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해외의 유명 반도체 장비 기업들이 잇달아 특허 분쟁을 제기하는 데 밑바탕이 되는 ‘특허권 등록’을 외국보다 우리나라에서 집중적으로 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은 것으로 확인된다. 해외 특허분쟁 대응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11일 현재 특허정보검색사이트 ‘키프리스’ 검색 결과에 따르면 세계 5대 반도체 장비기업으로 불리는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미국), 램리서치(미국), 도쿄 일렉트론(일본)은 우리나라에서 신청해 등록한 특허실용신안이 다른 나라에 등록된 건수보다 훨씬 더 많다.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는 우리나라에서 343개(인증 후 소멸된 것까지 포함)의 특허실용 등록을 신청했다. 반면 모국인 미국과 유럽 등에 등록된 건은 하나도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램리서치는 469건, 도쿄 일렉트론도 1988개에 이른다. 도쿄 일렉트론 역시 모국인 일본(159개)보다 우리나라에서 특허를 집중적으로 등록했다. 이들 유명 기업들 외 해외의 크고 작은 반도체 장비 기업들이 등록한 특허까지 모두 포함하면 그 숫자는 1만여건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업계에선 외국 기업들의 ‘특허 공습’에 대해 대기업과 소부장(소재·부품·장비) 모두를 포함한 우리 반도체 기업들의 기술 개발을 견제하기 위한 의도로 본다. 최근 반도체가 인공지능(AI) 시대 개막과 함께 호황을 누리고 자연스럽게 관련 장비들도 이전보다 다양하게 개발되면서 우리 기업들에 대한 해외 기업들의 경계가 심해진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만큼 우리 반도체 기술이 많은 성장을 이뤄 자연스럽게 겪게 된 현상이란 긍정적인 반응도 있다.
다만 해외 기업들에 의해 지뢰밭처럼 곳곳에 ‘특허 덫’이 깔리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기업을 위한 선제적인 특허 대응과 법적 분쟁시 지원제도 등이 보다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특허 전문 변호사는 "최근 반도체 시장 확대로 특허 분쟁은 이제 하나의 제품에 머물지 않고 밸류체인의 전역에서 넓게 발생하는 경향이 있다"며 "관련 법제와 대응방안을 면밀히 살펴보고 사전에 대응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램리서치와 특허 소송을 하고 있는 피에스케이의 박경수 회장은 "해외 기업들은 본인들의 기술을 지키려고 분쟁에 많이 나서고 있는 것으로 이해한다"며 "우리도 충분히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램리서치 고위 관계자는 "(분쟁이 아닌) 상생의 계획도 있다"면서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같이 특허를 리뷰하고 공동 특허도 개발할 수 있다"며 분쟁이 아닌 협력의 가능성을 열어놨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최서윤 기자 s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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