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신세계그룹 e커머스 계열사 SSG닷컴이 고강도 군살빼기에 돌입하면서 성장통을 겪고 있다. 매년 1000억원대의 적자에서 벗어나기 위해 비용을 대폭 줄인 탓에 역성장에 직면한 것이다. 신세계그룹은 올해 SSG닷컴 대표이사를 교체하는 등 인적 쇄신을 통해 적자 탈출에 시동을 걸었다. 하지만 수익성 중심의 경영 기조로 성장이 뒷걸음치면서 재무적 투자자(FI)의 투자금 회수 압박이 커지고 있어 1조원대의 자금 수혈이 가능할지 관심이 쏠린다.
8일 이마트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SSG닷컴은 올해 상반기 매출이 8085억원으로, 전년 동기(8483억원) 대비 4.7% 줄었다. 지난해 연간 매출이 1조6784억원을 기록하면서 전년(1조7447억원) 대비 3.8% 역신장한 데 이어 감소폭이 확대된 것이다. e커머스 업계 1위인 쿠팡이 매년 20% 넘는 성장률을 보였고, 올해 3분기 매출은 30% 넘게 늘어난 것과 대조적이다.
SSG닷컴은 2018년 12월 이마트의 온라인쇼핑몰을 분할해 설립된 뒤, 이듬해 3월 신세계몰을 흡수합병했다. 설립 첫해 88억원이던 매출액은 이듬해 8441억원으로 뛰었고, 2020년에는 1조 매출을 돌파했다. 2021년 패션플랫폼 W컨셉을 인수하면서 2022년 매출이 1조7000억원대까지 불어났지만, 지난해부터 몸집이 줄어든 것이다.
수익성이 갈수록 악화되면서 비용을 대폭 감축한 탓이다. 이 회사는 출범 첫해 10억원가량의 영업흑자를 냈지만, 이듬해 800억원대 영업적자를 냈다. 2021년 영업손실을 절반으로 줄이는데 성공했는데, 2022년부터 1000억원대 적자를 기록 중이다. 코로나19 대유행을 거치면서 비대면 쇼핑 트렌드가 확산되자 e커머스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다. e커머스 기업들은 집객을 위해 가격을 낮추고, 배송 경쟁을 벌이기 위해 물류센터 투자 등에 나서면서 손실폭이 커졌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수익성에 방점을 찍은 경영 기조로 바꾸면서 대규모 비용 감축이 이뤄졌고, 마케팅 비용을 대폭 삭감하면서 매출이 역성장으로 돌아선 것이다. 실제 SSG닷컴은 2022년 615억원이던 광고비를 지난해 486억원으로 줄였고, 판매촉진비는 342억원에서 229억원까지 축소했다. 그 결과 비용은 1조8559억원에 달하던 비용을 1조7814억원으로 700억원 넘게 감축했다. 하지만 브랜드 노출이 줄어든 데다, 가격 경쟁력마저 떨어지면서 판매가 부진했던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그룹은 올해 e커머스 분야 수장을 교체하는 인적 쇄신을 단행했다. SSG닷컴의 경우 대표이사를 영업 전문가인 최훈학 전무로 교체하고, 구조조정에 나섰다. 지난 7월에는 법인 출범 후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기도 했다. 당시 희망퇴직을 통해 직원 200여명이 퇴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SSG닷컴은 또 비용 절감 차원에서 현재 강남 센터필드에 있는 사옥을 내년 2월 영등포에 위치한 KB 영등포타워로 옮길 예정이다.
신세계그룹은 올해 말까지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BRV캐피탈이 보유한 SSG닷컴 보통주 131만6492주(전체 30%)를 사 줄 투자자를 찾고 있다. SSG닷컴은 2019년 배송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이들 FI로부터 1조원을 유치했다. 당시 양측은 SSG닷컴의 총거래액(GMV)이 일정 수준을 넘지 못하거나, 기업공개(IPO) 관련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FI 보유 지분을 웃돈을 주고 다시 사가야 하는 내용 풋옵션 계약을 맺었다.
FI는 올해 초 SSG닷컴이 두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하지 못했다면서 신세계에 지분을 되사갈 것을 요구했고, 올해 연말까지 새로운 투자자를 찾기로 했다. KB증권 등 증권사들이 이들 지분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유경 회장이 이끄는 신세계가 보유한 SSG닷컴 지분 24.4%도 숙제다. SSG닷컴은 현재 이마트가 지분 45.6%로 최대주주다. 최근 신세계그룹은 정유경 회장의 승진과 함께 계열분리를 공식화했는데, 이마트가 신세계가 가진 SSG닷컴의 지분을 인수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다만, SSG닷컴은 설립 이후 수익을 내지 못하면서 재무건전성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SSG닷컴의 연결 유동자산(1년 내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은 FI로부터 투자를 받은 2019년 당시 8211억원에 달했으나, 지난해 4833억원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반면 1년 내 갚아야 할 유동부채는 이 기간 5463억원에서 6725억원으로 늘었다. 유동부채 가운데 납품업체에 지급할 외상값인 매입채무는 4744억원에 달한다. 수치만 놓고 보면 외상값도 갚지 못할 정도인 것이다.
SSG닷컴 관계자는 "최근 매출은 2022년 하반기부터 지속해 온 성장과 수익의 '균형성장' 전략에 따른 것"이라며 "실제 지난해에도 총 거래액(GMV)은 신장했고 적자는 82억원 줄었다"고 했다. 이어 "올해도 1분기와 2분기 GMV는 각각 16%, 5% 늘었고,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도 흑자를 달성했다"며 "과감한 사업구조 개편으로 수익성을 개선해 연간 EBITDA 흑자를 달성할 계획"이라고 했다.
조성필 기자 gatozz@asiae.co.kr<ⓒ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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