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위기의 e커머스]⑩오픈마켓 효시 G마켓, 적자 탈출 해법은?
    입력 2024.11.18 07:53

[ 아시아경제 ] 국내 오픈마켓 시장을 개척한 G마켓이 진퇴양난에 빠졌다. 쿠팡이 직매입을 통한 빠른 배송을 통해 e커머스 시장을 석권한 가운데 알리익스프레스를 비롯한 중국 오픈마켓 플랫폼들의 공세가 거세지면서다. G마켓은 신세계그룹이 인수한 뒤 성장과 수익성 모두 뒷걸음치고 있다.

G마켓은 올해 들어 경쟁사 출신 재무 전문가를 새 수장으로 맞아 수익성 개선에 총력을 집중하고 있다. 대규모 인적 쇄신과 부진 사업 구조조정을 통해 적자 탈출과 성장 엔진을 다시 달군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e커머스 시장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면서 이용자수가 줄고 있는 점이 시급한 해결 과제다.

G마켓의 연중 최대 할인 행사인 빅스마일데이. G마켓 제공
대표 전격 교체…적자탈출 '시동'

18일 이마트에 따르면 G마켓은 올해 3분기 18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지난해 동기 대비 79억원이나 적자가 확대된 것이다. 매출 역시 225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7% 급감했다. G마켓은 올해 누적 영업손실이 341억원으로 불어났고, 이 기간 매출은 7335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6.4% 후퇴하며 3년 연속 역성장과 적자가 예상된다.

G마켓은 지난해 매출 1조1967억원, 영업손실 320억원을 기록했다. 적자폭은 이전 년도(654억원)와 비교해 절반 넘게 줄었지만, 외형 성장은 12.25% 감소한 것이다.

G마켓은 1999년 시작한 인터파크 경매 플랫폼을 분사해 만든 기업이다. 티몬과 위메프의 대규모 미정산 사태를 일으킨 구영배 큐텐그룹 회장이 대표를 맡았다. G마켓은 2003년 오픈마켓 시장에 진출해 몸집을 키웠고, 2006년 미국 나스닥에 상장되며 '구영배 신화'로 불렸다. 이후 G마켓은 국내 e커머스 시장이 확대되면서 고속 성장을 이뤘고, 2009년 옥션을 운영하던 영국의 이베이가 5500억원에 인수했다. 당시 옥션과 G마켓은 국내 오픈마켓 시장의 양대 산맥으로 꼽혔다.

성공 가도를 달리던 G마켓이 실적 부진에 빠진 것은 신세계그룹이 2021년 인수한 이후부터다. 신세계그룹에 따르면 G마켓은 2016년 8634억원이던 매출이 2020년 1조2442억원까지 급증했다. 영업이익도 2020년 850억원에 달했다. 신세계그룹은 G마켓 인수 당시 "상위권 이커머스 사업자 중 유일하게 흑자를 내고 있는 사업자"라고 했다.

하지만 인수 이듬해부터 영업적자가 났다. G마켓 지분 100% 보유한 아폴로코리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G마켓은 2022년 매출액이 1조3000억을 돌파했지만, 655억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했다. 신세계가 인수한 2021년 9월23일부터 같은 해 연말까지 매출액은 1100억원에 그쳤고, 42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신세계그룹은 G마켓 인수 이후 2년 연속 적자가 발생하자 올해 6월 G마켓은 이끌던 전항일 대표를 내보내고, 정형권 전 알리바바코리아 총괄을 영입했다. 정 신임 G마켓 대표(부사장)는 브라운대학교 경제학 석박사를 받고 골드만삭스, 크레딧 스위스 등을 거쳐 2015년부터 쿠팡에서 재무 임원으로 근무했고, 2017년에는 알리바바코리아로 자리를 옮겨 총괄 겸 알리페이 유럽·중동·코리아 대표를 지냈다.

업계에선 재무통으로 불리는 정 대표가 지휘봉을 잡으면서 G마켓이 수익성 개선 작업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정 대표 취임 첫 분기 성과가 매출과 수익성 모두 악화된 것이다. G마켓 관계자는 "고객 쇼핑 편의에 투자하고 입점 판매자들에 대한 지원으로 영업손실이 커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무 구조 악화 … 고강도 비용 절감 작업

지난해부터 이른바 '알테쉬(알리·테무·쉬인)'로 불리는 C커머스 플랫폼의 공략이 거세지면서 국내 오픈마켓 시장이 직격탄을 맞으면서 G마켓의 실적 부진으로 이어진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 모바일데이터 분석기업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G마켓은 지난해 11월 월간 활성 사용자수(MAU)가 690만명에서 올해 6월 450만명까지 떨어졌다. 알리의 경우 지난해 9월 420만명이던 MAU가 같은해 11월 560만명으로 두 달새 100만명 넘게 급증했다. 테무 역시 이 기간 MAU가 130만명에서 260만명으로 두 배 넘게 성장했다. 이들 C커머스 플랫폼은 올 들어 MAU가 700만명까지 불어났다 중국 직구제품 유해성 논란 여파로 소폭 줄어든 바 있다.

G마켓 이용자수 감소는 지난해 재무제표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G마켓은 지난해 카드 결제 매출에 따른 지급 수수료가 4833억원으로 전년 대비 262억원 감소했다.

이 같은 실적 악화로 인해 G마켓은 지난해 제조사로부터 직접 물건을 구매해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직매입 규모를 줄였다. 상품 매입액은 3770억원으로 이전 연도(5808억원) 대비 35%나 축소했다. 직매입의 경우 플랫폼이 재고부담을 가져가는 만큼 오픈마켓을 확대해 안정적인 수익을 챙기겠다는 것이다.

올해 9월 신세계 계열 편입 이래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지속한 실적 부진의 고리를 끊는 동시에 재무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고강도 비용 절감 작업을 진행한 것이다. G마켓 측은 "수년간 이어진 어려운 시장 환경 속에서 근본적인 체질 개선으로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하고자 희망퇴직을 실시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경영 효율화 기조는 유지하면서 고객들에게 더 나은 쇼핑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노력에 집중할 예정"며 "오픈마켓 경쟁력 근간인 우수 판매자 유치 노력도 지속할 것"이라고 전했다.

조성필 기자 gatozz@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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