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리티지재단 프로젝트서도 규제 언급…"국내기업에 긍정적 전망도"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연방방송통신위원회(FCC) 위원장에 빅테크 규제론자인 브렌던 카를 지명하면서 국내 IT 업계 등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주목된다.
FCC에서 공화당 소속 위원으로 활동 중인 카 위원은 차기 트럼프 정부의 정책과제를 담은 헤리티지재단의 '프로젝트 2025 보고서'에서 'FCC 챕터'를 집필한 인물이다.
19일 프로젝트 2025 보고서에 따르면 그는 "애플, 메타, 구글,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브렌던 카는 빅테크에 한국의 방송통신발전기금과 같은 유니버설 서비스 기금을 부과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틱톡 금지에 대한 지지도 표명한 바 있다. 다만 틱톡 금지와 관련해서는 트럼프 당선인이 이미 틱톡 퇴출을 반대한 만큼 자신의 견해는 철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브렌던 카는 또한 통신품위유지법(DCA)에서 플랫폼 기업의 콘텐츠 내용에 대한 면책 조항을 담은 섹션 230조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섹션 230조는 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체(ISP)와 온라인 플랫폼이 사용자가 게시한 콘텐츠에 대해 법적 책임을 지지 않도록 보호하는 내용이다.
플랫폼이 다른 사용자의 콘텐츠를 삭제하거나 수정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며, 이러한 조치에 대해 법적 책임을 면제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해당 조항은 빌 클린턴 정부에서 도입됐는데, 구글과 페이스북(현 메타) 등이 급성장하는 배경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브렌던 카가 빅테크 규제 강화를 주장하더라도, 실질적으로 대부분 규제 권한은 FCC가 아닌 연방공정거래위원회(FTC)에 있어 큰 변화는 없을 수 있다는 전망도 공존한다.
업계에서는 한국 방통위의 모델이 된 FCC의 정책 변화가 간접적으로 한국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몇 가지 측면이 있다고 본다.
FCC 정책 변화는 직접적으로 한국을 언급하고 있지는 않지만, 글로벌 IT 및 통신 시장의 규제 환경과 경쟁 구도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어 국내 기업들과 정책 입안자들이 주목해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는 것이다.
특히 섹션 230 폐지론과 관련, 네이버·카카오 등 한국 플랫폼 기업들의 해외 사업에도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한정훈 K엔터테크허브 대표는 "해당 부분은 상대적으로 한국 기업들의 해외 사업 시 긍정적인 부분이 있다"며 "하지만 전반적으로 자국 이익을 우선하는 만큼 차세대 통신이나 인공지능(AI) 규제 등에선 한국에 불리한 정책에 나올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브렌던 카가 언급한 5G 주파수 할당과 인프라 구축을 통한 5G 리더십 강화는 삼성전자[005930]와 LG전자[066570] 등 한국의 5G 장비 및 단말기 제조 업체들의 미국 시장 진출에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화웨이 등 중국 기업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FCC 정책은 글로벌 통신장비 시장에서 한국 기업들의 입지를 강화할 수 있고, 저궤도 위성을 이용한 인터넷 서비스에 대한 FCC 지원 정책 역시 우리 기업들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FCC가 추진하는 '클린 표준 이니셔티브'는 국제 통신 표준 설정 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이는 한국 관련 산업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한편, 국내 방통위의 1인 또는 2인 체제가 장기화하면서 코로나19 사태 이후 FCC와의 교류도 한동안 없었다.
내년 초 있을 세계 최대 전자제품 전시회인 'CES 2025' 등을 계기로 양 기관 간 교류가 재개될지도 관심을 끈다.
li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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