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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시각]고려아연 지배구조 개편안 속 '숨은 전략'
    입력 2024.11.14 10:54

[ 아시아경제 ]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주주 친화책으로 내놓은 고려아연 지배구조 개편 방안은 다른 주주들이 향후 열릴 주주총회에서 최 회장을 지지할 명분으로 작용할 수 있을까.

최 회장은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놓고 사외이사가 의장을 맡도록 하겠다고 선언했다. 스스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다수의 주주를 위해 중립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사외이사 중심 체제를 만들겠다는 얘기다. 자본시장 일각에서는 최 회장이 회장직을 유지하는 상황에서 사외이사의 중립성이 과연 보장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런 점에서 투자자들로부터 의미 있는 지배구조 개편안이라는 평가를 받기는 어려워 보인다.

최 회장은 다소 파격적인 제안도 내놓았다. 지배주주를 제외한 일반 주주들이 참여하는 의사결정 구조인 비지배주주 승인제도(Majority of Minority Voting·MOM)를 도입하겠다고 했다. 그는 "지배주주와 소액주주의 이해가 상충하는 사안에 대해 소액주주의 의사와 여론을 이사회 구성과 주요 경영 판단에 반영할 수 있다"며 "MOM을 통해 일정한 이사를 추천하는 방안 등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MOM은 대주주를 제외한 일반 주주의 경영 참여도를 높여 최대 주주의 전횡을 막는다는 장점이 있다. 한편으로는 현재 지배 주주인 MBK·영풍 연합의 경영권 행사를 견제 또는 차단하는 장치를 만들겠다는 의도가 보인다.

투자자들이 주목해야 할 대목은 두 방안 모두 실제로 현실화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사외이사의 이사회 의장직 수행, MOM 도입은 모두 주주총회에서 정관을 변경해야 도입이 가능한 일이다. 상법 제434조에 따르면 주총 특별결의는 출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과 발행주식총수의 3분의 1 이상 두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고려아연 지분율을 39.83%까지 늘린 MBK·영풍 연합이 동조하지 않는 한 정관 변경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발행주식총수의 3분의 1 이상의 찬성을 끌어낼 수는 있을지언정, 출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을 충족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최 회장과 ‘백기사’를 합한 지분율은 35% 내외로 추정된다.

최 회장과 외부 법률 자문단이 주총 특별결의 요건을 모를 리 없다. 실현 불가능한 주주 친화적 지배구조 방안을 도입하겠다고 시장에 던진 것은 향후 주총 표 대결에서 지지 명분을 얻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MBK·영풍 연합이 제시한 집행임원제도도 특별결의를 통한 정관 변경을 거쳐야 해, 최 회장 측이 반대하면 통과하지 못할 것이라는 계산도 한 것으로 보인다. 어차피 현행 이사회 제도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국민연금 등 다른 주주들의 지지를 끌어낼 명분으로 실현 불가능한 지배구조 개편 방안을 들고나왔을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최 회장에 우호적인 인사를 1명이라도 더 이사회에 진입시키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주주 친화적인 지배구조 개편에 반대한 MBK·영풍을 일반 주주들이 적대시하도록 여론전을 펼칠 것이라는 예상도 해 볼 수 있다.

주주총회에서 어느 쪽으로 표를 던져야 할지 선택의 기로에 놓인 주주들은 최 회장 측과 MBK·영풍 연합이 내놓은 주총 안건의 진정성과 의도를 잘 톺아봐야 할 것 같다.

임정수 기자 agreme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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