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보일러 1500만대 어쩌나…탄소중립 위해 열에너지 전담 거버넌스 필요"
    입력 2024.11.19 09:38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국가에너지 효율 향상을 위한 집단 에너지 역할 정립 및 확대 방안 모색' 정책 토론회에서 토론자들이 발언하고 있다.(2024.11.18) 강희종 기자

[ 아시아경제 ] 최종 에너지 소비의 절반에 해당하는 열에너지를 전담할 수 있는 법체계와 정부 조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미활용 열을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열지도(heat map)를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국가 에너지 효율 향상을 위한 집단에너지 역할 정립 및 확대 방안 모색' 정책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조홍종 단국대 교수는 "우리나라의 최종 에너지 소비에서 열이 차지하는 비중은 50%에 달한다"며 "열 공급에 대한 장기 로드맵을 제시할 수 있는 전담 거버넌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또한 "미활용 열을 활용해 효율을 향상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탄소중립 방안"이라며 "최종적으로는 전기, 열, 통신, 도로, 수소 등에 대한 종합적인 인프라 계획을 통해 스마트시티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국제에너지기구(IEA)의 '리뉴어블 2023' 보고사에 따르면 국내 최종 에너지 소비중 열이 48%, 전력 21% 수송 27%를 차지하고 있다. 그동안 국내 에너지 전략은 전력을 중심으로 수립돼 왔다. 수송 분야 역시 전기차 등 전기화에 초점이 맞춰졌다. 반면 열에너지에 대한 전략은 열병합발전소 등 집단에너지 등 일부에만 반영돼 있을 뿐 종합적인 대책이 없었다. 현재 국내 설치돼 있는 약 1500만대의 가스보일러를 어떻게 탈탄소화할지에 대한 국가적 전략이 전무하다시피 하다. 열병합발전소는 발전에 이용하고 남는 폐열을 이용해 지역난방에 활용하는 발전 형태를 말한다.

이날 참석자들이 제시한 대안은 열지도의 활용과 열병합발전소의 지원 확대다. 조 교수는 "유럽연합(EU)은 14개국에 대한 열지도를 구축했다"며 "런던은 지역난방을 네트워크로 묶어 열을 제공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따른 발제자인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미국은 신재생에너지를 넓은 의미로 해석해 열방합발전을 신재생에너지 공급 의무화의 이행 수단으로 인정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집단에너지 열병합발전에 대해 전력산업기반기금 지원, 개별소비세 등 세금 감면, 한국전력의 에너지효율 향상의무화제도(EERS)에 열병합발전 전기 포함, 배출권 무상할당, 제로 에너지빌딩 의무 이행 수단으로 인정 등의 지원 방안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국가 에너지 효율 향상을 위한 집단에너지 역할 정립 및 확대 방안 모색' 정책 토론회에서 주요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2024.11.18)강희종 기자

이날 토론회 참석자들 역시 열에너지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과 전략 수립을 요구했다. 김현중 한국에너지공단 실장은 "그동안 국내 에너지 시스템 및 정책은 전력 중심으로 개발돼 전력과 수송 부문에서 신재생에너지 보급 정책이 활발한 것과 대비된다"며 "열에너지 거버넌스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신재생열, 폐열, 저탄소열 등의 인증 및 거래 제도 등 새로운 제도를 도입해 열 중심의 탄소중립 이행 수단을 개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지용 에너지경제연구원 실장은 "유럽의 경우 최종 에너지 소비의 50%를 차지하는 열에너지 소비에 있어 탄소중립을 위한 방안으로 집단에너지 확대와 함께 청정 열원으로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며 "전력 및 가스 등 타에너지 시스템과 연계하고 사업 전환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열에너지에 대한 중장기 계획과 열에너지 정책을 체계적이며 지속적으로 관리할 거버넌스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훈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원은 "국내 열에너지 유관 법률중 열에너지의 개념과 범위를 정의한 법률은 부재하고 열 부문의 탈탄소화 전략없이 전력 부문을 중심으로 에너지 정책이 수립되고 있다"며 "에너지 유관 법에서 열에너지 정의 조항을 추가해 열에너지의 종류와 개념을 정립하고 열에너지 전략 수립에 필요한 통계 체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법적 기반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권필석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 소장은 "건물 열에너지의 경우 1500만대의 보일러를 전기화하거나 지역난방으로 교체해 탈탄소화해야 하는데 이해당사자가 많아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열병합발전소 위주 정책에서 벗어나 미활용 열을 활용할 수 있는 열네트워크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현정 라온컨설팅 대표는 "도시가스 개별난방(보일러 1등급 적용 시) 지역난방 대비 연간 134%의 온실가스를 배출한다"며 "집단에너지를 탄소 감축 기술로 인정하고 화석연료에서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가교 역할을 명확히 부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영희 산업통상자원부 신산업분산에너지과장은 "탈탄소화 수단 및 유연성 자원으로 집단에너지의 역할에 대한 인식이 강화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정부는 제6차 집단에너지기본계획 수립,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 등을 통해 집단에너지 보급 확대, 편익 지원 등 구체적인 방안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행사는 김동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최했으며 한국집단에너지협회가 주관하고 산업통상자원부가 후원했다. 토론회 좌장은 손양훈 인천대학교 교수가 맡았다.

강희종 기자 mindl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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