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경기 침체 우려로 중국의 명품 시장이 위축된 가운데 소비자들의 발길이 '중고 명품' 시장으로 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외신은 24일(현지시간) "현금난에 시달리는 중국 쇼핑객들이 중고 명품에 매료되고 있다"며 "상하이 홍차오 공항 근처의 거대한 지하 매장에는 새것이 아닌 루이비통, 디올, 구찌 등 세계 최고의 럭셔리 브랜드 상품들이 가득 쌓인 채 쇼핑객들을 맞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최근 중국에선 명품 시장의 '큰손'으로 군림하던 소비자들의 지갑이 얇아지면서 그 대안으로 중고 명품 시장이 떠오르고 있는 모습이다. 컨설팅 업체 프로스트앤드설리번과 칭화대학교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3000억위안(약 55조원) 수준이었던 중국의 중고 명품 시장 규모는 2020년 1조위안(약 190조원)을 돌파했으며, 2020년 이후에도 연평균 30%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외신은 "특히 수수료를 받고 중고 명품을 재판매할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하는 ZZER과 센위(Xianyu) 등 온라인 중고 명품 거래 플랫폼 이용객이 늘고 있다"며 "ZZER에서는 1만4300위안짜리 루이비통 가방이 4762위안(약 90만원)에 판매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2022년 상하이에 중고명품 오프라인 매장을 연 ZZER은 하루에 입고되는 핸드백 및 고급의류 등의 제품이 5000개에 이른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처럼 중고 명품 시장이 소비자들의 각광을 받는 것은 중국의 경기 침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베이징 소재 마케팅 그룹 WPIC의 제이콥 쿡 최고경영자(CEO)는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경제적 압박과 여행 제한으로 인해 사람들이 해외에서 상품을 구매하지 못하면서 비용 효율적인 대안으로 중고 명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앞서 세계 최대 럭셔리 그룹인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는 중국 수요 위축으로 지난 3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 줄었다고 발표했는데, 이는 팬데믹 이후 첫 분기 매출 감소다.
다만 명품 업계의 이러한 부진에도 관련 기업들은 더 저렴한 제품군을 출시하거나 중고시장에 개입에 선을 긋고 있다. LVMH 임원진은 지난 3분기 실적 발표 이후 회사가 유통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기 때문에 중고시장에 개입할 계획이 없다면서 기존의 고급화 전략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실적 개선을 위해 섣불리 제품 가격을 낮췄다가 고급 브랜드 이미지를 깎아 먹을 가능성을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베인앤컴퍼니의 페데리카 레바토 글로벌 사치품 및 패션 부문 파트너는 중고 명품 시장이 기업들이 내놓는 신제품에 대한 수요를 감소시키고 브랜드 가치를 훼손할 수는 있지만 "적어도 사치품을 구매해본 적 없는 새 고객들이 시장으로 유입되는 효과가 있다"고 평가했다. 중고 명품으로 명품 소비에 처음 입문한 사람들이 향후 신제품을 구매해보고 싶은 욕구가 생기게 되면 장기적으로는 명품 업계가 새 고객을 유치할 기회가 된다는 설명이다.
김진영 기자 camp@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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