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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숙취해소제' 표기하려면 '효과 입증'해야 한다[AK라디오]
    입력 2024.11.2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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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시아경제 ]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내년부터 숙취해소제의 표시·광고 규제를 강화한다. 제품에 '숙취해소'라는 문구를 표기하거나 광고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과학적 근거를 통해 효과를 입증받아야 한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이는 소비자 보호와 제품 신뢰성 제고를 위한 조치로, 국내 숙취해소제 시장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규제는 사실 2020년에 이미 도입이 결정됐다. 다만 업계의 준비 기간을 고려해 2024년 말까지 유예 기간을 둔 것이다. 식약처의 이번 조치는 소비자들이 숙취해소제를 의약품이나 건강기능식품으로 오인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 비롯됐다. 특히 '숙취해소'라는 표현이 마치 의약품이나 건강기능식품처럼 느껴질 수 있다는 점이 주요 고려사항이었다.

현재 국내 숙취해소제 시장은 약 3500억 원 규모로 성장했다. 이는 음주 문화가 보편화된 한국 사회의 특성과 맞물려, 숙취 해소에 대한 소비자들의 수요가 꾸준히 증가해왔음을 보여준다. CJ제일제당에서 HK이노엔으로 브랜드가 이전된 '컨디션'이 시장의 약 40%를 차지하며 1위를 지키고 있다. 이외에도 '여명808', '모닝케어', '레디큐' 등 다양한 제품들이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지금까지 시중에서 판매되는 숙취해소제가 의약품이나 건강기능식품이 아닌 '기타가공품'으로 분류됐다는 것이다. 일반 음료와 같은 범주에 속하다 보니, 효능이나 기능성에 대한 엄격한 검증 없이도 '숙취해소'라는 표현을 사용할 수 있었다. 이로 인해 편의점부터 약국까지 다양한 유통 채널을 통해 제품이 판매되었고, 소비자들은 수많은 제품 중에서 선택의 어려움을 겪어왔다.

새 규정에 따르면 제조업체는 인체적용시험을 통해 제품의 효과를 입증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제품 섭취 후 혈중알코올농도와 아세트알데히드 농도의 변화, 그리고 복용자의 주관적인 숙취 개선 정도를 평가해야 한다. 의약품의 임상시험만큼 엄격하지는 않지만, 관련 문헌 고찰을 통한 과학적 근거도 함께 제시해야 한다. 이는 제품의 효능을 객관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준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숙취해소제 제조업체들이 밝힌 바에 따르면, 대부분의 제품은 아세트알데히드 분해 효소의 활동을 촉진해주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한다. 아세트알데히드는 간이 알코올을 분해할 때 생성되는 물질로, 이것이 체내에 쌓이면서 피로감, 두통, 속쓰림 등 숙취 증상을 유발한다. 제조업체들은 이러한 증상을 완화하기 위해 간 기능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진 다양한 전통 성분과 양방, 한방 원료를 사용하고 있다.

업계의 반응은 엇갈린다. 시장을 주도하는 대기업과 대형 제약회사들은 이미 인체적용시험을 진행 중이다. 충분한 자금력과 연구 인프라를 바탕으로 새로운 규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이다. 반면 중소업체들은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시험 비용 대비 수익성을 고려해 시장 철수를 검토하거나, '술 마신 다음 날' 등의 우회적 표현을 사용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일부 업체들은 숙취해소 효과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비유적 표현을 사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연합뉴스

인체적용시험에 따른 비용 부담은 제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업계는 마케팅 전략 수립에도 신중을 기하고 있다. 숙취해소제가 여전히 일반 식품인 만큼, 효과를 지나치게 강조할 경우 소비자 불만이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특히 인체적용시험 결과를 근거로 효과를 강조했다가 소비자의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오히려 더 큰 불만을 살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고 있다.

실제로 유명 숙취해소제 제조업체들은 현재도 '먹었는데 술이 안 깨는데'라는 소비자 항의를 종종 접수하고 있다. 이에 대형 업체들의 마케팅 부서에서는 인체적용시험 결과를 어느 선까지 광고에 활용할지 고심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숙취해소제는 복용하면 반드시 숙취 증상이 개선되는 의약품이 아니다"라며 "인체적용시험 결과를 과도하게 강조하면 오히려 소비자 불만이 늘어날 수 있어 적정선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규제는 시장 구조도 크게 바꿀 것으로 예상된다. 과학적 근거를 입증한 대형 업체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중소업체들은 시장에서 이탈하거나 틈새시장을 공략할 것으로 보인다. 신규 진입자도 감소할 전망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시장의 양극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다만 이러한 변화가 반드시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규제 강화는 오히려 제품 혁신을 촉진할 수 있다. 과학적 근거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 투자가 증가하고, 새로운 원료 및 제형 개발도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소비자들은 효과가 입증된 제품을 선택할 수 있게 되어, 보다 합리적인 소비가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장기적으로 숙취해소제 시장은 품질 경쟁 중심으로 재편될 전망이다.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한 제품 개발과 마케팅은 소비자 신뢰도를 높이고, 시장의 질적 성장을 끌어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프리미엄 제품 시장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 고품질 제품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의 선택권이 넓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일각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자칫 '강자만 살아남는' 시장 구도를 만들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한다. 중소업체들의 퇴출이 가속화되면 시장의 다양성이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소비자 신뢰도 제고라는 긍정적 효과와 시장 양극화라는 부정적 효과를 모두 고려한 정책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주류업계 한 관계자는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건전한 음주 문화 정착"이라며 "아무리 효과가 좋은 숙취해소제라도 과도한 음주는 건강에 해롭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해를 앞두고 숙취해소제 시장이 큰 변화를 맞이하게 된 가운데, 제조업체들의 대응과 시장 구도 변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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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혁 기자 do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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