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의도치 않은 급가속 사고를 시연하고 사고기록장치(EDR) 데이터를 공개 검증하는 자리가 내년 한국에서 열린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사고 조사 당국을 비롯해 한국자동차안전학회·지능형자동차부품연구원 등 전문가·지자체 등 공신력 있는 국내외 기관, 관련 업체가 함께 추진하는 첫 실증 무대다.
박종진 국과수 교통실장은 12일 자동차안전학회·한국자동차기자협회 공동 주최 포럼에서 내년 10월께 목표로 ‘자동차 사고 및 자율주행 에지케이스 재현 워크숍’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가칭 ‘K크래시’라고 이름 붙였다. 이날 행사는 전일 개막한 미국 자동차의학진흥협회(AAAM) 학술대회 일환으로 열렸다.
박 실장은 "EDR 데이터 분석 결과를 일부 전문가가 호도해 다수 국민이 운전자 페달 오조작 결과를 불신하는 일이 빈번하다"며 "외국과 달리 국내에선 EDR 데이터 검증이나 연구, 충돌 등과 관련한 공적 논의의 장이 없어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7월 있었던 시청역 사고나 2022년 강릉에서 할머니가 손자를 태우고 가다 난 사고로 국민 불안은 한층 높아졌다. 비슷한 사고에서 운전자는 대부분 급발진을 주장하나 대부분 페달 오조작으로 드러났다. 국내에선 EDR 장착이 2016년부터 의무화됐으나 사고 기록을 믿지 않으려는 부정적인 시선도 있다. 사회 전반적으로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페달 오조작 사고 비율도 느는 추세다.
자동차·부품의 성능과 기준에 관한 규칙이 개정돼 내년 2월부터 EDR 기록항목은 현행 45개에서 67개로 늘어난다. 기록을 분석·해석하는 과정에서 정성적 요인이 작용할 여지는 있지만 EDR에 저장된 기록 자체는 신뢰성이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고 박 실장은 강조했다.
EDR에는 사고 직전 제동 페달 작동 여부를 비롯해 가속페달 변위량, 마스터 실린더 압력, 전방 충돌방지 보조 기능 등이 0.1초 혹은 0.5초 단위로 저장된다. 다만 이러한 EDR 기록을 추출해 분석할 수 있는 설비는 경찰이나 국과수 등 조사당국만 갖고 있다. 민간에서도 설비를 갖추고 분석하는 외국과 다르다.
최근 나오는 자동차는 앞 차와의 거리를 살펴 주행속도를 높이거나 낮추는 첨단주행보조(ADAS) 기능이 대부분 들어가 있다. 여기에 앞으로 자율주행 기술 수준이 높아지면서 사고 기록을 분석하는 일이 더 중요해질 것으로 업계에서는 내다본다. 자율주행차는 따로 데이터 저장시스템(DSSAD)을 갖춘다. 내년 있을 충돌사고 재현 워크숍에서는 충돌사고를 시연하는 것을 비롯해 데이터 추출·분석, 데이터 분석 사례, 특이조건 사고(에지케이스), 실차 데이터 비교분석 등도 같이하기로 했다.
이번 워크숍은 국과수와 자동차안전학회·지능형부품연구원, 한국자동차연구원이 주관기관으로 참여할 예정이다. 여기에 경찰청과 자동차안전연구원, 한국도로교통공단, 경북테크노파크, 보험개발원,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압협회 등이 함께 한다. 유럽에 기반을 둔 자동차 전문 시험·인증기관 데크라(DEKRA), 자율주행 기술개발 초기기업 오토노머스A2Z, 자율주행 시뮬레이션 플랫폼업체 모라이 등 민간 기업도 참여한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최신순
추천순
답글순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