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합현실 헤드셋 15일 판매 개시…가격 499만원
(서울=연합뉴스) 조현영 기자 = "고객님은 지금 보라보라섬에 와 계십니다. 홀로 조용한 곳에 있고 싶을 때 최고죠."
애플이 혼합현실(MR) 헤드셋 '비전 프로'를 국내 출시한 15일, 애플 명동에서 기자가 비전 프로를 착용한 채 '환경' 기능을 켜자 눈앞에는 붐비는 매장 대신 야자수가 살랑거리는 보라보라섬의 아름다운 자연환경이 펼쳐졌다.
손바닥을 천장으로 향하자 튀어나온 작은 버튼을 누르니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에서 볼 수 있는 익숙한 홈 화면이 바닷가에 나타났다.
애플은 비전 프로를 '공간형 컴퓨터'라고 부른다. 메시지와 전화, 페이스타임 같은 기본적인 통신 기능은 물론, 보라보라섬 같은 이색적인 환경에서 색다르게 영상을 시청하거나 업무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앱 모양이나 인터페이스는 아이폰, 패드와 유사하지만, 손가락으로 스크린을 터치하는 대신 누르려는 앱을 눈으로 바라보면서 엄지와 검지를 짧게 맞대는 점이 크게 달랐다. 마치 눈이 마우스 커서가 된 느낌이었다.
눈의 움직임을 추적하다 보니 정밀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과는 다르게 글자 버튼 간격이 좁은 가상 키보드도 무리 없이 사용 가능했다.
비전 프로의 진가는 이미지와 동영상을 볼 때 드러났다.
아이폰 15 프로 모델부터 지원하는 '공간 비디오' 기능으로 촬영한 가정집의 생일 파티 동영상을 틀자, 케이크가 올려진 탁자 테이블 주위에 사람들과 같이 둘러 앉아있는 것 같았다.
어렸을 때 보던 팝업 동화책이 살아 움직이는 느낌이었다. 화면 크기도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었는데 매장 한 면을 꽉 채울 만큼 키울 수도 있었고 손가락 제스처로 줌 인·아웃도 가능했다.
애플 TV에서 농구, 축구 등 스포츠 경기를 볼 때는 몰입감이 더 높았다. 공이 눈앞으로 날아오르는 등 경기장 1열에서 경기를 직접 감상하고 있는 듯했다.
코끼리, 코뿔소 같은 동물은 그 질감과 움직임이 손으로 만질 수 있을 것처럼 생동감 있었다.
아직은 유튜브 등 동영상 플랫폼이나 넷플릭스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비전 프로용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지 않지만, 앞으로 비전 프로 기능을 제공하는 콘텐츠가 늘면 영화관에 가지 않아도 충분할 정도였다.
맥에서 보던 화면을 바로 비전 프로에서 볼 수 있도록 연동성을 늘린 점도 장점이었다.
그러나 600g이 넘는 무게를 무시하기는 어려웠다.
눈에 닿는 부분에 쿠션이 있고 두상 크기에 맞는 스트랩을 제공하고는 있지만, 장시간 착용은 어려웠다.
가격도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실내에서 여가 생활을 즐기는 용도로만 활용한다면 499만원의 가격은 부담스러운 면이 있다.
그러나 영상 편집 등 업무에 활용한다면 컴퓨터를 눈에 쓰고 거대한 빔프로젝터 화면에서 작업할 수 있는 효과를 누릴 수 있어 지불할 만하다고 생각했다.
업계 관계자는 "비전 프로는 일반 대중보다는 얼리어답터를 대상으로 하며, 신기술을 느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스마트폰이 처음 나왔을 때 사용성이 떨어졌던 것처럼 앞으로 생태계가 갖춰지면 비전 프로 수요도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애플 앱스토어에는 비전 프로에서 사용할 수 있는 2천500여 개의 앱이 있다.
카카오[035720]가 지난 12일 애플 비전 프로에서 카카오톡을 이용할 수 있게 업데이트한 것처럼 한국에서도 비전 프로용 업데이트가 늘면 활용성이 더 높아질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날 명동 매장에서 비전 프로를 처음으로 구매한 차호종(31) 씨는 "업무상으로는 맥을 연결하는 기능을 가장 많이 쓸 것 같다"며 "폼팩터 측면에서는 돌파구가 필요하지만 애플이 사용자경험(UX)에 대한 탐구는 마친 것 같다"고 말했다.
두 번째로 비전 프로를 구매한 스타트업 대표 이호종(34) 씨는 비전 프로를 인공지능(AI) 보이스챗 등 서비스 개발에 사용할 계획이다.
"의사들이 가상의 환자를 대상으로 진단을 연습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고 있다"며 "AR, VR이 쓰이는 시대는 무조건 올 것이고 여기에 참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비전 프로 체험을 원하면 7개의 애플 스토어에 직접 방문하거나 온라인으로 예약하면 된다.
hyun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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