손에 닿지 않는 세계'가 된다.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은 예술의 경계를 확장하고 혁신적 창작 방식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그 이면에는 기술에 접근하지 못하는 이들이 존재하는 디지털 불평등의 문제가 여전히 남아있다.
디지털 예술을 창작하거나 감상할 기회의 배제는 단순하게 예술적 재능이나 창의성의 문제가 아니다. 명백히 사회적, 경제적 접근성과 관련된 문제이며, 문화적 소외 계층이 예술에 접근하는 기회 자체가 배제되고 있는 현실을 드러낸다.
◇ 소외당하지 말아야 할 인공지능 예술 접근성
인도나 중국 같은 나라는 인터넷 사용자가 많은 국가 중 하나다. 그런데도 가장 많은 인터넷 비 접속 인구를 보유하고 있다. 인도 내의 대도시는 인공지능 기반 예술 프로그램이나 교육을 통해 젊은 예술가가 국제적인 플랫폼에 진입할 기회를 가질 수 있다. 반면, 농촌 지역에서는 인터넷 접근성 부족으로 인해 예술적 소통 기회가 부족하다.
위의 지도에 보이는 것처럼 아프리카 대륙의 예술가도 인공지능 예술의 발전을 체험할 기회가 부족하다. 여러 아프리카 국가에서는 디지털 인프라가 미비하고, 기술 교육 역시 부족하다. 따라서 그들은 자신의 창의성을 발휘할 기회를 상실하게 되며, 궁극적으로는 문화적 다양성과 표현의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
지역 예술가 단체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기술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여전히 많은 예술가는 고가의 장비와 소프트웨어를 구입할 수 없는 상황에 부닥쳐 있다. 특히 인공지능 기반 예술 프로그램이나 클라우드 서비스는 상당히 고가다.
인터넷 속도 또한 이러한 창작 활동을 지원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인공지능 예술은 전 세계 예술가들에게 동등한 기회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기술 불평등이 예술 창작의 영역에서도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인공지능 예술의 출현은 분명히 혁신적 가능성이 넘친다. 예술의 범위를 확대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기술 발전의 이면에는 여전히 심각한 디지털 불평등과 문화적 소외가 존재하는 현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기술 접근성의 차이는 단순한 데이터와 정보의 소비를 넘어, 문화적 표현의 기회를 상실하는 문제로 이어진다. 특히 저소득층, 고령층, 그리고 개발도상국의 예술가와 창작자는 인공지능 예술의 혜택에서 배제되고 있다. 결국 그렇게 문화적 권리가 침해받고 있다.
교육자이며 예술가인 필자는 감히 이렇게 말하고 싶다. 글로벌 기업과 각국 정책 입안자는 과거 MIT와 예일대, 그리고 BBC의 사례처럼 인공지능 분야의 기술과 교육 격차 해소에 더욱더 적극 나서야 한다고. 구글과 메타, 그리고 일론 머스크가 풍선 와이파이와 위성을 띄워 인터넷 보급에 나선 것은 반길만한 일이다.
그렇게 인공지능 격차 해소에 나서는 것이 웹 3.0의 시대정신일 것이다.
그렇게 '지식의 민주화'처럼 '인공지능의 민주화'도 열릴 것이다.
이은준 미디어아티스트
▲ 경일대 사진영상학부 교수
<정리 : 이세영 기자>
s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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