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현대제철이 장기화하는 철강 불황과 수익성 악화에 제강시설인 경북 포항 제2공장 가동중단을 결정했다. 수익성 개선을 위한 지속적인 감산 노력에도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불황의 터널 끝을 알 수 없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14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포항2공장 가동을 중단하기로 결정하고 임직원들에게 이를 알렸다. 이번에 폐쇄하기로 한 공장은 제강 100만t, 압연 70만t의 생산 규모를 갖고 있다. 이는 현대제철 전체 생산량의 약 3%에 해당한다. 포항공장은 다양한 제품을 소량 생산하는 체제로 운영돼 왔지만 철강업황 악화로 지난해부터 가동률이 급격히 낮아진 것으로 전해진다.
현대제철은 이날 오후 노사협의회를 열어 인력 전환 배치와 폐쇄 시점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효율적인 생산 운영 및 수익성 개선을 위해 폐쇄를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아직 확정된 사안은 아니고 노사 간 원만한 협의를 통해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제철이 공장 폐쇄를 결정한 건 지속적인 감산에도 불황을 탈출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앞서 현대제철은 지난 2월부터 인천공장 전기로에 대해 6개월간 특별보수를 진행한 데 이어 당진제철소도 9월부터 12월 중순까지 3개월간 장기 정기보수를 진행 중이다. 하지만 현대제철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77.4% 급감한 515억원으로, 2분기 실적(980억원)을 밑돌며 계절적 성수기 효과조차 누리지 못했다.
국내 최대 철강사인 포스코도 실적 악화를 경험하면서 그룹 차원의 저수익 사업과 비핵심 자산에 대한 구조개편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적자가 이어지는 중국 장쑤성 장가항포항불수강 제철소 매각을 검토하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이번 실적 악화의 주요 원인으로는 중국산 저가 철강 제품의 공세가 지목된다. 중국 철강사들이 부동산 경기 침체로 줄어든 내수 수요를 메우기 위해 후판 등 철강 제품을 저가로 수출하면서 국내 철강 시장을 압박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작년 중국의 철강 순수출은 약 341억달러에 달해 전고점인 2014년 343억달러에 근접했다. 현대제철은 지난 7월 중국 업체들의 저가 후판 수출로 피해를 보고 있다며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에 반덤핑 제소를 제기한 상황이다.
여기에 최근 산업용 전기료가 10% 이상 인상되며 부담을 가중하고 있다. 철스크랩을 전기로 녹여 철강 제품을 생산하는 전기로를 주로 사용하는 현대제철은 이번 전기료 인상으로 연간 약 1000억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3분기 영업이익의 두 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철강사들이 그동안 생산량을 줄이며 불황을 견뎌왔지만, 전기료까지 오르면서 상황이 더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이성민 기자 minut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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