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올해 3분기(8~10월) '깜짝실적'을 낸 엔비디아가 차세대 AI 칩‘ 블랙엘(Blackwell)’’ 출시를 예정대로 진행한다고 밝히면서 엔비디아-TSMC-SK하이닉스 간 'AI 삼각동맹'이 더욱 공고해질 전망이다.
엔비디아는 올 3분기 매출 350억8000만달러(49조원)에 주당 순이익 0.81달러(1134원)를 기록했다고 20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매출과 주당 순이익 모두 월가 예상치를 각각 5.8%, 8% 상회했다. 인공지능(AI) 열풍에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94% 급증했고 순이익은 같은 기간 106% 폭증한 92억4000만달러를 거뒀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3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AI 시대는 이미 시작됐으며 AI가 모든 산업, 기업, 국가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며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간 블랙웰에 대한 기대감은 놀라운 수준"이라고 했다.
블랙웰은 이전 세대인 호퍼(Hopper) 아키텍처의 후속으로, AI 연산 성능을 획기적으로 향상한 고성능 그래픽저장장치(GPU)다. 블랙웰에는 SK하이닉스가 독점 공급하고 있는 HBM3E 12단 제품이 탑재된다. 전작 호퍼보다 데이터 연산 속도가 2.5배 빨라졌고 추론 성능은 최대 30배 향상됐다. 전력 소모량은 4분의 1수준이다.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등 빅테크들이 AI 데이터센터 구축을 위해 출시 전부터 주문했다. 올해 3월 공개 당시 황 CEO는 블랙웰을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칩'이라며 "컴퓨팅의 새로운 시대를 열 것"이라고 소개한 바 있다.
엔비디아는 이번 실적 발표에서 블랙웰의 본격 생산과 출하가 올해 4분기 시작되며 내년부터 점진적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급증하는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황 CEO도 "현재 시장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상황"이라고 인정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생산 능력을 최대한 끌어올리고 있다"고 밝혔다.
콜레트 크레스 엔비디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칩 공급이 늘어나면서 4분기 블랙웰 매출이 기존 예상치인 '수십억달러'를 초과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엔비디아 경영진의 이런 발언은 최근 제기된 블랙웰의 설계 결함 및 서버 과열 문제로 인한 생산 차질 우려를 불식시키면서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을 강조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엔비디아와 SK하이닉스, 파운드리 TSMC의 '삼각동맹'은 블랙웰 출시를 계기로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블랙웰의 성공은 SK하이닉스와 TSMC 지원 없이는 불가능하다. SK하이닉스는 고대역폭메모리(HBM)를 TSMC에 공급하고, TSMC는 이를 바탕으로 엔비디아가 설계하고 발주한 AI 가속기를 제조한다. SK하이닉스와 TSMC의 협력을 통해 엔비디아 '블랙웰'이 완성되는 셈이다.
AI 삼각동맹인 3사는 실적에서도 나란히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3분기 매출·영업이익·순이익 모두 분기 기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TSMC 역시 같은 기간 시장 예상을 웃도는 매출 약 32조원과 순이익 약 14조원을 기록하며 영업이익률 47.5%를 달성했다.
블랙웰 출하가 본격화되면서 SK하이닉스의 D램에서 HBM 매출 비중은 올 3분기 30%대에서 4분기에는 40% 이상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지난 9월 말 엔비디아 블랙웰에 사용되는 HBM3E 12단 양산에 돌입했고, 내년 하반기 HBM4 12단을 공급할 예정이다. HBM4 12단 제품은 2026년 출시 예정인 엔비디아의 '루빈' GPU에 적용된다.
앞서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은 이달 초 'SK AI 서밋 2024'에서 "현재 16단 HBM3E를 개발 중이며 내년 초에 고객들에 샘플을 제공할 예정"이라며 AI 시장 대응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최서윤 기자 s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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