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한국앤컴퍼니그룹이 최근 인수를 확정한 한온시스템 사명을 ‘한국 이노베이티브 테크놀로지스(hankook innovative technologies)’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이 그룹은 주력기업인 한국타이어 사명에도 ‘테크놀로지’를 붙였다. 글로벌 하이테크 그룹으로 도약을 위한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의 경영 의도를 반영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한온시스템은 상호 변경, 사옥 이전 등 다양한 안건을 논의하기 위해 12월 중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한다. 지난달 한국앤컴퍼니그룹은 인수 본계약을 체결하며 한온시스템의 계열사 편입을 확정했다. 계약 절차가 완료되면 한국앤타이어테크놀로지가 한온시스템 지분 54.7%를 보유한 최대 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새로운 사명의 유력한 후보는 ‘한국 이노베이티브 테크놀로지스’가 1순위로 거론된다. 특허청 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한국앤컴퍼니는 이미 2017년 ‘한국 이노베이티브 테크놀로지스’에 대한 상표권 출원을 신청하고 2018년 등록을 완료했다.
이번 사명변경 검토 배경에는 글로벌 하이테크 기업을 꿈꾸는 조 회장의 의지가 상당히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2015년 한국타이어가 사모펀드 한앤컴퍼니와 함께 한라비스테온공조(옛 한온시스템) 지분을 인수했을 당시부터 조 회장은 타이어와 배터리, 열관리 시스템 기술을 중심으로 한 ‘모빌리티 테크놀로지 그룹’을 구상해왔다.
2019년 한국타이어그룹은 지주사와 주요 계열사 이름에 ‘한국(hankook)’과 ‘테크놀로지(technology)’를 넣어 사명을 변경하는 대대적인 브랜드 개편 작업을 단행했다. 그룹 지주사 이름은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에서 한국테크놀로지그룹으로, 한국타이어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로 변경됐다. 이를 위한 사전 작업에서 한국타이어그룹은 ‘한국 이노베이티브 테크놀로지스’라는 상표권도 함께 확보해뒀다. 향후 한온시스템의 인수 가능성을 남겨두고 계열사로서 사명을 미리 마련해둔 것이다.
‘테크놀로지’라는 단어는 조 회장이 특별히 애착을 갖는 단어다. 부품사로서 완성차에 종속되지 않고 자체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술’이 가장 중요하다는 조 회장의 평소 생각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비록 상표권 분쟁으로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이라는 상호는 사용할 수 없게 됐지만 주력 계열사인 한국타이어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라는 사명을 고수하고 있다. 그룹 본사 사옥엔 테크노플렉스, R&D 연구소는 테크노돔, 타이어 테스트 트랙은 테크노링으로 이름 붙이는 등 그룹 곳곳에 테크놀로지라는 키워드가 적용됐다.
연내 한온시스템 인수 작업이 완료되면 한국앤컴퍼니는 자산 26조원 규모의 국내 재계 30대 그룹에 진입하게 된다. 타이어와 차량 열관리시스템 사업 기반의 전기차 하이테크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세계 최초로 전기차 전용 타이어 브랜드 ‘아이온(iON)’을 출시하는 등 전기차 타이어 분야 기술력을 확보했다. 한온시스템은 배터리 열관리시스템, 전동컴프레서, 냉매·냉각수 통합 모듈 등 공조 분야에서 글로벌 점유율 2위 업체로 인정받고 있다.
‘테크놀로지’를 강조하면서 인수 완료 이후 한국앤컴퍼니와 한온시스템의 화학적 융합에도 관심이 쏠린다. 모빌리티에 필요한 사업이라는 점 외에 기술적으로 겹치는 부분은 많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다만 조직 융화를 통해 시너지 방안을 찾아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조 회장은 두 조직간 융합을 주도할 통합추진단장(PMI)에 이수일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부회장을 선임한 상태다. 조 회장은 "한온시스템의 독립적 사업 운영 방식을 존중하며 한국앤컴퍼니그룹의 경영철학·문화·노하우를 공유해 내부 통합을 실현하고 지속 성장을 이루자"고 강조했다.
전기차 캐즘(대중화 전 일시적 수요 둔화)에 따른 보릿고개를 넘고 수익성을 회복하는 것도 과제다. 2019년까지만 해도 6%를 넘었던 한온시스템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2.9%까지 떨어졌다. 전기차 수요가 예상보다 빨리 늘지 않으면서 그동안 투자비와 R&D(연구개발) 비용을 회수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주력 고객사 중 하나인 포드가 전동화 계획을 늦춘 영향이 컸다.
한국앤컴퍼니 관계자는 "한온시스템 PMI 조직을 꾸리는 등 통합 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다"면서 "통합 이후 사업의 시너지를 우선 순위에 두고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사명변경, 사옥이전에 대해선 "논의 중인 사안으로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우수연 기자 yes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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