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절기 입동을 넘기며 본격적인 추위가 찾아온 가운데 겨울철 필수 의류인 패딩 점퍼의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어 소비자들의 부담이 커졌다. 명품이 아닌 스포츠 브랜드에서 판매하는 패딩 가격이 100만원을 훌쩍 넘기는 경우도 많아졌다.
10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패딩은 브랜드·충전재별로 가격이 천차만별이라 단순 가격 비교가 쉽지 않지만, 전반적으로 올겨울 패딩 가격은 예년보다 높은 수준을 형성하고 있다. 패딩 가격이 뛴 건 중국으로부터 수입하는 구스(거위), 덕(오리)다운 충전재 가격이 상승한 영향이 크다. 중국은 세계 최대 규모의 구스, 덕다운 시장으로 국내 패션업체들도 패딩 원자재 공급 대부분을 중국산에 의존한다.
중국에서 유통되는 구스다운 충전재(솜털 90%, 흰색) 1kg의 가격은 5월4일1069.66위안(20만7900원)에서 11월4일 1143.92위안(22만2300원)으로 6.94% 상승했다. 덕다운 충전재(솜털 90%, 흰색) 가격도 5월6일 481.9위안(9만3600원)에서 11월4일 535.62위안(10만4100원)으로 11.15% 상승했다.
한국에서 유통되는 스포츠 브랜드에서는 경량 패딩 외 10만원대 패딩은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디스커버리의 한겨울 패딩 가격은 20만원 후반대부터 시작한다. 디스커버리에서 가장 저렴한 패딩인 숏다운 여성 헤이니 글로우 다운은 27만9000원이다. K2 여성 실크스타 웨이브 구스다운의 가격은 24만9000원(공식 홈페이지의 할인가 기준)이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의 가장 저렴한 패딩은 여성 라루스 코지 덕다운 중기장 후드 다운 점퍼로 23만9200원이다.
노스페이스의 패딩 가격 역시 가파르게 올랐다. 노스페이스는 2010년대 전후 비싼 가격으로 대표적인 '등골' 브랜드로 꼽혔던 곳이다. 노스페이스의 대표 모델인 1996 레트로 눕시 다운 재킷(여성 기준)의 2018년 26만9000원이다. 현재 1996 에코 눕시 재킷, 1996 레트로 눕시 재킷은 모두 39만9000원으로 6년 전과 비교하면 13만원가량 올랐다.
100만원을 넘는 것도 쉽게 찾을 수 있다. K2가 최근 출시한 씬에어 앱솔루트의 경우 출시가는 110만원, 알라야 GTX 히팅 다운재킷의 출시가는 109만원에 달한다.
패딩 가격 상승은 소비자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데, 소비 양극화가 심화되며 주머니가 가벼운 젊은층은 스파(SPA) 브랜드로 몰리는 모습도 나타난다. 스파 브랜드는 의류 기획·생산·유통·판매 등 모든 과정을 직접 관리하는데 가격이 합리적이고 패션 트렌드를 빨리 반영해 젊은 소비자들 사이에서 선호도가 높다.
대표적인 스파 브랜드인 무신사 스탠다드의 경우 2021년 5월 홍대에 1호점을 오픈한 뒤 11월까지 17호점으로 점포수를 늘렸고 누적 방문객도 1000만명(8월 기준)을 돌파했다. 최근 진행된 슈퍼세일(10월11일~10월20일)에서 무신사 스탠다드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2023년 10월13~22일)에 비해 162% 증가했고, 특히 아우터 매출액이 전년 동기보다 309% 상승했다.
무신사 스탠다드의 가장 비싼 패딩의 가격은 우먼즈 비건 레더 푸퍼 숏 패딩 재킷 15만9900원이다. 다른 스파 브랜드도 상황은 비슷하다. 스파오의 신소재 충전재를 활용한 롱패딩 가격은 9만9000원으로 10만원이 안 된다. 탑텐은 가장 비싼 패딩의 가격이 슈퍼에어 숏다운 점퍼(여성) 19만9000원이다.
반면 명품 패딩의 인기도 뜨겁다.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인 몽클레르는 '패딩계의 샤넬'로 불릴 만큼 가격대가 높은데 몽클레르코리아의 매출은 2023년 3323억으로 전년(2776억)과 비교해 19.7% 증가했다. 보통 패딩은 보온성 탓에 두툼해질 수밖에 없지만, 몽클레르는 슬림한 실루엣이 돋보이는 퀼팅 다운 재킷 라인을 내놓으면서 인기를 얻었다.
몽클레르에서 가장 비싼 패딩인 발루아 시어링 쇼트 다운 재킷은 557만원에 달한다. 패딩 중 가장 저렴한 것은 아바디아 쇼트 다운 재킷 200만원이다.
브랜드 패딩을 싸게 구매하고 싶다면 역시즌 상품을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역시즌이란 이전 시즌에 남은 재고 상품을 의미한다. 더위가 한창인 한여름에 파는 패딩, 모피 등이 대표적이다. 역시즌 행사에서 브랜드 대부분이 많게는 70%가량 대폭 세일해 판매한다. 브랜드 입장에서는 재고를 줄이고, 소비자로서는 양질의 상품을 싸게 살 기회인 셈이다.
윤슬기 기자 seul9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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